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이 맞아 들이기도 전에 가고 있다. 유난히 찬바람이 오스스 옷속으로 스며드는 주말이었다. 올해는 왜 겨울이 빨리 닥아 드는걸까?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 탓일까?
코스모스를 찾아 훌쩍 떠나던 어느해인가의 가을,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그와 난 말했었다. 가을처럼 살자고.... 알맞게 서늘 하고, 불타는 단풍처럼 뜨겁게, 결실을 맞는 계절처럼, 늘몸과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있게.... 그러나, 올해 가을은, 그렇지가 못하다. 시간에 ?기고, 직장에 매달리며, 나의 가을은 삭막하기만 하다. 바짝 마른 장작처럼....
그러나, 내마음 속에 살아 있는 기억 속의 가을은 풍요롭다. 벌써 28년전의 늦은 가을, 가슴뛰던 그가을의 나는 철부지 였지만,가을의 신부가 되어 그는 내게, 나는 그에게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했다. 그해 가을은 우리 젊은 부부에게 , 새로운 가을로 닥아 들었고, 그후로 우린 가을을 많이 사랑했다.
가을은 내게는 추억과 같다. 꽃보다도 더 아름답던 설악과 오대산의 단풍길을 남편과 아들과 걸었던 어느해의 가을,사진첩에 들어 있는 나는 단풍속에서 밝게 웃고 있다. 아마도 많이 행복한 가을이었나보다. 유난히 가을볕이 좋던 어느해, 제주도 여행중에 마라도의 흐드러진 갈대숲도 늘 내마음에 살아 있고,
경주 봉덕사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홀을 돌아 나오던 경주CC의 늦은 가을도 아름다웠다. 조명밑으로 깔리던 종소리는 초저녁의 가을과 어우러져 너무 귀한 추억으로 나의 기억에 남아 있다.
작년의 지리산 피아골과 쌍계사의 낙엽 빛깔은 또 얼마나 고왔던가!
난 요즘 추억만을 먹고 산다. 시간에 ?기며 가을을 모르고 지내기 때문이다. 아쉬운 가을, 이가을을 이렇게 보내야 하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