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옥이가 청주 큰 집으로 큰 엄마와 함께 놀러를 갔다
큰집은 언니와 오빠를 합해서 형제가 다섯이다
남의집 살이에 살림은 궁하지만 언제나 식구들이 말 없이 조용하다
오빠는 중학교 다니다 집이 가난해 그만두고 자전거 포에 다니고 언니는 미장원에 다녔다
옥이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은 다 학교 다니고 큰 엄마는 큰 아버지 병 수발로 힘에 겨웠다
큰 아버지가 반 신불수에 큰 엄마를 의심하는 의처증이 있어서 항상 잔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거기에 옥이가 가서 며칠 있으니 정말 눈치 보이고 밥도 맛이 없고 일만 수북하다
이방 저방 치우고 항상 큰 아버지는 언제나 독상에 따스한 밥을 정성스럽게떠서 국이며 반찬을 정리해서 상을 차려 드리곤 했다
옥이는 아버지가 멀리 가계신 관계로 그런 가정 법도에 영 맘이 내키지 않았다
땅거미가 일찍이 짙어지는 저녁에 큰아버지와 엄마가 싸움이 났다
동생들은 늘 그렇다는듯 각자 방에서 숙제며 정리를 했고 옥이는 정말 가슴이 철렁거리고 무슨 일로 싸우시나 눈이 커지고 귀가 함박 만해진다
(낼은 올라가야지 불안하고 제미도 없고 눈치 보는것도 힘들다) 옥이가 맘 속으로 되네이며 저녁 하늘을 바라본다
언제나 옥이는 그렇게 하늘을 언제나 처다보고 산다
\"큰 엄마 저 올라 갈래요 오늘\"
\"왜 더 놀다 가지 그려 ~ \"
\"아니요 집도 걱정이 되고 그냥 올라 갈래요\"
\"그려 그럼 올라가라 큰 아버지 때문에 니도 그러챠~\"
큰 엄마의 느린 말이 속상함이 들어 내 보인다
\"아니예요 큰 엄마 그냥 올라가고 싶어서...\"
옥이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버스에 올라타니 큰 엄마가 빵과 우유를 사서 차창을 두드린다
\"올라가다 먹어라 이렇게 서운히 올라가서 워쪄\"
\"네 큰 엄마 잘 먹을께요\"
\"니 아버지 땜시 누구도 맘 편히 우리집에 못 있는댜~~\"
....................
옥이가 아무소리가 없다
그렇게 춘천에 오니 살것같다
바람도 정겹고 숨도 트인다
한참을 바삐 걸어 집에 오는데 친척 오빠가 묻는다\" 야 옥이야 니네 할머니 이젠 갠찮으시다니?\"
\"오빠 먼 말이야?\"
\"어디 갓다오냐 ? 니네 할머니 약 드셨다고 그래서 돌아가실것 같다고 그러드래는데 ?\"
\"정말?\"
옥이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다시 되돌려 외 갓집으로 뛴다
옥이는 거기서 외갓집이 가깝지만 가난하게 살던 옥이가 잘사는 외 갓집을 영내키지 않아 그냥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층 양옥집
길가 아랫층은 남을 줘서 가게세 받고 삼춘은 선생이다
옥이네와는 천지 차이다
대문이 열어져 있고 사람들이 많다
이층에 올라가니 대구 이모다 오셨다
엄마와 친척들도 보이고 주방은 음식들과 그릇들로 그득하다
\"아고 옥이가 왔네 나와 바요 옥이가 왔어요 얼른 와라 왜 이제 오냐 응?\"
여기저기서 사람들과 친척들이 난리다
엄마가 비적비적 걸어 오신다
옥이를 보자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옥아 어여 할머니 방에 가바라 어제부터 눈도 안뜨고 널 찾는다\"
옥이는 아무소리 없이 어린 나이에도 할머니가 돌아가실거란걸 대번에 알아 차린다
하얀 이불속에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
욕을하고 소리지르고 옥이를 쥐잡듯 하시던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
눈이 쑥 들어가고 얼굴에 광대뼈가 더 나와 있다
옆으로 간 옥이가 살며시 내려다 본다
엄마가 뒤 이어 들어와 말을한다
\"엄마 눈 떠바요 옥이 왔어요 응? 옥이 찾더니 ........눈 떠요 엄마 어어엉엉~\"
엄마가 못쓰는 팔을 안고 방바닥에 앉아 우신다
\"할머니 저 옥이예요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실눈이 겨우 떠지신다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뜨시는것 같다
\"오오~옥가 ~오가`오가~`\"
할머니는 말이 안되고 겨우 옥이 소리만 옥이가 알아서 듣는다
\"할머니\"
옥이가 할머니 손을 잡아본다
아직은따뜻하다
\"오`가오~가\"
옥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운다
\"할머니 왜그래? 응? 나 여기 있어요 할말 해바요 네?\"
옥이가 어느새 가까이 가 이불을 젖히고 할머니 가슴에 얼굴을 대고 운다
\"오~가~어..마 어...마 \"
옥이가 알아차린다
죽으면서도 가난해 찌들고 반신불수에 자식들이 줄줄이 넷이나 딸린 옥이 엄마가 걱정도 되고 안타까워 그러시는걸 옥이가 대번에 알아차리고 말을한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내가 엄마 한테 잘 할께요 걱정 말아요 아셨죠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걱정 말고 잘가 ... 할머니 내가~~~잘 ....할께요 \"
옥이가 목이 메어 할머니 가슴에 그저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운다
누워 계신 할머니 양쪽 눈매에 주루륵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다
\"할머니 울지마요 갠찮아요 할머니 많이 아파요? 정신 차리고 일어 나세요 할머니 옥이가 더 잘할께요 할머니\"
옥이가 우느라 말이 이어지질 않는다
\"할머니 어어엉~~\"
15섯 어린 옥이한테 할머니는 그렇게 어께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고 옥이한테 한 말을 마지막으로 말없이 가셨다
엄마의 목 놓아 우는소리에 옥이가 더 운다
두고 가기 힘든 병신딸을 두고 가시고 그 병신딸은 그 엄마 시신 뒤를 따르며 겨울을 가로질러 간다
구경 나온 사람들도 울고 절뚝이며 따라가는 옥이 엄마가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고 한손으로 관을 붙잡고 통곡을 해 가며 서러운 맘에 더 운다
옥이가 그 엄마를 그 못쓰는 팔을 잡고 서럽게 울며 따라간다
새파란 하늘이 가슴에 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