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45

바람 - 불신의 늪


BY 바람 2005-10-06

 

이제 다시는 연락 안한다고.......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얼굴도 모른다고.......

그냥 재미로, 장난으로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 즈음이었다.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날이 드물게 된 것,

셔츠 하나도 나 없이는 사지 않던 사람이 혼자 옷을 사들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

내 전화에 바쁘다 짜증까지 냈던 것,

함께 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느낀 것.


이년도 넘는 그 긴 시간동안.......


백번 양보해서

그의 말대로 정말로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해도

그리고 마음에 그 여자가 있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꾸며대는 거짓이 아니라 해도

그의 마음에는 그 여자가 있었다, 그 자신조차 몰랐을 뿐이었겠지.


이제 덮고 넘어가자,

믿는 척이라도 하자 하지만

내 마음이 맑지가 않다.

이제는 그의 귀가를, 전화를 예전처럼 밝은 마음으로 반길 수가 없다.

무엇보다 큰 건 그를 믿을 수 없다는 것.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도.

단순한 재미이며 장난이었다는 것도.


믿을 수 있게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그때는 힘들어도 이렇게 못 믿어 힘 드는 건 덜했을 것을.

연속극 속의 영리한 여자들처럼

내색하지 않고 뒷조사를 완벽하게 끝내놓고

그 다음 말할 걸.......

그렇게 강력하게 오리발을 내밀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늦게 와도 일찍 와도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늦으면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 내 모습이 절망스럽고

일찍 오면 저렇게 일찍 올 수 있는 걸 그동안....... 그런 마음 때문에.


나도 큰 것을 잃었지만 그도 큰 것을 잃은 것이다.

언젠가는 그도 알게 되겠지.

자기가 한 짓이 무엇이며

잃은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내색을 하지 않고 지냈던 우리 아이,

환해진 아이의 모습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돌아가서도 안 되는 것을.......


내 마음 가득 차지하고 있던 그를

이제는 내보낸다.

앞으로 다른 많은, 좋은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힘들고 아픈 기간,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여기서 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은하수님이 올리신 글을 보았습니다.

글쓰기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에게 정말 그랬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죠?

위로와 도움 말씀 많이 해주신 에세이방의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