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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책로를 따라서..


BY 도영 2005-10-22

가을 들판에는 금가루를 뿌려 놓은듯이 가을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금가루 뿌려놓은듯한 들판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며

지난날 서글픔 가득했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이제는 웃을수  있는 나늘 본다

요즘 내가  애용?하는 들판길이 있다.

우리집에서 뒷길로 오분여 돌아가면 너른 평야가 나온다

아파트에 갇혀있어 답답했던 시야를 환하게 해주며 속이 탁 트이는 곳.

그 들판을 작은 읍내 흥해에서 18년 살면서도 몰랐었다.

아마도 들판길을 다닐만한 마음의 여력 없었거나

들판을 홀로 거닐만큼의 외로움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올 여름에 그들판을 처음 걸었을때

들판 초입에는 분홍색 들장미와 쌀알같은 꽃이 만개를 해서 향의 향연을 내뿜고 있었다.

꽃향의 향연에 취해서 잠시 머뭇대다 들판 길로 들어서면

잠자리 떼가 저공 비행을 하며 내 발밑에서 노닐었고 

벼가 익어가는 내음과 알싸한 풀향이

조금전 들장미와 쌀알같은 그 꽃향과는 다른 

어릴적 맡아보았던 고향의 향이 그득 했었다.

그후.

잠자리떼에 이끌려서 인지 벼익는 향과 풀향에 매료 되어서인지

그 들판을 종종 찾다가 지금보다 더 초가을날..작은 뚝넘어 마을이 궁금했다.

뚝을 올라가는 입구에는 양옆으로 대나무가 무성했는데

바람 부는날에 가보면 멀리서도 대잎에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대나무 너머엔 뭐가 있을까.늘 궁금했었다

 

그리고...지금보다 더 초가을날

무지개를 찾아나선 소녀처럼  대나무의 서걱거림을 따라 뚝방길로 올라갔다.

잔 돌멩이가 발에 체이는 길을 따라 뚝방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가니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위로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다리옆 과수원에서는 알알의 사과들이 열려 있었다

초가을날 오후 햇살을 받으며 그렇게 익어가는 사과나무 옆을 지나치면서

한알 또옥 따서 한입 베어물고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구기자 비슷한 루비색 닮은 열매들이 달린 과수원 철망을 지나자

한때는 번창 했을직함 주인없는 커다란 빈 양계장이

다가올 늦가을날에 쓸쓸함을 노래하는듯 했다.

 

마을이 가까워졌다.

마을로 들어서는 첫 골목 첫농가 담장에는 말라가는 포도잎 사이로

익디익은 까만 포도들이  단냄새를 풍겼고

포도가 익어가는 맞은편 칠벗겨진 파란 대문집에는

빨간 석류가 감나무랑  대추나무랑 가을햇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칠벗겨진 파란 대문집 마당 봉당위에서  늙은 촌로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낮선이에 발자욱에  개짖는 소리는 까무룩 졸고있던 촌로를 깨우며

골목길에 적막감을 흔들어놓자 내탓인양  잰걸음으로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골목길 앞에는 또하나의 개천이 흐르고  흰색 칠한 다리너머 에는

또하나의 평야가  멀어서 가물가물한 산아래까지 펼쳐져 있었다.

 

다리를 건너지는 않았다.

예전 양반가에서만 키울수 있었다던 능소화가 져버린

대문없는 집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려다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집 한채가 보였기에

그 흰집의 정체를 보려고 바쁘게 걸어갔다.

앞에는 개천이 흐르고

뒤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 그 사이에 평소 내가 설계하던 집에 다달으자.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바로 이런집이야 내가 꿈꾸던 집이 이런집이였어."

그림 같은 집이였다.

나즈막한 뽀족뽀족한 흰 울타리가 쳐진 하얀집은

나무 베란다와 거실은 높낮이가 거의 같은 통유리 안으로

거실과 주방이 훤하게 보였으며

그사이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반질반질한 나무계단이 놓여져 있었다.

방마다 흰색과 어울리는 연한 주홍커텐들이 나풀거리고

채송화 비슷한 작은 꽃들이 울타리를 한바퀴 삥 둘러 피어있었다

 

참 아름다운 집이 였다

오랫동안  그집앞에서 서성거렸다.

그집 마당에는 방울토마토가 익어갔고

장독대가 있는 그집 옆 잔디위에는 메뚜기가 톡톡 뛰어가다가

호미자루 그늘로 숨어버렸다.

 

그후..

그 그림같은 하얀 집을 보기위해

노을 지기전 나는 상막한 아파트를 나선다.

며칠전부터는 보라색 자전거를 타고 갈대가 활짝핀 뚝방길을 따라

그집앞을 천천히 지나쳐간다.

그리고 대잎 무성한 언덕길을 내려오며 황금 들판을 보며 나는 꿈을 꾼다.

십년후에... 나도 저렇게 집을 짓고 살으리..

열심히 주문을 외워본다.

주문을 외우다보면 소망이 이루어 진다나

그말만 철썩같이 믿고 말이다..

 

오늘은 토요일 ..

때꺼리를 장만하려 큰아들과 바다 낚시나 가야겠다.

지난주 낚시줄에 매달려온 놀래기에 놀래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아들이 놓쳐버린  그 놀래기를 다시잡으러 낚시대를 울러메고

칠포 바닷가 옆동네 청진이란 어촌으로

저녁 찬거리를 잡아와야겠다.

 

 

이천오년 시월 이십 이일 주말에..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