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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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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BY 들풀향기 2006-01-17

 

남편의수술

어제 입원하여 오늘 1시30분에 링거를 두개꽂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발 뒷꿈치에 1년전 박았던 핀 8개를 재거하는 수술이다

남편은 아무말 없었고 나는 걱정말고 편하게 수술 잘 받으라고 했다

수술실로 유유히 미끄러지는 침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문이 닫치는 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라는 경험은 사람의 마음을 많이도 바꾸어 놓는다

크게는 마음이 놓이고 작게는 가슴이 더 두근거리는 그런 것 그런기분이다

첨엔 밥생각도 꿈꾸지 못한채 의자에 앉아 몇시간이고 꿈쩍하지 않고 기다리다

위병까지 얻었는데 오늘은 좀 여유있는 행동이 나도 모르게 발휘된다

서둘러 병원을 나와 분식집에 들러 순두부찌게를 시켜놓고 기다리니 아침도

먹지 못한 뱃속이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맘이 맘인지라 밥알이 까끌까끌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생각을 안한다

위염약을 먹어야 하는 사명감에 몇숫가락 드리밀고 서둘러 병원 모니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엔 오늘 수술하는사람들의 리스트가 좌악 올라왔다

아직 남편의 수술은 시작이 안됬는지 명단에 없었다

모니터엔 이름과 나이 그리고 과 별로 올라와 수술시작은 검정색글씨, 수술중은 빨간색,회복중은파란색, 병실이동은 검정색 글씨로 바뀌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남편의 이름이

검정글씨로 수술시작으로 모니터에 떴다

모니터를 수도 없이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진 않치만 딱히 마음 둘곳을 몰라 그저 읽어내려갔다

그렇다고 믿는 종교도 없고 해서 맘속으로 잘되길 바랄뿐 어느곳에 어느 신에게

잘되게 해 달라고 양심상 부탁의 말 한마디 못한채 4시간을 흘러보냈다

다른 사람들은 글씨의 색깔이 수시로 바뀌는데 남편의 이름은 계속

수술중이라는 빨간색에 머물러 나를 안타깝께만들었다

커피도 벌써 두잔째 마신다

한번은 블랙커피 또 한번은 밀크커피.......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남편의 이름이 “회복중”이라는 파란색 글씨로 변했다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벅차고 눈물이 찔끔 흐른 것 같다

조금 후면 “병실이동”이란 검정색의 글씨로 바뀌면 나도 병실로 올라간다

그리고 남편에게 수고 했다고 편히 좀 쉬라고 손을 꼭 잡아주며 이야기 할것이다.

 

                                  남편의 수술을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