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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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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내 남편입니다


BY 동해바다 2005-10-03


사람들이 말하는 황금같은 연휴입니다. 바삐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3일간의 휴식, 제각기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갑니 다. 여행을 하고, 보지못한 가족과 친구들도 만나고, 쇼핑과 외식도 하곤 합니다. 저희에겐 휴일과 평일의 기준이 없습니다. 한결같이 얼굴맞대고 하루를 함께하는 휴일아닌 휴일이 몇년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안함 속의 행복은 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즐기려 합니다. 못났다고 손가락질하여도 내 남편입니다. 속없는 아낙이라고 흉봐도 내가 편하면 그만입니다. 딸아이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우리식구 모두가 지금은 평화입니다. 시장도, 산책도, 나들이도 늘 같이 합니다. 올가미라 생각했던 못난 생각도 떨쳐 버렸습니다. 나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남편은 그것을 사랑이라 둘러대며 다가오지만 이젠 거부하지 않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지금 이 순간 맘 편하고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남들 떠나는 황금같은 연휴에 긴 드라이브를 계획했습니다. 자주 다니는 7번국도 따라 길을 나서기로 했구요. 매일 바닷가를 다녀오는 30분짜리를 서너 시간으로 늘려 커피포트에 두어잔 마실 커피와 컵, 그리고 차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도 준비했습니다. 동해안 해변따라 경북 울진까지 내려가는 길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코스모스도 산국도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도 이젠 완연한 가을이었습 니다. 울진의 죽변항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길, 삼척 임원항에 내려 맛난 회 한접시 점심으로 채웠습니다. 몇평 되지 않는 횟집들이 즐비 한 임원항, 단체손님과 가족들로 붐볐습니다. 밥 두공기에 매운탕까지 거뜬하게 먹어치우곤 일어섭니다. 늘 그렇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숨어있던 복병이 언제 또 삐집고 나올지 모르지만 일 없어도 풍파없이 살았으면 좋겠습 니다. 산넘어 산이라던 그 산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그만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두런두런 얘기하며 나들이하는 이 시간, 조금은 뺏길까 두렵긴 하지만 제발 그 복병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바라보던 바다는 무척 평온합니다. 우리의 마음처럼... 얼마전 4차선 도로로 확장한 7번국도가 이젠 바다에서 조금 멀어졌습니다.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할수 있는 운치가 조금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방도로로 전락해 버린 한적한 해변을 타고 갑니다. 전망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커피 두 잔을 만들어 냅니다. 천혜의 고장에서 살고있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져 갑니다. 도시에서 살았던 자연스러움이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면서 나는 촌스러워져 갑니다. 뒤바껴버린 교통제도와 변해가고 있는 서울길이 점점 어색해져만 갑니다. 그럴수록 내 고장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집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아마 일생을 마치겠지요. 서로 상처주지 말고 살수 있는 부부였으면 좋겠습니다. 문명의 이기에 큰 상처받고 떠나버린 영자가 잠시 머물렀던 절에 들렀습니다. 영화 '봄날은간다'의 촬영지이기도 했구요...옛스런 멋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는 이 절은 인적이 드물어 더욱 좋습니다. 법당에 들어가 삼배로 마음을 또 한번 비웁니다. 함께 삼배를 하고 있는 남편과 나는 영원히 할 것입니다. 미워도 살아야 할 영원한 동반자이기에... 흐릿한 하늘 구름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키 큰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감도 익어가고 가을도 익어갑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지듯 익어가는 감처럼 행복도 무르 익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