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구휴게소 (7:30) - 선자령 - 동해전망대 - 매봉(1173m) - 소황병산(1407m) - 노인봉 - 진고개(16:00) 05. 9. 14 / 8시간 30분 한달 간의 공백이 애간장을 녹이고 있었다. 지역적으로 바닷가를 찾아오는 손님들 접대 와 이글거리는 열하의 기온이 우리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8월이 지나갔 다. 더위도 객식구도 모두 빠져나간 한가로운 9월, 모처럼 계획했던 산행은 팔랑거리는 나비의 세력으로 일주일을 미루다 겨우 산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비 소식에 너도나도 빠진 13명만이 산행길에 나선 아침 잠시 비는 그쳐 있었다.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 8시간 예정의 산행, 3일전 다른 산악회에서 다녀온 반대 코스를 다시 한번 밟기 위해 대관령 옛휴게소에 도착하였다. 강아지풀 구절초 실비처럼 가느다랗게 내리고 있던 대관령 초입, 고개 푹 수그리고 있는 강아지풀에 은구 슬이 떨어질듯 송알송알 맺혀있고 올라가야 할 산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바짓가랑이가 적시지 않도록 스패츠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는 산, 우 비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벌써 허벅지가 흥건해질 정도이다. 8월과 9월의 차이는 아침부터 느끼는 그 기온에서부터 천양지차이다. 써늘한 기운이 살 갗에 와 닿음을 느끼면서 완연한 가을임을 실감한다. 가을과 구월, 어감에서부터 서로 닮아있어 9월 들어서기 바쁘게 사람들은 가을을 노래한 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살가운 9월, 그들은 왜 그토록 구월을 노래하며 붙 잡아 가두려는 것일까. 서둘러 이별을 예감하는 자들의 조급함이 스스로 저 자신을 갈병 환자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얗디 하얀 구절초가 그 색을 발하는 계절 9월에 눈물젖은 손수건마냥 젖어 있었다. 풍요로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이다. 구 절 초 안개비와 실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원을 걷다보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시 간 반가량 걷다 9시경 첫 휴식을 취했다. 선자령나즈목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으로 는 질퍽한 흙길이 공사중임을 알려주며 움푹한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불러들인 다. 길 옆으로 펼쳐진 초지, 삼양축산에서 100만평 부지의 목초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하여 관 광객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하니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자부 심을 가져볼만 하였다. 커다란 정수조를 엎어놓아 만든 듯한 전망대쉼터가 노란 울타리 속에 자릴잡고 있었다. 동해전망대였다. 어느 시인의 산 사랑하는 글귀가 목판에 써 있어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보니 울타리 위 작은 모형자동차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닐우산을 쓰고 나오는 소리음에 미 소가 번진다. 귀여운 발상 이랄까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좁은 휴게소 안에서 뜨끈뜨끈 한 컵라면 국물과 점심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11:10). 전망대 멀리 펼쳐 진 동해바다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리지어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람들 소 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고요한 숲속, 인적하나 없는 그곳에 우리가 걷고 있었다. 계 속되는 우중산행에 이젠 뜨거운 뙤약볕조차도 그리워지는 날, 젖어있는 숲속의 모든 생 물들에게 햇살에 탱그르르 비춰 떨어질 햇살조각이 그리웠다. 마사토 위에서도 깎아지 를듯한 절벽 위에도 야생화는 피어있다. 어디 뻗을자리 구하며 뿌릴 내리겠는가. 바람에 씨앗 흩날려 머무는 그곳이 내 삶의 터전인 것을... 정오무렵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니 목판에 새겨진 매봉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야생화 모두가 올망졸망 투명한 방울 을 달고 반짝거린다. 빗물에 불려난 내(川)가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르는 냇 물 에 평화로움이 그득해 보이는 곳, 마을은 없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과 뒷배경에 유 년의 동산이 떠 올랐다. 길게 누워있는 통나무 의자가 냇물을 옆에두고 길 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 한장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한장에 여운을 남기고 떠날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머무를수는 없는것, 발길은 다시 너른 초지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열매들이 앵두알처럼 투명 한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마다 또 매달고 있는 물방울도 작은열매였다. 혀를대 고 물방울 열매하나 톡 따 먹는다. 시원함이 상큼하다. 벌써 가을은 산길 잎새에 물들여 져 찾아들고 있었다. 숲길을 나오니 또 너른 초지의 발견이다. 초록과 갈색의 풀잎들이 은방울 구슬을 매달 고 저 위에서는 의연한 나무 한그루 수문장처럼 초지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한쪽으로 치우친 가지들이 안스럽긴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펼쳐진 초원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 무척이나 늠름해 보였다. 오후 3시무렵 도착한 소황병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봄철 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곤드레 나물에서 올라오는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길이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좁은 풀숲길을 헤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투구꽃 과 흰진범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 른다. 마치 작은새들의 합창이랄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얼마나 깜찍한지 꽃이 보 일때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머 얘는 부부인가봐 다정히 둘이 얘기하고 있네, 에구 외톨인갑다 외로워보인다 등등...어쩌면 그렇게 모습이 흡사한 지 희한하기만 했다. 가파른 산행길은 아니지만 장시간 길을 걷다보니 신발은 푹 젖어있어 무겁기만 하고 회 원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4시가 되어서야 도 착지 진고개휴게소에 다다른다. 아무 말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산의 넉넉함과 살아있는 생물을 볼수 있다는 것, 나 역시 살아있어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산인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산에 올라보자.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 다. 결의와 다짐 그것들이 내 안의 오만덩이를 떨쳐버리니 어찌 산을 가까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산은 여지없이 희생하며 끌어안는다. 잎새들의 축제가 다가온다. 아니 벌써 산속에 숨어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로 뒤덮힌 진고개 휴게소에 모두가 무사히 하산하였다. 긴시간 산행하며 쌓 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산이 베풀어 주었기 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구룡령까지 향할 다음 산행의 초입 진고개, 멀리 노인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한달 간의 공백이 애간장을 녹이고 있었다. 지역적으로 바닷가를 찾아오는 손님들 접대 와 이글거리는 열하의 기온이 우리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8월이 지나갔 다. 더위도 객식구도 모두 빠져나간 한가로운 9월, 모처럼 계획했던 산행은 팔랑거리는 나비의 세력으로 일주일을 미루다 겨우 산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비 소식에 너도나도 빠진 13명만이 산행길에 나선 아침 잠시 비는 그쳐 있었다.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 8시간 예정의 산행, 3일전 다른 산악회에서 다녀온 반대 코스를 다시 한번 밟기 위해 대관령 옛휴게소에 도착하였다. 강아지풀 구절초 실비처럼 가느다랗게 내리고 있던 대관령 초입, 고개 푹 수그리고 있는 강아지풀에 은구 슬이 떨어질듯 송알송알 맺혀있고 올라가야 할 산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바짓가랑이가 적시지 않도록 스패츠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는 산, 우 비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벌써 허벅지가 흥건해질 정도이다. 8월과 9월의 차이는 아침부터 느끼는 그 기온에서부터 천양지차이다. 써늘한 기운이 살 갗에 와 닿음을 느끼면서 완연한 가을임을 실감한다. 가을과 구월, 어감에서부터 서로 닮아있어 9월 들어서기 바쁘게 사람들은 가을을 노래한 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살가운 9월, 그들은 왜 그토록 구월을 노래하며 붙 잡아 가두려는 것일까. 서둘러 이별을 예감하는 자들의 조급함이 스스로 저 자신을 갈병 환자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얗디 하얀 구절초가 그 색을 발하는 계절 9월에 눈물젖은 손수건마냥 젖어 있었다. 풍요로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이다. 구 절 초 안개비와 실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원을 걷다보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시 간 반가량 걷다 9시경 첫 휴식을 취했다. 선자령나즈목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으로 는 질퍽한 흙길이 공사중임을 알려주며 움푹한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불러들인 다. 길 옆으로 펼쳐진 초지, 삼양축산에서 100만평 부지의 목초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하여 관 광객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하니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자부 심을 가져볼만 하였다. 커다란 정수조를 엎어놓아 만든 듯한 전망대쉼터가 노란 울타리 속에 자릴잡고 있었다. 동해전망대였다. 어느 시인의 산 사랑하는 글귀가 목판에 써 있어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보니 울타리 위 작은 모형자동차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닐우산을 쓰고 나오는 소리음에 미 소가 번진다. 귀여운 발상 이랄까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좁은 휴게소 안에서 뜨끈뜨끈 한 컵라면 국물과 점심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11:10). 전망대 멀리 펼쳐 진 동해바다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리지어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람들 소 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고요한 숲속, 인적하나 없는 그곳에 우리가 걷고 있었다. 계 속되는 우중산행에 이젠 뜨거운 뙤약볕조차도 그리워지는 날, 젖어있는 숲속의 모든 생 물들에게 햇살에 탱그르르 비춰 떨어질 햇살조각이 그리웠다. 마사토 위에서도 깎아지 를듯한 절벽 위에도 야생화는 피어있다. 어디 뻗을자리 구하며 뿌릴 내리겠는가. 바람에 씨앗 흩날려 머무는 그곳이 내 삶의 터전인 것을... 정오무렵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니 목판에 새겨진 매봉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야생화 모두가 올망졸망 투명한 방울 을 달고 반짝거린다. 빗물에 불려난 내(川)가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르는 냇 물 에 평화로움이 그득해 보이는 곳, 마을은 없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과 뒷배경에 유 년의 동산이 떠 올랐다. 길게 누워있는 통나무 의자가 냇물을 옆에두고 길 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 한장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한장에 여운을 남기고 떠날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머무를수는 없는것, 발길은 다시 너른 초지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열매들이 앵두알처럼 투명 한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마다 또 매달고 있는 물방울도 작은열매였다. 혀를대 고 물방울 열매하나 톡 따 먹는다. 시원함이 상큼하다. 벌써 가을은 산길 잎새에 물들여 져 찾아들고 있었다. 숲길을 나오니 또 너른 초지의 발견이다. 초록과 갈색의 풀잎들이 은방울 구슬을 매달 고 저 위에서는 의연한 나무 한그루 수문장처럼 초지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한쪽으로 치우친 가지들이 안스럽긴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펼쳐진 초원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 무척이나 늠름해 보였다. 오후 3시무렵 도착한 소황병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봄철 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곤드레 나물에서 올라오는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길이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좁은 풀숲길을 헤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투구꽃 과 흰진범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 른다. 마치 작은새들의 합창이랄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얼마나 깜찍한지 꽃이 보 일때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머 얘는 부부인가봐 다정히 둘이 얘기하고 있네, 에구 외톨인갑다 외로워보인다 등등...어쩌면 그렇게 모습이 흡사한 지 희한하기만 했다. 가파른 산행길은 아니지만 장시간 길을 걷다보니 신발은 푹 젖어있어 무겁기만 하고 회 원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4시가 되어서야 도 착지 진고개휴게소에 다다른다. 아무 말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산의 넉넉함과 살아있는 생물을 볼수 있다는 것, 나 역시 살아있어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산인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산에 올라보자.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 다. 결의와 다짐 그것들이 내 안의 오만덩이를 떨쳐버리니 어찌 산을 가까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산은 여지없이 희생하며 끌어안는다. 잎새들의 축제가 다가온다. 아니 벌써 산속에 숨어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로 뒤덮힌 진고개 휴게소에 모두가 무사히 하산하였다. 긴시간 산행하며 쌓 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산이 베풀어 주었기 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구룡령까지 향할 다음 산행의 초입 진고개, 멀리 노인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강아지풀 구절초 실비처럼 가느다랗게 내리고 있던 대관령 초입, 고개 푹 수그리고 있는 강아지풀에 은구 슬이 떨어질듯 송알송알 맺혀있고 올라가야 할 산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바짓가랑이가 적시지 않도록 스패츠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는 산, 우 비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벌써 허벅지가 흥건해질 정도이다. 8월과 9월의 차이는 아침부터 느끼는 그 기온에서부터 천양지차이다. 써늘한 기운이 살 갗에 와 닿음을 느끼면서 완연한 가을임을 실감한다. 가을과 구월, 어감에서부터 서로 닮아있어 9월 들어서기 바쁘게 사람들은 가을을 노래한 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살가운 9월, 그들은 왜 그토록 구월을 노래하며 붙 잡아 가두려는 것일까. 서둘러 이별을 예감하는 자들의 조급함이 스스로 저 자신을 갈병 환자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얗디 하얀 구절초가 그 색을 발하는 계절 9월에 눈물젖은 손수건마냥 젖어 있었다. 풍요로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이다. 구 절 초 안개비와 실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원을 걷다보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시 간 반가량 걷다 9시경 첫 휴식을 취했다. 선자령나즈목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으로 는 질퍽한 흙길이 공사중임을 알려주며 움푹한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불러들인 다. 길 옆으로 펼쳐진 초지, 삼양축산에서 100만평 부지의 목초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하여 관 광객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하니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자부 심을 가져볼만 하였다. 커다란 정수조를 엎어놓아 만든 듯한 전망대쉼터가 노란 울타리 속에 자릴잡고 있었다. 동해전망대였다. 어느 시인의 산 사랑하는 글귀가 목판에 써 있어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보니 울타리 위 작은 모형자동차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닐우산을 쓰고 나오는 소리음에 미 소가 번진다. 귀여운 발상 이랄까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좁은 휴게소 안에서 뜨끈뜨끈 한 컵라면 국물과 점심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11:10). 전망대 멀리 펼쳐 진 동해바다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리지어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람들 소 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고요한 숲속, 인적하나 없는 그곳에 우리가 걷고 있었다. 계 속되는 우중산행에 이젠 뜨거운 뙤약볕조차도 그리워지는 날, 젖어있는 숲속의 모든 생 물들에게 햇살에 탱그르르 비춰 떨어질 햇살조각이 그리웠다. 마사토 위에서도 깎아지 를듯한 절벽 위에도 야생화는 피어있다. 어디 뻗을자리 구하며 뿌릴 내리겠는가. 바람에 씨앗 흩날려 머무는 그곳이 내 삶의 터전인 것을... 정오무렵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니 목판에 새겨진 매봉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야생화 모두가 올망졸망 투명한 방울 을 달고 반짝거린다. 빗물에 불려난 내(川)가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르는 냇 물 에 평화로움이 그득해 보이는 곳, 마을은 없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과 뒷배경에 유 년의 동산이 떠 올랐다. 길게 누워있는 통나무 의자가 냇물을 옆에두고 길 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 한장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한장에 여운을 남기고 떠날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머무를수는 없는것, 발길은 다시 너른 초지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열매들이 앵두알처럼 투명 한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마다 또 매달고 있는 물방울도 작은열매였다. 혀를대 고 물방울 열매하나 톡 따 먹는다. 시원함이 상큼하다. 벌써 가을은 산길 잎새에 물들여 져 찾아들고 있었다. 숲길을 나오니 또 너른 초지의 발견이다. 초록과 갈색의 풀잎들이 은방울 구슬을 매달 고 저 위에서는 의연한 나무 한그루 수문장처럼 초지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한쪽으로 치우친 가지들이 안스럽긴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펼쳐진 초원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 무척이나 늠름해 보였다. 오후 3시무렵 도착한 소황병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봄철 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곤드레 나물에서 올라오는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길이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좁은 풀숲길을 헤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투구꽃 과 흰진범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 른다. 마치 작은새들의 합창이랄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얼마나 깜찍한지 꽃이 보 일때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머 얘는 부부인가봐 다정히 둘이 얘기하고 있네, 에구 외톨인갑다 외로워보인다 등등...어쩌면 그렇게 모습이 흡사한 지 희한하기만 했다. 가파른 산행길은 아니지만 장시간 길을 걷다보니 신발은 푹 젖어있어 무겁기만 하고 회 원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4시가 되어서야 도 착지 진고개휴게소에 다다른다. 아무 말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산의 넉넉함과 살아있는 생물을 볼수 있다는 것, 나 역시 살아있어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산인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산에 올라보자.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 다. 결의와 다짐 그것들이 내 안의 오만덩이를 떨쳐버리니 어찌 산을 가까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산은 여지없이 희생하며 끌어안는다. 잎새들의 축제가 다가온다. 아니 벌써 산속에 숨어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로 뒤덮힌 진고개 휴게소에 모두가 무사히 하산하였다. 긴시간 산행하며 쌓 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산이 베풀어 주었기 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구룡령까지 향할 다음 산행의 초입 진고개, 멀리 노인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실비처럼 가느다랗게 내리고 있던 대관령 초입, 고개 푹 수그리고 있는 강아지풀에 은구 슬이 떨어질듯 송알송알 맺혀있고 올라가야 할 산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바짓가랑이가 적시지 않도록 스패츠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는 산, 우 비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벌써 허벅지가 흥건해질 정도이다. 8월과 9월의 차이는 아침부터 느끼는 그 기온에서부터 천양지차이다. 써늘한 기운이 살 갗에 와 닿음을 느끼면서 완연한 가을임을 실감한다. 가을과 구월, 어감에서부터 서로 닮아있어 9월 들어서기 바쁘게 사람들은 가을을 노래한 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살가운 9월, 그들은 왜 그토록 구월을 노래하며 붙 잡아 가두려는 것일까. 서둘러 이별을 예감하는 자들의 조급함이 스스로 저 자신을 갈병 환자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얗디 하얀 구절초가 그 색을 발하는 계절 9월에 눈물젖은 손수건마냥 젖어 있었다. 풍요로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이다. 구 절 초 안개비와 실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원을 걷다보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시 간 반가량 걷다 9시경 첫 휴식을 취했다. 선자령나즈목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으로 는 질퍽한 흙길이 공사중임을 알려주며 움푹한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불러들인 다. 길 옆으로 펼쳐진 초지, 삼양축산에서 100만평 부지의 목초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하여 관 광객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하니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자부 심을 가져볼만 하였다. 커다란 정수조를 엎어놓아 만든 듯한 전망대쉼터가 노란 울타리 속에 자릴잡고 있었다. 동해전망대였다. 어느 시인의 산 사랑하는 글귀가 목판에 써 있어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보니 울타리 위 작은 모형자동차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닐우산을 쓰고 나오는 소리음에 미 소가 번진다. 귀여운 발상 이랄까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좁은 휴게소 안에서 뜨끈뜨끈 한 컵라면 국물과 점심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11:10). 전망대 멀리 펼쳐 진 동해바다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리지어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람들 소 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고요한 숲속, 인적하나 없는 그곳에 우리가 걷고 있었다. 계 속되는 우중산행에 이젠 뜨거운 뙤약볕조차도 그리워지는 날, 젖어있는 숲속의 모든 생 물들에게 햇살에 탱그르르 비춰 떨어질 햇살조각이 그리웠다. 마사토 위에서도 깎아지 를듯한 절벽 위에도 야생화는 피어있다. 어디 뻗을자리 구하며 뿌릴 내리겠는가. 바람에 씨앗 흩날려 머무는 그곳이 내 삶의 터전인 것을... 정오무렵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니 목판에 새겨진 매봉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야생화 모두가 올망졸망 투명한 방울 을 달고 반짝거린다. 빗물에 불려난 내(川)가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르는 냇 물 에 평화로움이 그득해 보이는 곳, 마을은 없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과 뒷배경에 유 년의 동산이 떠 올랐다. 길게 누워있는 통나무 의자가 냇물을 옆에두고 길 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 한장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한장에 여운을 남기고 떠날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머무를수는 없는것, 발길은 다시 너른 초지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열매들이 앵두알처럼 투명 한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마다 또 매달고 있는 물방울도 작은열매였다. 혀를대 고 물방울 열매하나 톡 따 먹는다. 시원함이 상큼하다. 벌써 가을은 산길 잎새에 물들여 져 찾아들고 있었다. 숲길을 나오니 또 너른 초지의 발견이다. 초록과 갈색의 풀잎들이 은방울 구슬을 매달 고 저 위에서는 의연한 나무 한그루 수문장처럼 초지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한쪽으로 치우친 가지들이 안스럽긴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펼쳐진 초원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 무척이나 늠름해 보였다. 오후 3시무렵 도착한 소황병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봄철 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곤드레 나물에서 올라오는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길이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좁은 풀숲길을 헤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투구꽃 과 흰진범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 른다. 마치 작은새들의 합창이랄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얼마나 깜찍한지 꽃이 보 일때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머 얘는 부부인가봐 다정히 둘이 얘기하고 있네, 에구 외톨인갑다 외로워보인다 등등...어쩌면 그렇게 모습이 흡사한 지 희한하기만 했다. 가파른 산행길은 아니지만 장시간 길을 걷다보니 신발은 푹 젖어있어 무겁기만 하고 회 원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4시가 되어서야 도 착지 진고개휴게소에 다다른다. 아무 말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산의 넉넉함과 살아있는 생물을 볼수 있다는 것, 나 역시 살아있어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산인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산에 올라보자.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 다. 결의와 다짐 그것들이 내 안의 오만덩이를 떨쳐버리니 어찌 산을 가까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산은 여지없이 희생하며 끌어안는다. 잎새들의 축제가 다가온다. 아니 벌써 산속에 숨어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로 뒤덮힌 진고개 휴게소에 모두가 무사히 하산하였다. 긴시간 산행하며 쌓 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산이 베풀어 주었기 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구룡령까지 향할 다음 산행의 초입 진고개, 멀리 노인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안개비와 실비가 오락가락하는 초원을 걷다보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시 간 반가량 걷다 9시경 첫 휴식을 취했다. 선자령나즈목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 앞으로 는 질퍽한 흙길이 공사중임을 알려주며 움푹한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불러들인 다. 길 옆으로 펼쳐진 초지, 삼양축산에서 100만평 부지의 목초지를 주민들에게 임대하여 관 광객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하니 같은 강원도민으로서 자부 심을 가져볼만 하였다. 커다란 정수조를 엎어놓아 만든 듯한 전망대쉼터가 노란 울타리 속에 자릴잡고 있었다. 동해전망대였다. 어느 시인의 산 사랑하는 글귀가 목판에 써 있어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찾아보니 울타리 위 작은 모형자동차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닐우산을 쓰고 나오는 소리음에 미 소가 번진다. 귀여운 발상 이랄까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좁은 휴게소 안에서 뜨끈뜨끈 한 컵라면 국물과 점심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11:10). 전망대 멀리 펼쳐 진 동해바다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리지어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람들 소 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고요한 숲속, 인적하나 없는 그곳에 우리가 걷고 있었다. 계 속되는 우중산행에 이젠 뜨거운 뙤약볕조차도 그리워지는 날, 젖어있는 숲속의 모든 생 물들에게 햇살에 탱그르르 비춰 떨어질 햇살조각이 그리웠다. 마사토 위에서도 깎아지 를듯한 절벽 위에도 야생화는 피어있다. 어디 뻗을자리 구하며 뿌릴 내리겠는가. 바람에 씨앗 흩날려 머무는 그곳이 내 삶의 터전인 것을... 정오무렵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옆에는 자그마하니 목판에 새겨진 매봉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야생화 모두가 올망졸망 투명한 방울 을 달고 반짝거린다. 빗물에 불려난 내(川)가 콸콸 소리내며 흘러내려가고 있다.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르는 냇 물 에 평화로움이 그득해 보이는 곳, 마을은 없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냇물과 뒷배경에 유 년의 동산이 떠 올랐다. 길게 누워있는 통나무 의자가 냇물을 옆에두고 길 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 한장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한장에 여운을 남기고 떠날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머무를수는 없는것, 발길은 다시 너른 초지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열매들이 앵두알처럼 투명 한 색으로 주렁주렁 열려있다. 열매마다 또 매달고 있는 물방울도 작은열매였다. 혀를대 고 물방울 열매하나 톡 따 먹는다. 시원함이 상큼하다. 벌써 가을은 산길 잎새에 물들여 져 찾아들고 있었다. 숲길을 나오니 또 너른 초지의 발견이다. 초록과 갈색의 풀잎들이 은방울 구슬을 매달 고 저 위에서는 의연한 나무 한그루 수문장처럼 초지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한쪽으로 치우친 가지들이 안스럽긴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펼쳐진 초원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 무척이나 늠름해 보였다. 오후 3시무렵 도착한 소황병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봄철 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곤드레 나물에서 올라오는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길이라 형용키 어려울 정도의 좁은 풀숲길을 헤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니 보랏빛 투구꽃 과 흰진범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 른다. 마치 작은새들의 합창이랄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얼마나 깜찍한지 꽃이 보 일때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머 얘는 부부인가봐 다정히 둘이 얘기하고 있네, 에구 외톨인갑다 외로워보인다 등등...어쩌면 그렇게 모습이 흡사한 지 희한하기만 했다. 가파른 산행길은 아니지만 장시간 길을 걷다보니 신발은 푹 젖어있어 무겁기만 하고 회 원들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4시가 되어서야 도 착지 진고개휴게소에 다다른다. 아무 말없이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산의 넉넉함과 살아있는 생물을 볼수 있다는 것, 나 역시 살아있어 이렇게 산을 오를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산인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산에 올라보자.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 다. 결의와 다짐 그것들이 내 안의 오만덩이를 떨쳐버리니 어찌 산을 가까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산은 여지없이 희생하며 끌어안는다. 잎새들의 축제가 다가온다. 아니 벌써 산속에 숨어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로 뒤덮힌 진고개 휴게소에 모두가 무사히 하산하였다. 긴시간 산행하며 쌓 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 모든것이 산이 베풀어 주었기 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구룡령까지 향할 다음 산행의 초입 진고개, 멀리 노인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