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눈이 맞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연이란?
우주에서 화살을 쏘아 작은 씨앗을 맞추는 것처럼 어렵고도 어려운 인연이랍니다.
그 작은 씨앗을 맞춰 만남을 지속하고 사랑이 싹트는 일은
하늘이 돕지 않는한 인간의 힘으론 어려운 것이지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면
마음속에 그리움이 살아 있다면, 씨앗 하나를 내 뜰에 심으세요.
그리고 매일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들여다 봐 주세요.
절대 외롭게 해선 안돼요.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관심만큼 중요한 게 없답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푸르게 나고 꽃이 피면,
그 꽃이 화려한 장미꽃이든
얼굴 커다란 해바라기든
못생긴 호박꽃이든
보일듯 말듯 피는 중대가리꽃이든
꽃같지 않은 강아지풀이든
끈질기게 피어나는 민들레꽃이든
어렵고 귀한 대나무꽃이든
흔하고 흔한 개망초꽃이든....
내가 선택한 사랑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답니다.
나와 인연이 닿는 한 알의 씨앗...
억겹의 인연을 넘어 선 내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는지 보고싶습니다.
인연이 닿아 운명처럼 사랑을 나눌 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진심이랍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의 전부라 대답하던 것도 가슴에서 울컥 솟던 사랑의 표현이었고
죽어서도 다시 나를 만나 사랑할 것이라는 약속도 그 당시에는 지키고 싶었을겁니다.
지킬수 없기 때문에 약속을 하는것이라던 그 사람의 마지막 말도
최선의 변명이었을겁니다.
오늘 이모들을 만났습니다.
다리 길게 뻗고 누워서 사랑에 관해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막내이모의 결론은 ‘사랑은 없다’ 라고 하더군요.
이루지 못할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이루어서 부부로 살아도 별 게 없다는 겁니다.
사랑의 시작은 너 없으면 못산다고 난리를 떨지만
사랑의 끝은 너를 만나 재수 없었다가 된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맞은 말이더군요.
나도 내 사랑을 돌아다 보았습니다.
내 사랑도 누구보다 찬란하고 소중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나로 인해 더 이상 손해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맨 처음 나를 만났을 땐 여러 잡신께 감사하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할 시기에는 만남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막내이모 말마따나 사랑은 잠시의 유희일 뿐, 결국은 없음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이별을 말 할 때 제일 비참한 말이 무엇인지 아실겁니다.
널 사랑한적이 없다라는 말이랍니다.
“널 사랑한 적이 없어. 널 만난 걸 후회 해.”
처음 만나 사랑의 절정에 오를 땐
“왜 이제야 나타났니?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그러면서 더럽게 쪽쪽 빨아대고, 살이 짓무르도록 비벼대고,
화장실 갈 때만 빼고 잡은 손 놓을 수 없다던 사람이 사랑의 끝에 서면
널 사랑한적이 없다니... 비참해서 달려오는 지하철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일겁니다.
아직 소녀적 꿈으로 가득한 넷째이모는 또 다른 각도에서 사랑의 결론을 내리더군요.
사랑도 사람 나름이라고, 죽을때까지 못잊을 사랑은 반드시 있다고,
남은 여생을 함께할 사람이 분명 너에게도 있다고 넷째이모 닮은 꿈을 내게 심어 주더군요.
그러면서 넷째이모는 우리 노래방가서 사랑 노래 부를까? 하면서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흥얼대며 칼국수를 끓이더군요.
넷째이모네 좁다란 창가엔 보라색 바이올렛이 사랑의 절정으로 만발해 있었습니다.
내게도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질거라 믿으렵니다.
사십대가 다 가지전에 우주에서 화살 하나 떨어뜨려줄 남자 하나 있어,
그 씨앗이 내 가슴에 꽂혀 싹이 날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하건데, 쓸만한 놈 하나 떨어지길 바랍니다.
쓸만하지 않는 놈 화살은 빗겨가서 혼자 살게 내버려 두어야합니다.
화려한 장미는 싫습니다. 화려함은 내게 어울리지 않고 과분한 상대거든요.
얼굴 커다란 해바라기도 싫습니다. 지나친 욕심은 욕심없는 나와 다툼이 많아지거든요.
보일 듯 말 듯, 평범함과 소박함을 지닌, 그래도 끈질긴,
꽃같지 않은 풀꽃이라면 나랑 맞을겁니다.
막내이모는 그냥 혼자서 편하게 살라고 합니다. 사랑은 순간이고, 믿을 게 못된다고 합니다.
넷째이모는 너도 이제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남들처럼 살아봐야하지 않겠나 합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아직은 늙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 인연의 씨앗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보고싶습니다.
그러나 쓸만한 씨앗이 내 가슴에 꽂히길 바랍니다.
쓸만하지 않는 씨앗이라면 차라리 혼자살게 이대로 놔 둘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