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님이 올가을에 며느리를 보았습니다. 조카가 제법 나이가 든 탓일까 며느리도
삼십을 님은 나이라 그리 새색시 티는 나지 안았지만 그래도 다소곳한 모습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제법 차례음식을 야무지게 만들더군요.
깔끔을 떠는 큰형님은 전부칠땐 집안에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항상 바깥에서 전을
부쳤는데 그날따라 비가 억수로 퍼붓는탓에 할수 없이 우린 화장실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에도 겨울에 제사가 걸리면 님 추운관계로 화장실에서 전을 부쳤기에
나로선 별루 이상할것이 없었지만 며느리는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비록 현대식 화장실이지만 며느리는 자꾸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거에요.
저도 처음엔 상상할수가 없었지요.
어떻게 음식을 화장실에서 만들수 있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형님의 생각이니 어쩔수 없이 하라는 대로 하기 하지만 며느리의 눈에는 정말
이상 요상 야릇했을꺼에요.ㅋㅋㅋ
새며느리는 첫 시집와서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나이탓인지 제법 야무지게
잘하더라구요. 그런데 허리가 아픈지 자꾸 일어섰다 앉았다를 되풀이 하면서
어쩔줄을 모르더라구요.
저도 처음 시집와서 시어머님에 나이드신 큰형님까지 모두 어려워서 말한마디
못하고 죽도록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온몸이 녹초가 그만 몇일을 못일어
났던게 생각이 나더라구요.
올 추석은 형님의 새며느리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며느리가 본 시댁의 느낌은 어떤것이었을까요?
혹 친정에 돌아가 화장실에서 전부쳤다고 흉은 보지 않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