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잿밤엔 커다랗고 요란하게 비가 내렸다. 오랜 가뭄에 반가운 단비.
문을 열고 한참이나 어둠속의 아스팔트위에 떨구어지는 빗물을 바라보았다.
하루종일 몸살 비슷한것에 한동안의 피곤을 잠으로 풀었더니 답답하기도 하여.
오늘 오전내 가만가만 적은 소리와 함께 비가 내렸다.
커다란 화분에다 씨를 뿌렸는데 공간이 좁은 탓인지 가늘게 자란 까만 옥수수를 지난 주일에 갯잎과 함께 옮겨 심었는데 오랫만에 밤새도록 듬뿍 물을 마신탓인지 초록의 가는 긴잎들이 생기를 띄고 있다.
도라지도 힘겹게 싹을 틔우고 겹겹으로 잎이 나오고 있고 얻어온 귀하고 귀한 커다란 화분에 심기운 은행나무도 아주 작은 잎새로 싹이 트이고 있다.
분홍색 래몬나무도 드디어 꽃봉오리가 터지고 있고 오랜지 나무엔 하얀 꽃봉오리들이 촘촘이 맺혀있다. 밤새 내린 비의 위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것 같다.
공식적으로 두주 방학이다.
딸아이의 대학은 이곳과 달라 벌써하고 돌아간지 오래고.
아들은 마지막 학기, 이틀만 학교에 가는데 요즈음은 얼굴본지가 언제인가 싶다.
아니 스치며 얼굴은 간혹 보았지만 대화한지가 퍽이나 오래된 것일게다.
낮에는 내가 나가고 밤에는 아들이 나가고.
방학을 이용하여 하는 600여명의 아이들의 수련회가 오늘부터 시작하여 준비하느라
바삐 돌아다니고 어제부터 컨프렌스 센타로 들어갔다.
목요일엔가 한보따리 빨래를 짐어지고 올것이다.
얼마전 부터 방학때 해야지 하면서 미루어 놓았던 일을 시작하였다.
싱크대 바로밑의 부엌찬장과 오븐밑의 찬장과 냉장고 정리.
그리고 아들 컴푸터 책상 서랍에서 내것을 다 꺼내고 비워주기.
아마도 이것이 이번 방학동안 할 집안일의 거의 전부일것이다.
오늘 하루 집안일 하고. 내일부터는 신나게 바깥을 나다닐 계획을 한것처럼 꼭 해야할것만
집어내어 오전내 쉬엄쉬엄 전화수다와 함께 마쳤다.
한 몇주, 그동안 바빴던 것만큼이나 편히 쉬고 싶은 방학이다.
내일은 켄베라 "튜울립 축제"를 간다.
21인승 뻐스를 빌려서 나가는 두 학교의 여러 나라 아줌마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모여 가는 것이다.
단연코 중국인들이 많고 월남인, 호주인 그리고 한국인은 나와 한명이 더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부담없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여 이 모임을 오히려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주엔 중국식당에서 "얌차" 점심식사 스케줄이 잡혀져 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들. 전혀 꺼리낌없이 편한 사람들.
그런데 비가 내린다. 반갑운 귀한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에서 켄베라는 지금 현재 비가 내리고 있고 내일 개일것이다라고 하는데.
나야 빗속을 걸어다니며 노는것 더욱 재미있을것 같지만.
이곳 봄엔 여러곳에서 "꽃 축제"가 열린다. 주로 튜울립이 주를 이룬다한다.
그 중에서도 켄베라의 튜울립 축제는 감탄할 만큼 거대하다고 하는데 학기초와 말에만 오가니 꽃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곳을 시기를 나누어 심어 한쪽에선 피고 한쪽에선 지고,
피고 지고, 지고 피고 또 한쪽에는 봉오리 져있고.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말만들었지만 내일이면 보게 될텐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계속 오면 ...
저녁시간에 요란히 전화벨이 울리기도 하겠지만.
30년이 가까와 처음가는 꽃 축제인데 설마하니 ..
아무리 귀한 단비라 할지라도 잠깐은 쉬어주겠지. 멈추어 줄것이다.
난 벌써 카메라와 필림을 챙겨놓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