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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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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장


BY 호떡 2005-12-30

내가 이제 곧 아줌마가장이 된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간신히 대학졸업하고 직장뎅기다가 늦게 만난 사람.

그렇게 행복했던 시절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온건가보다.

어떻게 이 고비를 지나가나 잠이 안온다.

 

남편은 월급 칠십만원 받고 당분간 어디 가기로 했단다.

그기서 사업운영하는 걸 좀 배워서 여름에 자격증 따서 도장낸다고.

퇴직금이 한 오천되는 모양이다. 그기다가 직장에서 모아논 돈 천만원정도.

우리가 살면서 모아논 돈 육천정도.

남편직장근처의 집도 내 직장근처로 옮겨야하니 집도 새로 얻어야한다.

내 직장근처는 집값이 많이 비싼데 아마도 그 돈 전세얻기도 힘들겠다.

엄마는 애들 키우기 힘들다고 동생들과 집을 합치란다.

어짜피 지금도 엄마가 봐주시는데 동생들과 같이 있으면 엄마도 훨씬 낫다고.

서른셋의 이제 서른넷의 시집안간 여동생과 아직 학교다니는 남동생과 살림 합친다는건 서로서로 불편할 게 뻔한데 난 내 욕심에 같이 살고싶다. 내 늦게 끝나는 때 봐 줄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 심각하게 중요한 일이니까. 그런데 이런 안좋은 상황에 동생들을 끌어들이는것 같아 심히 맘이 안편하고 미안하다.

남편의 소식을 어찌 전하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며 나를 챙기시는 엄마가 새삼 대단해보이시면서 고마웠다. 까짓 괜찮다고. 이번 기회에 아예 이혼은 어떠냐며 나보담도 더 대범하게 대하신다.거의 밥을 못먹는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신다.

 

남편이란 두터운 외투를 이제 벗어야하니 이 겨울이 엄청나게 춥다. 

남편과의 인연이 이렇게 해서 끝나는가 하는 절망감이 엄습해온다.

난 아직 그를 놓아줄 준비가 안되었는데 그는 어느새 날개를 완성하고 날아갈 채비를 마친듯하다. 그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버리는게 아니라 하지만 세상을 벗어나고싶어하는 그에게 가족이라는 굴레는 하나의 족쇄일 뿐이다. 이 기회에 훨훨 날아가버릴것 같다. 

 

내 힘의 원천은 이제 다섯살 네살이 되는 내 아이들이다.

강력한 에너자이저다.

난 강하다. 엄마니까.

난 어찌하던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