나는 명절이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보러 다닌다.
장 볼거리를 쭉 적어 매일 두 가지씩 사서 다듬어 냉장고 속으로 쏙..
제일 먼저 생선을 간해서 약간 말려 냉동실에 넣고,
다음에는 전, 튀김거리( 새우, 오징어. 동태 포)를 손질하여
물기를 빼고 또 냉동실로..
마른 거리 ( 약과, 유과. 명태, 피문어, 곶감, 밤 대추)
과일. (사과, 배, 딸기, 감 , 밀감,)
다음에는 나물종류를 사서 다듬어 깨끗이 씻어 하나하나 포장하여
냉장고에..
그 다음에는 산적준비..(맛살, 버섯, 파, 고기)
마지막으로 내일은
떡, 국거리(무, 두부, 곤약, 조개)를 준비하고
빠진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목록을 살펴보고 점검한다.
내일은 아이들도 오고 시동생네도 오니 저녁 반찬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나물을 무쳐놓고,
식구들이 먹을 찌개와 밑반찬을 만들어 놓는다.
손아래 동서가 있긴 하지만 애들이 어릴 때는 일찍 와 봐야
거치적거려서 천천히 오라고 했더니 지금까지도 저녁나절에
도착한다. 제사 음식 준비에 하등의 도움도 안 된다.
대신 설거지하라고 하는데 그 말은 잘 들어 씻을 그릇이 나오면
즉각 잘 치운다. ㅎㅎ
우리 딸이 할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적을 끼는 일이고--처음에는 빼뚤빼뚤 길이가 안 맞더니 지금은 요령이
붙어 너무 잘한다-
두 번 째는 콩나물 꼬리를 떼는 일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손은 꼬리를 따고 눈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는 딸아이의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흔들어 놓는다.(시집갈 때 문제다)
음식을 하는 내 손도 따라 웃는다.
생선을 큰솥에 넣어 찌고, 그 동안에 전과 튀김을 한다.
맨 나중에 소라와 문어를 간장과 물엿에 졸여 통깨를 뿌려놓고,
그 다음에 수육을 안쳐 놓는다.
마지막으로 탕국을 끓인다.
추석에는 저녁을 먹고 다 치워놓고 송편을 만들고 설에는 만두를 빚고 떡국을 썬다.
(큰 시누이가 가래떡을 보내는 통에)
솔직히 썰기 싫다. 힘들어 죽겠는데 다 썰어놓은 떡국을 사든지 아니면
방앗간에서 썰어 달래면 될 건데 꼭 마른 가래떡을 보내는데 미치겠다.
만두도 지난해부터 빚지 않는다. 마트에 가면
수제 만두가 너무 잘 만들어져 나와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가 없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것이 앙증맞다.
어제 시누이가 떡을 보낼까하고 전화가 오기에 극구 사양했다.
미리 샀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조금 찔린다.
나중에 시장에 한번 더 들러 썰어놓은 떡국을 조금만 사야겠다.
어제 넘어져서 다친 얼굴의 광대뼈가 화끈거린다. 자고 나니 팔도 아프고
무릎에 멍도 시퍼렇게 들어 만지지도 못하겠다. 내일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온 몸이 쑤셔온다. 내일도 모레도 건너뛰는 방법이 없을까.
해마다 치르는 연례행사인데도 왜 이렇게 갈수록 게으름이 동할까.
이럴 때는 남자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