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보도를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독일산 BMW가 들어오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는 역시나 독일제인 벤츠를 사용했었는데 내구연한이 다 됨에 따라 그처럼 방탄용 BMW를 새로이 구입키로 했다는 것입니다. ‘동가홍상’이라고 하루가 다르게 쾌속의 수출 드라이브를 펼치고있는 국산 승용차를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선택하였더라면 더욱 좋았겠지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산 승용차는 방탄 기능 등이 없어 그처럼 부득이 외제 차량을 선택하게 된 것이랍니다. 여하튼 일국의 지존이라 늘상 막중대사를 감당해야 하는 대통령의 의전차량이니만치 격에 맞게 그처럼 방탄용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어쩌면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최고급 승용차의 보도를 보노라니 자동차와 연관된 단상이 떠올라 펜을 들었습니다. 남편은 재작년에 승용차를 처분하고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처음으로 승용차를 구입했던 지난 1988년도엔 제가 살던 동네에서 우리처럼 승용차를 소지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당시의 남편은 우쭐한 만용감에서 주말만 되면 우리 가족들을 태우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나가길 즐겨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나도 이담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호화찬란한 외제차량으로 바꿔야지!”라는 다부진 욕망을 펼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현실의 벽은 시나브로 어려워지기만 했습니다. 그건 바로 두 자녀가 점차로 성장함에 따라 교육비 등의 부담은 더욱 드세어진 반면에 남편의 월수입은 날로 하강곡선으로 반전된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근사한 집과 더불어 역시나 멋진 차량을 소유하고픈 욕망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네 한국인의 차량소유관념은 ‘대단하여’ 아무리 전셋집에서 살 망정 우선 승용차부터 한 대 ‘뽑는 것’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또한 요즘도 인기가 여전한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거개가 하는 말(言) 중에는 반드시 이런 말이 포함되더군요. “로또에 당첨되면 우선 근사한 승용차부터 구입하고, 다음으로는...” 각설하고 2년째 승용차가 없다 보니 여하튼 편한 것도 많습니다. 우선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휘발유값도 저로서는 하지만 ‘강 건너 불’입니다. 또한 이제 남편이 운전을 하지 않는 관계로 원천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할 일도 없으니 이 또한 맘이 편합니다. 운전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부상을 당했노라는 보도 역시도 저로서는 아직까지는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대목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남편과 저 역시도 세속적인 필부인지라 언젠가는 다시금 승용차를, 그것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근사하고 멋진 국산의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고픈 욕망은 여전합니다. 덧붙여 한 마디를 더 하겠습니다. 지금도 불법주차 차량들을 무시로 단속하는 경우를 쉬 목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처럼 불법주차 차량을 견인해 갈 때 외제차는 일부러 안 끌어간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건 바로 견인을 하다가 외제차에 혹여 흠집(이른바 ‘기스’가 나면)이라도 나는 날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 되겠기에 그처럼 의도적으로 견인을 기피한다지요? 그런 현상을 보노라면 마음이 소태를 씹은 듯 씁쓸하면서도 한 편으론 역시나 사람은 출세를 하고 볼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제 처지는 여전히 비루합니다. 하지만 더욱 노력하여 언젠가는 다시금 승용차를 구입할 작정입니다. 그것도 기왕이면 크고 안락하며 근사한 차량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못 했던 주말여행도 떠나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