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이사 문제로 주위에서 잘본다는 할머님한테 간적이 있었다. 이것 저것 이사날짜도 알아보고, 아들이며 남편일이며 몇가지 물어봐도 애매모호한 대답뿐.. 으레 그려려니 하고 일어서려는데... 가려는 날 불러세우시더니...할머니 말씀인 즉 평생을 나 혼자만을 바라보고 사는 남자가 있단다... 무슨말인가 의아해 하는데 지금 사는 남편 말고 옛날부터 나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단다. 지금도 나를 못잊고 있다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ㅋ
영락없는 아줌마 그자체인데...왠 짝사랑...
발길을 돌려서 집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오는데, 문득 떠오르는 남자가 있었다.
그래 맞어.. 유난히도 나를 좋아해주던 한 남자가 있었는데.. 설마! 그 남자가 아직도 나를 가슴에 품고 살까? 15년이 지난 지금도!!!
참 오래도 잊고 살았었는데... 지금 난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고 있기에 이젠 여자인지도 잊고 살았었는데... 그 할머니의 다른 말들은 하나도 믿기지 않아 그저 이사 날짜만 받으러 갔었는데... 유난히 그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믿고 싶은건? 정말 우습다.
예쁘지도 그렇다고 요즘 나오는 몸짱 연예인처럼 몸이 날씬하지도.. 그저 10여년전의 삼순이 처럼 뭐 그저 나이든 분들이 좋아할 맏며느리감 정도로 그렇게 내 젊은 미스시절을 보낼때였다... 잘생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누가 누굴 좋아한다더라 하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말에도 즐거워 하는 그런 시절...회사동료들과 때론 친구들과 그렇게 어울려 다니며 내 나름대로의 미스시절의 추억의 페이지를 채워 갈때쯤 유난히도 내 주위를 맴도는 남자가 있었다... 난 으레 그랬던 것 처럼 나의 단짝이었던 언니를 좋아하는 뭐 그렇고 그런 남자인걸로만 오해하고.. 언니는 좋겠다라며 시샘정도만 했었다...
어느날..... 회사 근무중에 유연히 그 남자와 둘이 있을 때가 있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첨 봤을때부터 좋아했다고 고백을 했다.
순간 당황이 되었고,,(난 그 당시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나 역시 짝사랑)
그 남자는 내가 좋아하던 남자보다 훨씬 키도 크고 잘생긴 사람이었다...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그 사람은 내가 짝사랑 하는거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있지만 자기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난 너무 당황스러워 그 자리를 피해버렸고... 그 남자의 나를 향한 사랑은 그때부터였던거 같다... 퇴근 시간이 되어 동료들과 재잘재잘 떠들면서 지하철을 타고 갈때면 멀리 열차 한켠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내가 집으로 들어가는걸 확인을 하고는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그 남자는 고학생이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교생활도 병행하는... 참 가난했던 사림이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그런 행동때문데 동료들에게 우쭐대기도 했었고,,, 동료들의 떠밀림에 어쩔수 없이 그 남자와 데이트라는걸 하기로 했다. 데이트날... 레스토랑에 갔다. 그 남자.. 첫 데이트에 대뜸 지갑을 보여주었다.. 당황했지만 얼떨결에 지갑을 열어 본 나는 내심 놀랐다. 지갑에는 만원 짜리 지폐가 가득 있었다..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조금씩 책값 차비 아껴가면 모은거란다. 순간 난 가슴이 턱 막혀왔다. 오늘 나를 위해 그 돈을 다 쓰고 싶다는 그를 바라보며 난 조금은 그가 부담스러웠다.
난 그 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웠고 우리의 데이트는 그냥 그렇게 점심 한끼로 끝이 났다.. 그 뒤로도 그 남자의 나를 향한 눈길을 여전했고... 난 그런 그를 그냥 무시했다... 부담스러운 맘에 내가 짝사랑 하던 남자를 대동해서 그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었고.. 일부러 남자를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 남자는 1년에 한번씩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를 잊기위해 미팅도 하고 했지만 잊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나를 잊을 때까지 1년에 한번씩 전화를 한다고 했다.
만약 전화가 오지 않으면 나를 잊은거라고... 말을 남기고.. 그 후로도 그는 우리가 첨 만났던 그날 1월 2일에 전화를 몇번.. 3년을 넘게 하더니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그 후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그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었는데... 문득 그 할머니의 말에 그 남자가 생각이 난걸까? 난 참 이기적이다.
그가 아직도 날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걸까? 지금의 내모습에 약간은 웃음이 나온다... 그날 신랑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나도 예전에 나를 그렇게 좋아해준 사람이 있었노라 큰소리를 쳐보지만 남편은 콧방귀도 안뀐다.
그 일이 있고 난후부터 난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사실 남편은 모르게 가끔 한번씩 그를 생각한다. 뭐 정신적인 외도니까, 아님 그냥 그런 추억이니까 이해해주겠지?
예전에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내 평생 나를 그렇게 좋아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아마도... 그런 일을 없을 거 같다. 울 남편 지금도 나를 호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싶다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스스럼 없이 하기도 하고 애기야라든가 라는 요즘 유행하는 말을 하고는 한다.. 주책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런 남편에게 감사하고 그런 남편이 때론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옛날 그를 생각하면 왠지 내 자신이 더 예뻐보이고 맘이 설렌다.
언젠가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철없을 적 누굴 좋아하고 만난적도 있었건만 유난히 그 생각이 많이 난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여자랑 살까. 나 혼자만의 이기심이겠지..
그 역시도 예전에 한때 그냥 조금 좋아했던... 지금은 기억도 이름도 희미해진 그런 여자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난 아직도 그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그 할머니의 말씀대로 믿도 살고 싶다.ㅋㅋㅋ
그래야 내가 아직도 여자로 느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