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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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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아버님.... 싸아랑해요.... 으웩.... 으웩...."


BY 동수동희맘 2005-09-15

  결혼하고나서 처음 맞이했던 추석....
그당시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죠....
지금도 그렇지만 육형제가 모여서 추석을 보내는 저희 시댁은 정말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집안이였죠.... 사실 저희 친정집은 달랑 남매였던지라 명절이 되어도 늘 썰렁하기만 했고, 그래서 더 심심했던지라 시댁의 이런 분위기는 절 정말 취하게 만들기 충분했네요..... 
아주버님 다섯분(ㅎㅎ... 울신랑 육형제중에 막내죠..), 형님 세분,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조카들 6명과 함께 하는 정말 대가족의 추석명절은 태어나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명절이라기보다는 즐거운 잔치였네요...
추석 음식도 남자, 여자 가릴것 없이 함께 만들고, 음식을 하는 내내 아주버님들께서 재미있는 말씀들을 연신 해주시는덕에 연신 웃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힘든줄도 모르고 일을 했죠...
그리고 육형제의 막내인 전 그저 잔시부름과 설거지 정도만 하면 되는터라 옆에서 연신 아주버님들과 형님들 말씀하시는걸 들으면서 호호하하 웃느라고 배가 아플지경이였네요...
그렇게 추석명절 음식을 모두 만들고,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난후 온가족이 함께 하는 술자리가 벌어졌네요... 물론 추석음식을 주안주로 했지만 특별하게 배달시켜온 회가 함께한(지방엔 배달문화가 굉장히 발달했더라구요... 사실 서울에서 치킨밖에 배달이 안되지만요. 지방엔 정말 배달이 안되는게 없어서 정말 많이 놀랐네요...) 푸짐하고 근사한 술자리가 열렸네요...
시아버님께서도 권위보다는 부드럽고 호탕한 웃음으로 함께 하셔서 정말 격의없고 정겨운 술자리였네요...
사실 제가 분위기에 무지 약한지라 그날 정말 멋모르고 술을 열심히, 성실하게 주는대로 홀짝홀짝 받아 마셨죠.... 새댁인지라 못마신다는 소리도 못하고, 겁없이 그많은 술을 호호하하 하면서 받아마신것이 그날의 대형사고를 치는 화근이 되었죠....
정신없이 술을 받아마시면서 술자리를 지키고, 2차로 노래방으로 직행... 거기서 정말 또 열심히 노래부르고, 장단 맞추면서 땀을 뻘뻘 흘렸는데요... 문제는 거기서도 맥주를 또 마셨다는 것이였죠... 술을 깨끼 위해 따라갔던 노래방에서 오히려 술이 더 취해서 노래방에서 나와 집에 돌아와서도 그님의 술의 힘에서 벗어나질 못해 기어이 일을 저질렀죠....
식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와서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주무시지 않고 들어오는 저희들을 보면서 "잘들 놀았냐? 어여들 들어가 자거라.." 하시면서 안방으로 들어가시는걸 제가 아버님의 팔을 붙들어 거실에 앉으시게 하고 그앞에서 "아버님.... 너무너무 좋은거 있죠...." 그리고 "아버님..... 싸아랑해용.... 으웩... 으웩..."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오는 느낌인데요... 아 글쎄 사랑해용까지만 했어도 좋았을것을 하필이면 그때 과하게 먹은 술 때문에 구토가 나오려고 하지 뭐예요....
ㅎㅎㅎ..... 그 이후의 일은 사실 열심히 구토를 한 기억밖에는 없네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님을 제대로 뵐수가 없어서 열심히 아버님을 피해 다녔던 기억이 나구요.... 물론 아버님께선 예쁘게 봐주셨지만 생각만해도 정말 끔찍한 기억이네요....
그일이 있은후론 명절이 되어도 절대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네요... 그리고 분위기에 취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구요.... 이기회를 빌어 아버님께 정말 감사를 드리네요.....
"아버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많이 노력하는 며느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