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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선물


BY 하늘사랑 2005-11-09

 


창문을 열면 멀지 않은 곳에 산이 있다. 그 산의 정경은 항상 푸르름 뿐이다. 내가 보이는 곳에는 소나무만 즐비 하게 놓여져 있기에 내 눈에 그저 사시사철 여름 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가을이지만 내 맘속에만 붉은 단풍이 물들여져 있다. 하도 오래 가을을 느껴 보지 못한 탓일까 그 생각조차도 그저 생각이라는 추측으로 일관해 버리니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양로원에 근무를 하면서 몇 년 전 너무도 오랜만에 어르신들 단풍놀이에 따라 간적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무슨 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넓은 공간 이었지만 산으로 둘러 싸인 그 절의 풍경이 너무나도 내 맘을 사로잡았던 느낌이 가을이면 마술처럼 내 뇌리를 스치곤 한다. 산속에 절이라고나 할까.


넓은 공간속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너무도 조용하고 아늑했던 그곳.

고즈넉하게 들려오는 작은 풍경소리를  기억한다. 그렇게 작은 체구에서 그렇게 큰 요란한 소리도 아닌 것이 “땡땡”하고 소리를 낼 때면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는 소리 없는 탄성을 자아내곤 하였다. 물론 나 역시도 “너무 예쁜 소리다” 하며 감탄을 했다.


낡은 절 기둥에서 풍겨져 나오는 오래된 나무의 내음, 은은히 코끝을 자극하는 향 내음들을 맡으며 감상을 한다. 계단 계단을 오르며 마음의 번뇌를 반성하고, 또한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 버리고 싶었다. 너그럽게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불상을 향해 그때의 내 고단함 들을 위로 받고자 참 애처로이도 바라보았던 내 맘속의 서글픈 눈동자를 기억한다. 내 서글픈 눈동자엔 아주 잠시나마 부처님의 따스한 미소가 약이 되기도 했다.


“부부이지만 신뢰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보상해 주십시오. 하루하루 힘들지라도 내일은  꼭 행복할거라는 믿음을 놓아 버리지 않게 도와주세요. 서로에게 욕심 부리지 않게 해 주세요.”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여전히 가을 하늘은 내 맘과는 다르게 푸르고 높기만 했고, 온 사방 동서남북을 번갈아 눈과 몸을 돌려 살펴 보니 산등성이 등성이 마다 오렌지 빛 주황색으로 산의 육곽을 그리고 골짜기 골짜기 마다에는 붉고 노란 단풍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그려 놓은듯 인간이라면 도저히 저런 풍경화를 그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산이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었지만 하늘과 산이 그렇게 가까이 있어 보이는 내 너무 가까이 있기에 산이 하늘을 먹어 버릴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바쁜 일정속에 잠시 나마 머물러 있었기에 오래 도록 맘 편히 구경 할 수 없었지만 짧았던 그 여운이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을의 풍경에 이끌려 작은 미련을 내 맘속에 심어 버리고 말았다. 아이를 키우고 시어른과 함께 있다 보니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내가 나를 바꾸려 하는 집념보다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가을도 그러하듯 봄도 여름도 겨울도 난 집에서만 느껴야 한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사철 나무의 푸르름을 보고도 가을이구나 하는 소리를 하면서 대중매체에서 흘러 나오는 방송이며 노래들을 들으면서 그들이 가진 주제로 계절을 인식해야 하고 그들이 하는 멘트에 의해서 나도 계절을 이야기 한다.


아이를 업고 산을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른들 끼니를 접어 둔체 풍경을 감상 할 수는 아직은 없는 일이다. 내 맘속에 아직도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만한 핑계가 이렇게 소스라치게 자리 한다. 그래도 가을이면 가까운 산에라도 가서 단풍을 보고 싶다. 지난 주에도 오랜만에 쉬는 남편에게 가까운 범어사에라도 다녀 오자고 하니 그러마 하더니 둘 다 언제 그러 했냐는 둥 말만 그렇게 하고선 또 다시 나는 밥을 하고 남편은 컴퓨터 게임만을 했다. 나는 서운해 하지도 않았고 남편은 기억이 없는 듯 그저 태연하기만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날 그 절에서 빌었던 소원 중에 하나는 이루진 듯 하다.


“서로에게 욕심 부리지 않게 해 주세요.”


가을도 이제 멀어져 갔지만 서로에 대한 욕심을 접었기에 빠듯한 삶이지만 맘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가을날 단풍을 볼 수 있는 논 요깃거리는 올해도 만들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한겨울의 첫눈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첫눈이 오면 우리에겐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길것만 같다. 그리고 창문을 열면 사철 나무에도 하얀 눈이 서려 있겠지.


사랑하는 우리 눈이 오는 날 처음 만났습니다. 하고 사진 한 장 올해는 꼭 남겨 두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