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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석 명절이야기(추석)


BY 행복맘 2005-09-22

 

결혼 4년차 주부인 나는 다섯 며느리의 셋째 며느리로서 조금씩 명절에 대한 시댁의 풍습을 알아가고 있는중이다.

지난 추석명절때엔 여차저차한 이유로 모두 모이지 못했던 친척분까지 모두 모인 대가족의 명절을 치르느라 다섯 며느리들은 부엌에서 나올 시간도 없이 많은 일들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맘씨좋은 시어머니 잔소리대신 질박한 입담과ㅏ 큰형님의 재치만발 농담이 번져가면서 부엌바닥은 한시름에 웃음바다가 되었고 우리 동서들과 난 힘든줄도 모르고 일을했다.

전날 제수음식 준비를 위해 시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우리다섯 며느리들이 나란히 함께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달리는 차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명절을 준비하는 무게가 실린 분위기 보단 즐기는 가벼운 분위기로 일을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배려해주신 시어머님 덕에 우린 그저 친정집에 놀러온 기분으로 향하는 제수음식 장만하러 가는 발길은 모두들 즐거움의 도가니였다.

아버님이 앞서서 가시면서 큰형님은 오랜 연륜에 맞게 제수 음식에 필요한 재료들을 꼭꼭 쪽집개 처럼 시장바구니에 담았다.

굴비도 작은 것으로 골랐고 곶감도 빨갛고 잘익은 놈으로 담고 배는 올해 배값이 비싸다면서 딱하나 가장 굵고 좋은놈으로 고른 시아버님의 의견에 따라 바구니에 담겨졌다.

나물도 고사리는 사지 않기로 했다.

시아버님께서 작은 앞산을 오르내리면서 제수음식에 쓰려고 한움큼 따서 말려놓은것은 불려놓았기 때문이었다.

무도 농사지은것으로 배처럼 달고 시원한 놈으로 미리 골라놓았고 콩나물역시 까만콩을 시루에 얹어 정성스럽게 노오랗게 길러놓았다.

사과는 빨갛고 다홍빛깔이 나고 벌레억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골라담았다.

큰형님의 물건고르는 손끝이 맵다.

"아줌마"..우리 멀리서 왔는데 좀 깎아줘요"하며 아줌마가 안된다고 해도 한줌더 얹어 버리는 능숙한 큰 형님에게 아줌마는 웃음으로 졌디는 신호를 보낸다.

가을 추위가 꽁꽁 얼어붙은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하지만 조상을 모시는 마음 만큼은 더 정성스럽고 따스하여 항상 좋은것을 올리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아버님의 모습, 이것저것 제수에 필요한 것들을 사다보니 어느새 장바구니가 제수음식으로 꽉 채워졌고 시아버님은 그것들을 트렁크 안에 싣었다.

기분좋게 제수음식을 다 사놓고 한시름 더시는 시아버님은 담배대신 바카스 한병을 비우신다.

다섯 며느리들이 함께 제수음식을 사서 손수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에 타고 온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가 보다.

차가운 인상대신 부드러운 웃음으로 며느리들에게도 캔 음료하나씩이 나눠진다.

우리가 제수음식을 보러간 사이 시어머님의 손은 더욱 바빠지신다.

둘째 형님이 방앗간을 하는데 그곳에 가서 송편을 만들어 오시랴 전을 부치랴 부엌에서 부산을 떠신다.

그 사이 시아버님의 안전하고 능숙한 운전솜씨에 우리 며느리들은 이런저런 삶의 얘기와 농담섞인 웃음을 섞어넣으며 시댁으로 돌아온다.

시댁에는 벌써 많은 손님들이 자리하고 떡이 나가고 간소한 수정과와 음식들이 어머님의 매운손끝오로 정돈되어 상에 오른다.

이렇게 많은사람들이 모였어도 항상 웃음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의 이야기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추석명절은 어느새 행복하게 물들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모이면 웃음꽃이 피는 추석이 된다.

큰돈과 부가 없어도 평범하지만 행복한 사람들과 사랑 그리고 정이 흐르는 명절,서로 웃으면서 송편을 빚고 다과를 내고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추석이 된다.

그래서 명절을 부담스럽지 않은 행복한 가족 행사로 잘 이끌어간다.

난 그런집안의 머느리가 아닌 딸로서 즐겁게 명절을 지켜가는 법을 알아갔다.

그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나의 어머님 그리고 형님과 동서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리라..

술을 마시고 흐트러진 시댁의 풍습은 볼수없었다.

남자와 여자 모두가 의미있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 위한 서로의 배려와 사랑안에서 명절은 더욱 의미있고 행복한 날들이 되어간다.

여자들은 일만하고 남자들은 즐기는 명절이 아닌 함께 즐기고 배려하는 명절로 이어갈수있게 해준 나의 명절 난 명절이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은 행복한 날 진심으로 기다려지는 날이 될수있게 해준 우리 가족에게 한없는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언제나 바다처럼 넓은 시아버님과 시어머님 그리고 다섯 며느리가 함께 하는 추석은 설레임으로 기다려진다.

어린시절 설레이며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의 추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