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가을 하늘이 안개에 가리고 햇빛이 무디게 비췰때 그 옛날 옥이가 해마다 보내는 가을도 이랫답니다
연탄불에 양은솥얹어서 밭을 짓고 찌그러진 냄비에 무국을 끓여서 짠지를 큰 그릇에 수북히 썰어놓고 보리밥을 국에 말아 식구들이 입이 터져라 먹던 시절이 잇엇습니다
어쩌다 고등어 한마리 대가리 까지 다 튀기면 뼈라도 남기면 안되는것처럼 그렇게 서로 먹으려다 엄마한테 욕을먹던 시절도 잇엇습니다
그런날 옥이가 살앗습니다
눈치보며 먹을걸 참앗고 하기 싫은 설겆이를 했고 뒤란에서 떨어진 알밤을 주워 입으로 떫은 껍데기를 퉤~뱉으며 속에 하얀 알밤을 홀랑 입에 다 넣고 볼이 불룩 나온 입을 손으로 밤이 튀나올까 막고 씹던 그맛이 옥이를 아침에 항상 여유롭게 합니다
조용한 뒤란 굴뚝 옆에 앉아 빗자루 옆에놓고 오독 오독 씹던 밤이 옥이를 그 가을 풍성하게 합니다
같은 또래 애들이 학교를 가느라 부산하게 지지대며 떠드는 소리에 옥이가 살며시 고개만 내밀고 지나는 애들을 보며 무슨 나쁜짓이나 해서 숨는거모양 혼자 절대로 들키면 안되듯 그러세 궁뎅이를 빼밀고 눈이 커집니다
숨도 천천히 쉬고 멀어지는 애들의 뒷 모습에서 옥이는 오늘도 혼자 집에서 놀아야 하는구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친구도 아닌 또래 애들이 멀어지자 소리도 작아지고 옥이는 다시 뒤란 풀숲에서 알밤을 찾습니다
이슬에 아직 걷히지 않는 밤나무 밑에서 옥이가 눈이 동그래 지고 나무 작대기라 바빠집니다
엄마가 중풍이라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허드랫일을 하는 옥이
정말 불쌍하고 나중에 이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미래를 한번도 생각 해본적이 없는 옥이는 아침마다 학교가는 친구가 얼마나 부러운지 조그만 움직임도 옥이는 그 친구들에게서 놓치지 않습니다
하얀 윗도리에 까만 후리아 치마 하얀 양말에 권색 운동화 거기에 하얀 신발끈이 어찌나 부러운지 신발가게 가면 항상 그 운동화를 신어봅니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그 말을 하지 않고 옥이 혼자서 가슴에 채워 봅니다
"학생 그 신발 새로 나온거라 천이 좋아서 빨아 신어도 항상 새것 같아 신어봐"
"아~~예 아직 집에 잇어요 신발 그냥 이뻐서 신어 봤어요 떨어지면 아줌마 한테로 올께요"
옥이는 얼른 거짓말을 하고 그 가게를 나와서 어디론가 마구 뛰어 갑니다
그 아줌마가 거짓말을 눈치챌까 겁이 나서 입니다
시장에서 또래 교복입은 여 학생들이 오면 얼른 등을 돌려 지나가길 기다렸고 아니면 골목으로 숨어서 그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집에서 처럼.......
그게 부러운건지 모르지만 그저 옥이는 그 아이들한테 같이 잇으면 혹시라도 그 애들이 면박이라도 줄까 아니면 그 아이들이 챙피하다고 할까바 죄인이 된것처럼 피해 다닙니다
옥이는 혼자 가을 햇살에 뒤란에서 샌디와 함께 잇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거기는 샌디도 옥이 말이라면 고개 숙이고 밤나무도 옥이 행동에 말이 없고 가끔씩 다람쥐도 볼수 잇어 옥이는 뒤란에서의 하루를 제일 좋아합니다
아무도 없고 욕 하는 사람도 없고 샌디가 기분 맞춰주고 바람에 알밤이 옥이를 즐겁게 합니다
땅속의 쥐들도 옥이를 웃게하고 무엇보다도 굴뚝이 따뜻해서 행복합니다
그 옛날 가을 아침 옥이가 잠시 행복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