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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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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가을날에


BY 雪里 2005-11-12

우중충한  하늘 탓일까?

 

아침 설겆이를 하고 다른때 같으면 서둘러 밖으로 나갔을 내가

쇼파에 앉으니 눕고 싶다.

 

오전엔

화분 분갈이를 하고

마늘밭에 갈잎을 더 덮어주고

오후엔 화실을 다녀 오리란  머릿속의 계획은

쇼파에 앉을 때부터 빗나가고 있었다.

 

설풋하게  잠이 들었는지

잠결에도 팔목이 아파서 주무르기를 여러번 한 것 같은데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어 전화를 받다가

전화기를 떨어 뜨렸다.

 

"저 팔목이 아파서 못가요, "

수화기 속의 화실선생님은 팔목이 많이 아픈지 염려 하는  목소리다.

 

그정도는 아니다.

그냥, 날씨가 흐리꾸레 하다보니  몸 전체가 무거워서

누워있다보니 잠이들었고  그러다 보니 일어 나기가 싫고....

그야말로  엎어진김에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발동을 한 것이다.

 

오후가 되어도 하늘은 맑아질 기미가 없다.

이런날을 보고 친정엄마는

'저녁 굶은 시에미상 같다"고 하셨었다.

 

"일에 바쁜 며느리가 저녁을 늦게 시작하게 되면

집에 있는 시에미가 미리 준비좀 하면 될 것인데

우거지상 하고 앉아 며느리 밥상 들고 들어 올때까지 기다리는

그런 시에미가 낳은 자식한테는 시집 안가~!!"

나는 늘 그렇게 대답했었다.

 

말이 씨 된다고 했던가!

결혼후 얼마후부터 나는 장사를 시작했고

아침을 먹고 나가면 저녁엔 늦기가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어머님은 저녁을 해 드시고

며느리의 밥상까지 잘 준비를 해 두시곤 하셨다.

그런 어머님께 죄송스러워서 나는 나대로,

낮 시간에도 시간이 조금만 남으면 집에 들어가서 저녁 준비를 해 놓곤 했다.

 

세탁기도 없던 그 시절,

대 가족의 빨래를 손으로 다 비벼 빨며

그 틈새 시간에 김치를 담그고....

정말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었다.

 

아픈 팔목을 다른손으로 주무르며

통증의 원인을 아주 오랫적 시간에다 탓을 해본다.

며칠전 신경 욋과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정말 인정 하기가 싫었다.

 

"아끼세요, 몸을. 이젠 나이도 있곤 하니 막 부리면 탈 납니다."

내가 어느새 그럴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당에 널려 있는 콩을 슬리퍼 신은채로 질겅질겅 밟으니

까만 콩이  제법 튕겨 나온다.

재밌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작폈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동요몇곡을 내리 부르며 콩위를 빙빙 돌았더니 회색이던 기분이 밝아졌다.

콩대를 들춰보니 시멘트 바닥이 까맣다.

와~! 기분이 더 좋다.

목청 크게 불러도, 듣고 흉볼 이 없는 외딴 집이라  편하다.

 

마음은 아직도 동요를 부르면 신이나고

신이나면 손뼉도 치고 몸까지 들썩대며

영락없는 소녀 시절 그대로 이건만,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고

조금만 과하다 싶으면 탈이 나버려서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나의 직성을

깡그리채 묵살 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왕초수탉이 암탉들을 몇마리 거느리고 잔디밭을 질러 온다.

가을 걷이를 끝낸터라

집 쪽으로 못 오게 둘러 쳐 놓았던 그물망을 걷어 놓았더니

활동 반경을 점점 넓혀 앞 마당까지 탐색을 온 것이다.

수탉의 꼬리깃이 멋지게 늘어져 있다.

 

비둘기떼가 아랫밭에서  날더니  닭장뒤 산으로 숨는다.

장끼 한마리가 나에게 놀라

"꺼겅~!" 소리를 내며 날더니 채소밭옆 칡 덩굴밭으로 몸을 쳐 박는다..

잡을것도 아니면서 아니,잡지도 못하면서 쫓아가 본다.

괜한 짓이다.

 

비가 온다던 예보는 틀린 것 같다.

입동이 지난 하루해는 많이도 짧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