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는 연락 안한다고.......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얼굴도 모른다고.......
그냥 재미로, 장난으로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 즈음이었다.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날이 드물게 된 것,
셔츠 하나도 나 없이는 사지 않던 사람이 혼자 옷을 사들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
내 전화에 바쁘다 짜증까지 냈던 것,
함께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느낀 것.
이년도 넘는 그 긴 시간동안.......
백번 양보해서
그의 말대로 정말로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해도
그리고 마음에 그 여자가 있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꾸며대는 거짓이 아니라 해도
그의 마음에는 그 여자가 있었다, 그 자신조차 몰랐을 뿐이었겠지.
이제 덮고 넘어가자,
믿는 척이라도 하자 하지만
내 마음이 맑지가 않다.
이제는 그의 귀가를, 전화를 예전처럼 밝은 마음으로 반길 수가 없다.
무엇보다 큰 건 그를 믿을 수 없다는 것.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도.
단순한 재미이며 장난이었다는 것도.
믿을 수 있게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그때는 힘들어도 이렇게 못 믿어 힘 드는 건 덜했을 것을.
연속극 속의 영리한 여자들처럼
내색하지 않고 뒷조사를 완벽하게 끝내놓고
그 다음 말할 걸.......
그렇게 강력하게 오리발을 내밀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늦게 와도 일찍 와도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늦으면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 내 모습이 절망스럽고
일찍 오면 저렇게 일찍 올 수 있는 걸 그동안....... 그런 마음 때문에.
나도 큰 것을 잃었지만 그도 큰 것을 잃은 것이다.
언젠가는 그도 알게 되겠지.
자기가 한 짓이 무엇이며
잃은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내색을 하지 않고 지냈던 우리 아이,
환해진 아이의 모습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돌아가서도 안 되는 것을.......
내 마음 가득 차지하고 있던 그를
이제는 내보낸다.
앞으로 다른 많은, 좋은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힘들고 아픈 기간,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여기서 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은하수님이 올리신 글을 보았습니다.
글쓰기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에게 정말 그랬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죠?
위로와 도움 말씀 많이 해주신 에세이방의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