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에 걸친 (?) 5일동안의 긴 아들놈의 어린이집 방학이 어제로 끝이 났다.
주말빼고 지난주 금요일 부터 4일동안 혈기왕성한 아들놈을 일곱평 가게안에
묶어 둘려니 저나나나 지치긴 마찬가지인지, 어제는 아주 진지하게 어린이집에
가고싶다고, 방학 언제 끝나냐고 물어본다..
오늘 아침 ...
드뎌 아들놈에게 해방된게 넘 반가워 아직도 자고있는 아들놈을 깨워 어린이집
보내야지.. 하면서 아침을 준비하는데 남편이 아들놈이 아직 자고 있는데,
출근하면서 데리고 갈거냐고 묻는다..
웬일???
당연한거 아닌감??
어젯밤에 기침끝에 또 코피가 터져 비리비리하다가 잠든걸 알기에 안쓰러운 맘이
생겼나보다.
오늘 날씨도 엄청나게 추우니 좀 자게 내버려 뒀다가(큰애가 방학이라 집에 있으니)
점심때에 데려다 주라고 한다..
사실 혼자 보는 가게 점심시간이 있을리도 없는데, 가게문 걸어잠그고 자꾸
볼일보러 댕기는건 얼마나 가게 경영에 치명적인가..
그렇치만 달리 도움 청할때도 없으니 어쩔수 없는일!!!
남편의 그말 한마디가 그리 눈물나게 고마울수가 없다.
지리하게 길었던 냉전이 끝날 기미도 안보이고 시간을 오래 끌다 보니
딱히 왜 싸우고 감정상하고 있는지의 이유도 명확치 않는채 흐지부지해
지는것 같아서 2005년이 가기전에 슬며시 잠자리에 들어가는 남편을
돌려세웠다..
그간의 남편에게 제일 서운했던것이 그가 너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거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어이없게도 내가 남편을 아직도 의심하고 있다며 화를 낸다.
오년전, 그런일이 있기는 있었다.
다섯살된 딸아이와 출산이 가까운 아내에게 마누라가 지겹다며 이혼장을 내민 남편..
난 모든것을 새카맣게 잊어야 내가 잘 살아갈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기에
이를 악물고 잊으려고 노력했고, 남편앞에서 내색한번 한적도 없다.
절대절대 안 잊어질것 같더니만, 세월이 흐르니 그래도 잊어지더라..
그래서 그부분에 대해선 나는 기억상실이다.
그런데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나의 냉담을 그는 그런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어이가 없어 픽, 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살려고 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갈라섰지 이리 살지는 않는다고
얘기하며 애들한테 신경좀 쓰고 살라고 했다.
그 결과가 이것인가..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난 정말 남편의 그 조그만 변화에도
감동이고,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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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님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오솔길로 가다보니 곧 대로에 다다를듯도
싶네요.
횡성수설할때도 있어지만, 여기에 글을 써서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는 작업은
고통이 따르는 즐거움인것을 깨달았읍니다.
새해에 모두 행복하시고 지금처럼만 살아가입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