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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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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 1) 땅따먹기


BY 라메르 2005-09-19

 


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땅따먹기였다.

흙마당에 넓다랗게 원을 그려 놓고는

한 귀퉁이에다 작게 반 원을 그려

자신의 집을 만들어 그 집을 기점으로

작은 쇠금파리(항아리 조각)를 손톱으로

'퉁퉁' 튕기며 땅을 늘려 가는 놀이이다.

저물도록 흙밭에 뒹군 까만 치마는 분가루를

뒤집어 쓴 것 마냥 뽀얗고, 손톱 밑엔

까만 때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힌 손톱

옆으로는 거즈러미가 하얗게 일어 저녁 무렵의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

"이놈의 지지배"

넓다란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놓고

어머니는 '텅 텅' 내 엉덩이를 치시면

어머니 손끝따라 뿌옇게 피어 오르던

흙먼지와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어둑한

저녁 공기 속으로 빨려 들어 가 곤 했었다.


잡기에 별로 소질이 없던 내가 유일하게

잘하던 놀이다.

작은 쇠금파리를 터치하는 능력도 능력이려니와

무엇보다 무리하게 배팅(한 번에 공간확보)을

하지 않은 게 성공 요인이다.

놀이를 파 할 무렵 나는 늘 가장 땅을 많이

확보한 영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실력 어디로 간 걸까?

그 실력데로라면 지금쯤 땅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질 못하다.

땅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없었다.

그 남자가 그걸 일러 줬다.

땅 가지고 땅땅 거리던 이웃의 남자가

제 땅이라며 멀쩡하게 나 있던 길을 파헤쳐

옴짝달싹도 못하게 했다.

길을 잃은 내 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되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을 나누며 오손도손

살던 그 공간을 이젠 마음으로 만 그리워 하게 되었다.

후로 지독한 아픔을 감내하고 얻은 건

현실감이 밑도는 내게

현실감을 강하게 갖게 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