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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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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 난 일상


BY 蓮堂 2005-10-06

삼복도 다 지나고 처서 추분도 다 지났건만 길기만 한 나의 일상입니다

하루가 서른 시간도 더 될것 같은 긴 시간은 잠시라도 날 붙들어 놓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해가 져서 날이 가고 달이 가서 내 짐이 좀 덜어 졌으면 하는 욕심은 정신도 흐리고 운신을 못하셔서 하루종일 누워만 계시는 친정 아버님을 뵈오면 죄책감에 숱한 눈물 쏟은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부모님 수발에 지친 오라버니 내외로부터 부득부득 우겨서 보쌈해 온 친정 부모님 수발에 하루가 너무 길기만 한 요즘입니다.

끼니수발은 물론이고 의복 수발, 잠자리 수발, 그리고 목욕에서부터 면도까지 모두 내 몫으로 남아 있다보니 잠시라도 숨 돌리고 나를 돌아볼 맘적 여유가 안 생기더이다.

할일도 많은데 모든 스케줄 모두 훗날로 돌려 버리고 오직 부모님에게만 매 달리고 있으려니 이 아름답고 눈이 부시게 좋은 날 내 감성은 먼지내음만 풍깁니다.

글을 쓸 맘적 여유가 없다보니 출판사 원고도 낼수 없고 만나자는 친구의 청도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정이 지난 시간이라도 두눈 동그랗게 뜨고 몇자 긁적여 보는데 이젠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피곤해서 골아 떨어집디다.

부모님을 모셔둔 방에 컴이 있으니 늦은 시간까지 톡닥거리는 소리 내기도 싫고 또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것도 풀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 때문' 이라는 탓은 절대로 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오늘의 나를, 지금의 나를 이자리에 있게끔 해 주신 은혜를 배반 하는 불효는 결코 저지르지 않을려는 맘 하나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날 어떻게 키우신 내 부모님이신데.......

잠시의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서 두고두고 한스러운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부모를 학대하는 사례는

아들이 일등이고 며느리가 그 뒤를 쫓고 그 다음이 딸이라고 하는 통계를 보고 아연했습니다.

늙고 병든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들의 그 머리와 마음 속엔 뭐가 들었을까가 친정 부모님을 대할수록 궁금해 지는 요즘입니다.

 

살아가면서 참고로 삼고 싶은 생각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시부모가 아무리 귀찮고 싫어도 내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피와 살을 나누어 준 분들 또는 내 아이들과 핏줄이 통하는 분들이라는 생각하는 맘이 조금만 들어도 그러하지는 않을거라는 거 새삼스럽게 떠 올려집니다.

젊은 나이에 깨닫지 못한 철학, 나이가 드니까 이제 철이 드나 봅니다.

부디 살아 계실때 효도 하자는 말 흔하게 하는 빈말이  아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