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탔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다.
발 아래 종이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앞서 내린 사람이 두고 내린 가방인가 보다.
반대쪽 창가에 앉은 아저씨가 쳐다본다.
흠..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눈치렷다.
\'그래요.나도 그 정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구요.\'
반대편 창쪽에 앉았던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내렸다.
내리고도 버스 안을 한번 더 돌아보는 것은
그 아저씨도 나처럼 가방 속이 궁금해서였을까.
입 벌어진 종이 가방을 슬쩍 흘겨 보았다.
위로 톡 따낸 음료수 깡통 하나와 뭐가 담겨졌던 것인지
지저분한 플라스틱 컵 하나와 아직은 쓸만한 가죽장갑이 들어 있었다.
지난번 경동시장 앞에서 탄 버스에서는 비닐 봉지가 하나 있었더랬다.
같이 앉았던 아줌마가 발로 쳐보고 손으로 눌러보니
시큼한 김치 냄새가 나서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웃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잃어버린 것은 단돈 10원도 아깝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요긴하게 쓰일 물건인데
나 같으면 몇년은 더 버틸수 있을텐데
일부러 두고 내리지 않았다면 아깝기도 했겠다.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다.
나는 내리고 가방은 제자리에 그냥 두었다.
오면서 잠깐 생각했다.
그 속에 만약,만약에 그럴 복(?)도 없겠지만
돈뭉치나 돈이 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행이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