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게
말을 걸어 말하게 했던 추석이다.
온 가족이 당연히 다아 모여야 제맛인 명절인데
난 오랫동안 왕래를 안 한 관계로 명절의 들뜸도 어색하다.
하긴 얘들이 이렇게 커버렸으니
꼭 말로 해야 제 맛인가?
남편이 제의한다.
네 남편어머니니 한 번만 얼굴보러가자!
나도 어이가 없는 이런 상황에
어거지 드라마 줄거리라도 엮어지지 않을 애기다.
이젠 어머니쪽에선
큰 며느리가 어떻쿵 저러쿵 떡치는 말씀은 이미 중단된지 오래다.
샛서방 얻어간 큰 며느리 명절때 안 온다고 잔소리한들
그 말씀 곧이 곧대로 들어줄 가족이 없나보다.
그래서 난 갔다.
아무것도 안사고 당연히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어마니가 많이 늙으셨다.
되레 어머니는 나보고 그런다.
니 몸은 괜찮아보인다고 그러신다.
막내동서가 힐끔힐끔 내눈치를 본다.
혹시 오자마자 넙죽 인사만 하고 건강하십시오말만 하고
갈까봐 그런가 보다.
그 동안 큰 며느리 휴직하는 동안 막내동서가 어머니 모시느라 수고한 것도
안다. 대신 큰 며느리와 어머니사이를 더 멀리 떨어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셋째동서가 한 번 불러 동서 시집살이를 호되게 시켜야한다고 나에게 큰 형님이니
할 자격있다고 권리주장하라고 했던 일도 몇 년전이다.
난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사실이야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이고
애써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건 어머니가 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내리로 흘려보내고 싳지 않았다.
아뭏튼 아버지나 어머니나 동서나 시동생들이 나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주방으로 갈려니 막내동서가 아예 손을 내두른다.
시동생은 내 앞에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이게 아니었다.
내가 어려운 사람이었나? 원래.
난 조용히 말을 했다.
" 어머니 ! 나 부엌에 있을래요.
오랜만에 어머님 아버님에게 된장찌게라도 끓여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얼른 피해주었다.
그동안 나 없는 세월을 비켜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