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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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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시대(?)


BY 모퉁이 2005-12-12

휴일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고가사다리가 오르락 거리는 소리로 보아 어느집이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관심있게 듣지 못했던 어느댁의 이사날짜가 생각났다.

큰 집 장만하여 가는 이사니 엄동설한이 서러울까.

 

눈 내린 북한산에나 다녀올까 하다가 접은 계획을

가까운 산책로 나들이로 대신 잡았다.

이사간 집 앞에 두고 간 물건들이 많았다.

장농이며 쇼파며 서랍장에 아이들 책상까지 갖고 간 물건보다

버리고 간 물건이 더 많을성 싶었다.

저것들 중에서는 어느 집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새 주인을 만나 한동안 함께 할 물건도 있을테고

이도저도 아닌 것들은 동사무소에서 정해준 딱지표를 붙여서

어디론가에 가 재활용이 되거나 폐품처리 될 것이다.

 

어지럽게 누워있는 쇼파 옆에 자그마하고 네모 반듯한 책장처럼

보이는 물건이 보였다.

내 놓은 물건이라 먼지가 좀 앉았을 뿐 부서진 곳은 없었다.

신발장이 작아서 불편했는데 안성맞춤이다.

신발장으로 갖다 쓰자고 하니 남편은 뚱~한다.

버리지 말고 주워오지 말란다.

산책을 다녀올 때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내 물건으로 하기로 했다.

 

날씨가 추운 탓에 임자 만나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뭐든 임자는 있다더니 이 물건은 내가 임자가 되려나보다.

걸레로 먼지를 쓱 닦고 현관 바닥에 놓여진 신발들을

차곡차곡 넣으니 여덟 켤레는 족히 들어 갈 공간이다.

그닥 크지 않아서 장소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칸이 있어서 정리하기도 좋고 꺼내 신기도 좋고

자주 신는 신들을 넣어 두니 현관이 깔끔해졌다.

필요하면 하나 사지 그걸 주워 오냐며 남편이나

딸들은 못마땅한 표정들이다.

 

예전에는 아이들 옷도 얻어 입히고 물려 주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남에게 주기도 얻기도 어렵다.

주는 마음이라고 쉽지가 않다.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받는 사람은

마음을 다치지 않아야 한다.

버릴 물건과  나눌 물건을 구분하는 것의 인식이 부족해서

자칫 주고도 안 좋은 구설에 말리기도 한다.

그래서 주기 보다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은 버린 물건에서 필요한 것을 찾을 때가 있다.

 

빨래 삶는 솥으로 쓰고 싶다며 고장난 전기밥솥이 버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앞 집 여자에게는 그 날이 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