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다. 남편도 우상으로 하면 안 되는 거라고.
교회를 가지 못하게 해, 대신 그에게 말하지 않고 아파트단지 성경공부를 다녔었다.
그때 인도하시던 분이 하신 말씀이었다.
나에게 다정하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잘 하지도 않고,
친정에 기본적인 도리도 안하고,
그래도 그가 말하는 것을 거의 그대로 따르며 살았다.
하지 말라하면 하지 않고, 하라면 하고.
그가 주는 어려움 - 여자 문제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었다.
예전에 들은 말.
남자친구가 핸드백을 들어줄 만큼,
핸드백 들고 여자화장실 앞에서 기다릴 만큼 자상했고
그런 게 좋았는데
결혼 후 보니 자기만이 아니라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다는,
그래서 화가 나 첫 부부싸움을 했다던 말.
그런 남자가 아니라서 모든 여자에게 불친절할 거니까 아닐 거라 생각했을까.
누구의 잘못이든 늘 지적하니 도덕적인 남자라 생각했었을까.......
그의 말.
자기가 한 것은, 다른 여자와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도의적인 잘못이고,
내가 핸드폰을 본것은 법적인 잘못이라고.
텔레비전도 못 보았느냐고. 부부사이에도 핸드폰을 보는 건 법적으로 잘못하는 거라고..
그리고
전화통화 내역도 안보여주겠다,
내가 듣는데서 그 여자에게 그만두자고 전화도 안 하겠다 한다.
예전의 난 - 그랬었다.
그가 운전하는 옆자리에 앉아 어디를 가는 시간이 참 좋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럴 때는 주로 시집일 때문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 추석.
올라가는 차 안.
중간에 그냥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내려오는 차 안. 길이 밀리고 있었다.
가슴이 턱 막혔다. 내리고 싶었다.
긴 시간 어떻게 있나 생각만 해도 숨쉬기조차 힘든 느낌.
외면하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알았다.
올라갈 때 계속 내리고 싶었던 것은,
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굴어야 해서도 아니었고,
시집 차례를 가는 게 싫어서도 아니었다는 걸.
그때 가장 싫었던 건
그와 한 공간에서 가까이 있어야 하는 거. 그것이 견딜 수 없었다는 것.
그 때 알았다. 내가 변한걸, 내 마음이 변한 걸.
그동안 그는 그랬었다.
아무 연락 없이 열두시 도 넘게 늦게 와서
누구 만났냐면 말하기 피하고 사생활 침해라고 하고.
나에게 그랬던 그가
그 여자에게는
수시로 모든 일정을 다 보고하고 있었다.
친구 만난다.
만나러 가고 있는 중이다.
만나고 있는 중에도 수시로 전화.
집에 오는 중인지, 와서인지 모르지만 또 전화하고.......
내가 그와 하고 싶었던 것을
그는 다른 여자와 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의 세월이 억울한데
그는, 말하는 것도 못하게 하며
법으로 하란다.
판사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