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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추억 몇 토막(2)


BY 개망초꽃 2005-11-04

다시 수락산을 올라야겠다.
남근바위를 만났다.
올라올 때는 그게 남근인지 기둥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는데
사타구니 밑을지나 위에서 내려다 본 바위는 남자의 성기와 똑같았다.
혹여 처녀중에 남자의 가운데 것을 못 봤다면 수락산의 남근 바위를 보러가라고
이 연사 힘차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고환 두개와 가운데 것과 주변 음모까지,사타구니 바로 아래 소나무가 음모를 상징한다고 한다.  내가 본 남근바위중에 으뜸이었다.
가운데 것이 쪼께 작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히히
 
산정상에서 막걸리 한잔씩을 하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바윗길이쏠쏠잖게 많았는데
밧줄을 너무 강열하게 잡아서 손에서 불이 난 것 같았다.
요령이 없어서 손에서 불이나는거란다.
나는 왜 바위만 보면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풀리고 머리속이 하얗게 바래는 것일까?
거시기에 힘 조절을 못했다면 오줌을 지릴뻔했다.
 
 
피아노 바위라고 선두가 다들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난 그 유혹을 뿌리치고 안전한 길로 내려왔다.
근데 한 여자분이 피아노 바위에서 산 아래 엄마를 찾으며 신음소리를 냈다.
다 내려와서는 망초꽃은? 하고 나를 찾는다.
나는 벌써 내려와 옛 추억에 젖어 있었는데...
일곱 살 때 대구에서 피아노를 배운적이 있었다.
그때 동네 부잣집에서 개인 교습을 받았다.
극성맞은 엄마는 날 유치원도 보내고 미술 공부도 시키고
그 시절엔 드물고 대단한 극성이었다.
음악쪽으로 타고난 재주가 없는 나였는데,엄마는 나를 윽박질러가며 피아노 집으로
데리고 가서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오호호 웃곤 하셨다.
미술은 내 스스로가 흥겨워서 잘 따라 했는데 피아노 배우러 가는 날은
지겹고 자신감이 없어 겁이 났었다.
바위라면 우회할 수 있다지만 엄마에게 끌려가는 것은 우회라는 것이 없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엄마가 계시면 과잉친절을 베풀며
"나비야 요 부분에선 이렇게 치는 거란다."하시며 내 손가락을 잡고 피아노를 통통 튕겼다.
그러나 엄마가 없는날은 인상을 쓰며
 "이렇게 치는 거라고 몇번을 말했니?" 하면서 피아노 건반을
타당탕탕 치면서 신경질을 내 온 몸에 뿌리곤 했다.
엄마가 있는날은 인절미도 주고 과자도 내오면서
엄마가 나만 맡겨두고 볼일을  보러 나가면 물한모금도 안주셨다.
가뜩이나 음악에 소질이 없는 내게 피아노 선생님은 공포의 마귀아줌마였다.
그러던 중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월남 참전 용사로 갔다가 돌아오신 후
시들시들 앓으시다가 결국은 사형선고를 받고
우리 가족은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난 그때부터 좋아하던 미술도 다 끊어야했다.
마귀아줌마를 안보는 건 춤출일이지만 미술을 안 배운다는 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피아노 바위는 양손으로 피아노를 치듯 바위틈을 잡고 박자를 맞춰 내려와야 한다고
들었다. 난 피아노에 소질도 없고 바위도 무섭고 해서 우회를 했다.
피아노 안 배우길 참 잘 한것 같다.
바위 건반을 안치길 참 잘 한것 같으다.
 
 
내려오면서 마당바위에 엉덩이를 방석삼아 깔고 앉아 다리를 뻗었다.
가을산빛은 깊디깊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자리에서 자신을 미련없이 털어내 흙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산에서 내려다 본 가을은 갈색계통이라 중후하고 차분하다.
지나간 옛추억 몇 토막과 남근 바위와 무섬증을 일으키는 바위 때문에
심장이 벌름거기고 들뜨고 후끈했는데, 가을산빛은 내 심장을 가라앉게 했다.
이제 좀 차분하다.
 
산 끄트머리에 소나무 오솔길이 나왔다.
"아~~솔 향 좋다." 다들 날씬한 소나무 다리와 은은한 향기에 반했나보다.
겉으로 좋다는 말을 연거퍼하면서 속으론 어떤 생각속에 잠겨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 길을 걷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옛추억의 길로 접어들 것이고,
어떤 이는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속상한 일을 날려버리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같은 감정으로 이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을 것이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추억이 다르고,생각이 달라도
우리들은 이 길을 걸었다.
소나무 향이 풀럭풀럭 떨어지는 10월의 마지막 산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