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허허롭게 나뒹구는 산길을 걷는다
생각을 묻어놓았더니 씨앗이 되어 내 가슴속에서 간간히 싹을 틔운다
몇년전인가
이곳 현등사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마지막으로 보낸곳 아닌가
문득문득 가슴이 울컥할때가 있으면 이곳이 그윽하게 그리워진다
그래서 남편과 문득 발걸음을 내딛어 현등사로 향했다
이곳은 나의 친정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엄마가 살아계실때도 몇번 갔었다
유난히도 엄마는 현등사 절을 좋아하셨다
계곡에는 큰 바위들이 많고 구름걸린 산자락에 우뚝 서 있는 현등사는
마음의 등불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를 그곳에서 보내드렸다
이 길은 고향의 포근함을 지탱해 주는 길이다
낙엽 쌓인 산길도 고향가는 길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스님이 자주 명상을 한다는 동암가는 위쪽에 아궁이가 보인다
한차례 낙엽을 모아다 태운 모양이다 흔적이 남아있다
그 아궁이에 마지막으로 입혀 보냈던 한복이며 신발이며 위패....
그것들을 태우며 오열하던 때가 얼마안된것 같은데 이렇게 태연하게
아궁이를 쳐다보는 내가 이상타
절터 이곳 저곳 낙엽들이 켜켜이 쌓여 나뒹굴고 있다
낭만이 짙게 깃들여야하는 가을 산길이여야 하거늘 곳곳에 안타깝고 애타는
숨소리만 나지막히 잔잔하다
눈물이 짙게 베였던 산자락과 절터 여기저기 볼수 없는 여운만이 감도는듯하다
남편과 탑을 돌며 발자국 마다 나를 사랑하는 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애뜻한 사랑을 찍어놓는다
혹여 이곳에 들리더라도 나의 발자취를 느낄수 있음 다행이라 생각한다
절터를 돌아 내려오는 길에 석간수가 몇방울씩 떨어져 옹달샘을 이루고 있다
옹달샘 몇 방울의 목을 축이며 절을 뒤에 놓고 한걸음 한걸음 내려 걷는다
현등사에서 내려 비추는 초저녁의 등불이 왠지 차거워 보인다
등불이라도 따뜻하게 보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텐데.....
초겨울을 내달리는 바람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