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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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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BY 생수 2006-01-11

정말 오랫만에 친정나들이를 했다.

남편의 실직으로 죽은듯 살다  용기를 내어 갔다.

차소리가 나자 맨발로 황급히 뛰어나온 내 엄마!

우리가 간다는 말에 두 동생 내외가 모두 내려와 있었다.

닭을 삶아 내오고 과일이 나오고 맥주가 나오고....

묵은 이야기로 밤을 꼴딱 새우고 늦은 아침을 먹고 먼길을 나서야 하는 우리에게 엄마는

올케 눈치보이게스리 이것저것 한 차 가득 넣어 주신다.

그러고는 냉동실 구석에서 시커먼 봉지를 몰래 싸시면서 가서 먹어보라고 한다.

눈치도 없는 나는 \"엄마 이게 뭐꼬?\" 하자 엄마는 살짜기 \"옥수수 아이가\" 하신다.

옥수수가 여태까지 있었냐며 놀라는 내 목소리에 남동생이 들어오다 그런다.

\"엄마는 우리가 여태 몇번을 와도 안주더니 옥수수가 아직까지 있었나요?\"

엄마는 손사래를 치시며

\"영아가 옥수수를 울매나 좋아했노. 그때는 사는 게 힘들고 바빠서 옥수수 많이 심어라고 신신당부를 해도 못 들은 척 돈되는 농사만 안 했나.  옥수수만 보면 먹고 싶어 환장을 하는 걸 보면서도 ...\"

하시며 눈에 눈물이 맺히신다.

 

 나는 지금도 옥수수를 끝도 없이 먹어대는 버릇이 있다.

시장에 나가거나 어디를 가도 옥수수만 보면 먹어야지 안먹고 돌아서면 병이 날 정도이니.

그런 나를 위해 언제 올지도 모를 나를 위해 엄마는 해마다 옥수수를 냉동실 구석에 넣어 두셨단다.

몇 안되는 땅때기에 옥수수 심을 여유가 없어서 옥수수 심어라고 노래노래 부르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살아온 세월이 한스럽다 하신다.

엄마가 싸주신 옥수수를 들고 집에와 압력밥솥에 찌면서 나는 내내 울었다.

옥수수가 다 익을때까지 그자리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