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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6

과정과 결과.


BY 련. 2005-12-19

언니..

누가 그러더라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정말 그럴까..

 

사람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듯이

고통의 색깔  또한 다를테지

 

언니의 기나긴 삶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성숙되지 않은 인격을 가진 남편과

긴세월  함께 동고동락하는 언니의 삶

 

이제는 긴세월에 

칼날같았던 분노도

측은한 마음으로 둥글어져

담담히 바라볼수 있는  경지까지 다다른 언니의 고통을

 

지금  내가 힘들어 하는 부분에선 

그래도 언니는 자유롭다는

말도 안되는 비굴함으로

나는 지금의 언니를 부러워한다

 

 

한지붕에서

부질없는 기다림에 내 하루하루가 꺼져가면서도 

그래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쳐대는 망가진 몸들이

식탐으로 생명을  유지해가는  치사하고 더러운  내 삶이

 

밥을 먹을때마다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죽음의 유혹에

  

더는  견딜수가 없었다

 

십여년 버티다  결국 나는 그 가치없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제대로 밥상을 차려서 천천히 즐거운 기분으로 맛을  느껴보고싶었다

 

얼마간은

조여있던 숨통이 풀어지는걸 느꼈다

 

부질없는  기다림에 가슴이 숯이 되지 않아서 좋았고

내것이 아니기에  냉정하게 바라볼수 있어서 좋았고

더이상은 

그 너저분한 인간으로 인해 내 하루가 흔들리지 않아서 너무좋았다

 

 

차원이 다른 고통이 또 찾아든다

 

혼자서 책임져야하는 일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이의 장래 ...굶겨야 하지 않는 책임감...입혀야하는 현실..

가지고 싶어하는걸 때로는 비굴하게  아이를 나무라가며 돌려세우는

고통에  허덕인다..

 

그까짓거 하고 무시하기엔

이번 고통은 냉정해 지지가 않는다

 

그냥

언니처럼 그 진탕속에서 묻혀 있었더라면

이런 처절한 고통은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살아야 했음은 아니었을까..

 

내 삶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언니는

 

뺄수 없은 뻘속에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객관적으로 비평도 해가며

여행도 해가며  병신이라며 비웃음도 날리며 살아가는데..

 

 언니의 매일을  방관자처럼  내버려 두면서

 그렇게 고통을 즐기면서 살아가는데..

 

하지만

 

후회 하지 않는다

 

금전과  소중한 나를 타협하지 않음이 자랑스럽다

 

나의 인생에서 칭찬받는 순간이

되고싶다

 

나는 살아있으므로

제대로 살아보고싶은 열망을 아직은 가지고 있으므로

내 삶을 포기하기엔 아직은 피가 뜨겁기에....

 

 

언니...

나와  언니의  결과는 어디일까  무엇일까

나도 언니도  우리예전에 참 힘들었었지 이러고 웃을수 있을까.

 

약해지는 희망앞에서도 당당하게  내가 자랑스럽다 라고 말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