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 나서 커튼을 걷어 보니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 하는 눈이건만
요즘처럼 폭설이 잦아서 아랫지방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철없는 아이처럼 그저 감상에 젖어 눈이 좋다고 하기엔
폭설피해주민들에겐 너무나 죄스러워서
하얗게 온 세상을 덮어주는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침 설겆이를 마치고 남편이랑 운동을 가자고 했는데
그칠듯하던 눈이 송이를 부풀려서 더 많이 내린다.
창 앞으로 뵈는 여러가지 나무들이 조용히 눈가루를 얹어서는
갖가지 모양으로 눈꽃을 만발시키고 있다.
일어나도 보고 앉아도 보고,
창 가까이로 다가 갔다가 또, 거실 깊숙히 들어섰다가....
아무렇게 어떤 포즈로 내다 보아도
가끔 한번씩 옅게 부는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의 춤사위까지 보태져서
그 하얀눈은 나를 충분히 황홀 하게 만들고도 남을 만큼이다.
그러나,
오늘은 좀체로 기분이 들 뜨지 않는다.
어제부터 틈틈이 내가슴을 짓눌러 주저앉히는 커다란 특보들을 전해주는
커다란 티비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시하며 리모컨을 눌러 버리기는 궁금함이 너무 크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어느것이 사실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분의 연구가 천문학적인 경제성이 있다고 듣고 있었고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들었기에
몇년 후쯤일지 모르는 그 희망에 내가슴까지 설레었었다.
헌데 요즘의 사태는 이상하게도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이고
온 국민은 혼란의 도가니다.
다투어 기자회견을 하고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어디가 진실인지 모를일이다.
더 기대할만한 연구 논문이 머잖아 유명한 과학지에 발표될 것이고
또 다른곳에 제출준비를 하고 있는 논문도 있다는
기자회견시의 자신 만만한 황우석 박사님 모습을 보며
제발 그렇게라도 되어 추락한 국가 이미지와 본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같이 연구를 했던 사람들끼리 무엇때문에 의견이 분열 되었었는지
왜 결별을 선언하고 새튼 교수는 돌아 섰는지 그것을 알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훌륭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어찌하여
각자의 진실성을 주장하며 서로 헐뜯고 있는지 속이 상하고 가슴아프다.
국민들이 아니 세계인들의 그 많은 눈과 귀들이 당신들을 주시하고 있는데,
쉽게 거두고 들일 일이 아닌데 말이다.
간간이 쉬어가며 여전히 눈은 내리고 있다.
송년회를 하자는 서실 동료의 전화가 왔다.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더니 나오란다.
나를 기억해서 불러 주는 그 마음들이 고맙다.
먼저 차를 끌고 나가버린 남편이 언제 들어 올지도 모르는데
이럴땐 남편에게도 휴대폰이 있으면 좋을 걸 싶다.
빨리 차를 갖고 오라고 연락할 도리가 없다.
아무래도 눈을 맞으며
걸어서 시내버스를 타러 나가야 하려나보다.
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 자꾸 나를 채근한다.
빨리 준비하구 나가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