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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모임 3


BY 은하수 2005-10-03

모임을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하기로 하였다.

내가 내는 차례이기도 했지만 집들이초대를 하는 셈이기에

그냥 사먹기도 그래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기로 하였다.

내 손으로 해먹이는 재미도 쏠쏠함을 알아가는 중이라

오랜 지기들에게 모처럼 정성 담긴 한끼를 해먹여 보고 싶었다.

 

메뉴는 매운맛스파게티, 참치샐러드, 베이컨감자구이, 버섯수프...

메뉴 선정을 마쳤으니 재료를 사러 마트로 가야 했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제품 스파게티도 맛있게 먹었었는데

나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수는 없기에

스파게티 소스의 유혹도 과감하게 뿌리쳐 가며 약간

반신반의하며 토마토 소스와 고추칠리 소스를 집어 들었다.

" 과연 어떤 맛일까?"

 

토요일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에

연분홍빛과 보라빛 들국화 화병으로 장식한 식탁 앞에 앉아

일단 수첩에 요리법을 간추려 적었다.

요리책을 넘겨가며 하는 것보단 편할 것 같아서.

간단해 뵈는 메뉴지만 재료도 복잡하고 절차도 많았다.

닭육수 한두수푼을 위해 닭다리를 삶고

파슬리가루를 만들고(이건 전날에)

레몬즙을 내고 땅콩을 다지고

루를 만들고 버섯과 믹서에 갈고 

야채를 채쳐 얼음물에 담구었다 건지고

감자를 찌고 속을 파내어 베이컨과 생크림으로 버무려 담고 굽고

국수를 삶고

베이컨과 양파를 볶다가

토마토소스, 칠리소스로 소스를 만들어 끓이고

휴우~ 바쁘다 바뻐~

하지만 고소한 냄새와 따뜻한 훈기로 어느새 집안을 가득 채웠다.

 

6시 반쯤 친구들이 도착하여

7시 조금 넘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먼저 양송이 스프...

얇게썬 양송이를 두조각 띄운 휘핑 크림으로 농도를 맞춘 갈색 스프는 맛있었다.

친구들이 스프 테이크아웃점을 차리라고 칭찬해 주었다.

스프 그릇을 들고 스푼으로 깨끗이 비웠다. 앗~ 이럼 안되는 거져~ 

 

다음은 양배추참치샐러드...

새콤달콤고소한 샐러드를 크래커에 얹어 먹는 맛도 예술이었다.

가만... 뭔가 허전하다... 다진 오이 피클의

짭쪼름하면서 상큼하게 씹히는 맛을 빼먹었군... 이런~ 

 

그다음 베이컨감자구이...

새콤한 크림과 고소한 베이컨과 담백한 감자의 조화라고나 할까~

새파란 파슬리가루가 먹음직함과 향긋함을 더하고...

감자가 주는 편안한 포만감도 좋고...

 

마지막 매운맛스파게티...

토마토소스와 마늘고추칠리소스를 사면서 가졌던 의심을 깨끗이 날려 주었다.

면은 넙적한 면과 가는 면 두가지가 섞여 있었는데 여기엔 가는 면이 더 낫겠다 싶었다.

또 스파게티 삶을 때는 시간을 충분하게 푹 삶아야 함을 알았다. 두 번 삶고 싶지 않다면...

또 소스가 충분히 비벼지긴 했지만 면이 너무 많아서(토끼들 몫까지 같이) 끼얹을 소스가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매웠고 맛있었다. 만족~

 

전에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맛있게 먹은 뒤에는

한단계 자신이 더 웃자랐음을

그전의 자신이 더이상 아님을, 또다른 내가 되었음을 느낀다.

이걸 성취감이라고 하나...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좋은 요리책 내지는 노하우, 좋은 재료, 정성이라고 본다. 

하나 더 있다면 여건에 맞는 좋은 메뉴 선정이라고 본다.

이상 요리 강좌 끝~

 

언니는 최근에 다녀온 사이판 바닷속 이야기를 해주었다.

에머랄드가 어떤 색깔일까?

에머랄드빛 바다가 보고 싶다.

갖가지 종류의 아름다운 물고기떼도 보고 싶다.

젠장~

언니도 한때는 음식을 곧잘 해서 우리를 초대하던 때가 있었다.

근데 요즘에 살림에 통 흥미를 잃었다 했다.

왠만하면 사먹는다 하였다. 가끔씩만 해 먹고.

그 옛날 우리를 초대해 주던 언니가 보고 싶다.

세월은 곱게만 흘러가 주지 않고

사람의 맘 속에도 결을 남기고 옹이를 만든다.

 

친구는 최근에 시엄니와 살림을 분가하였다고 하였다.

시엄니가 약간 대단하신 줄은 알고 있었는데

친구가 먼저 따로 살자고 했다 해서 당참에 다시 놀랐다.

왠만하지 않아서 그런 결정까지 하게 되었겠지만

암튼 다시한번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은

보통이 아닌 걸로 존경하기로 하였다.

 

같이 살지 않겠다고 하신 시엄니는 트인 분이란다.

그렇게 말씀하시기까지 시엄니가 많이 참으신 거란다.

며느리가 섭섭하게 느끼는 것은 그만큼 잘해 주셨기 때문이라나.

"그럴 수도 있겠군."

이사람 저사람 얘기를 여러 각도에서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 볼 일이기도 하지만...

 

과일과 녹차로 마무리하고

밀렸던 수다를 마저 떨고

잘 먹었다는 치하를 들으면서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손을 흔들면서 

활짝 웃으며 헤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