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땅따먹기였다.
흙마당에 넓다랗게 원을 그려 놓고는
한 귀퉁이에다 작게 반 원을 그려
자신의 집을 만들어 그 집을 기점으로
작은 쇠금파리(항아리 조각)를 손톱으로
'퉁퉁' 튕기며 땅을 늘려 가는 놀이이다.
저물도록 흙밭에 뒹군 까만 치마는 분가루를
뒤집어 쓴 것 마냥 뽀얗고, 손톱 밑엔
까만 때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힌 손톱
옆으로는 거즈러미가 하얗게 일어 저녁 무렵의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
"이놈의 지지배"
넓다란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놓고
어머니는 '텅 텅' 내 엉덩이를 치시면
어머니 손끝따라 뿌옇게 피어 오르던
흙먼지와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어둑한
저녁 공기 속으로 빨려 들어 가 곤 했었다.
잡기에 별로 소질이 없던 내가 유일하게
잘하던 놀이다.
작은 쇠금파리를 터치하는 능력도 능력이려니와
무엇보다 무리하게 배팅(한 번에 공간확보)을
하지 않은 게 성공 요인이다.
놀이를 파 할 무렵 나는 늘 가장 땅을 많이
확보한 영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실력 어디로 간 걸까?
그 실력데로라면 지금쯤 땅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질 못하다.
땅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없었다.
그 남자가 그걸 일러 줬다.
땅 가지고 땅땅 거리던 이웃의 남자가
제 땅이라며 멀쩡하게 나 있던 길을 파헤쳐
옴짝달싹도 못하게 했다.
길을 잃은 내 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되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을 나누며 오손도손
살던 그 공간을 이젠 마음으로 만 그리워 하게 되었다.
후로 지독한 아픔을 감내하고 얻은 건
현실감이 밑도는 내게
현실감을 강하게 갖게 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