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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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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인도 리쉬케쉬 에서의 이별


BY 들풀향기 2005-09-09

TO.향기

삼일동안 버스로 비포장길을 달려서 온 곳은 "사두"의 도시 리쉬케쉬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랜만에 가족과 통화를 하며 울었다

보고싶어서 그랬나봐...널 보고싶다고는 안하겠다

인도는...현재만이 존재하는듯해보이지만 과거와 미래도 보인다

이상한 나라인듯하다

사람들도 그렇고 아직 여행의 답을 얻지 못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계속 여행을 하고 싶구나

네팔에서 삼일을 산속에 살았더니 나보고 "네팔인"이랜다

하하하...건강해라...

      인도 리쉬케쉬에서

 

TO : 향기

 

발코니에서 펜을 들었다

탁자엔 초 한 자루...어둠이 가라앉기는 했지만...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인도 중부와 남부는 40~50도가 넘는 더위에 사람이 죽는다는데...여기

북부는 추워서 긴팔에 담요에 양털잠바까지...나 엮시 담요를 덮고 있다

이젠 10정도의 여행이 남아있다

네가 있는 서울이 그립거나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단다

인도는 내게 의문만 남겨주는구나

너와의 속절없는 이별을 털어버리려고 왔는데....

향기야!

꿈꾸고 싶은 내가 ....너에게 이별의 통보를 받고 상처받아 이곳으로 왔지만

그래도 서울은 가게 되겠지

마닐라에서....

 

TO :향기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온지 3일  너에게 너와의 이별이 인도와 네팔까지

오게 했다니 우리의 사랑이 크긴 컷나보다 그래서 서울에서 도망치듯

이곳에 왔나보다....내가 여자라면 펑펑 울어버릴텐데....아니다

펑펑 울어버렸다.

이곳에서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너와의 오해도 풀어져 웃으며

돌아가고싶다....

     카투만두에서

 

그가 보낸 편지가 이것이 마지막인듯하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서 다 외어질듯한 그의 편지들...

그후로 그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중학교 3학년인 나는 친척집에 기거하며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방과후 마땅히

있을곳이 변변치 않아 독서실을 달로 끊어놓고 공부를 했다

공부를 잘해서도 아니고 공부가 좋아서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도 독서실 책상서랍에 놓고다니곤 했었다

어느날 학교를 끝내고 친구와 독서실로 들어왔는데 책상위에 모과가 있었다

여름이였나 잘 익지도 않은 모과라 향기도 별로 없었다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후 매일매일 책상위에 인형과 과자 심지어는 쪽지에 주옥같은 시들이 적혀 있었다

독서실 앞 골목에서 친구와 겔러그를 열심히 아주 정열적으로 두둘기며 하고 있는데

총알이 다 죽어버리고 겨우 하나 남았는데 옆에서 누군가 보너스를 따 준다고

나를 밀치고 게임에 열중하는 남학생...그리고 그 뒤에 여러명....

그가 바로 독서실 주변 고등학교 1학년생 내 책상위에 온갖 것을 같다놓던 남학생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너 중3이지 어디학교 다니지...등등

이유는 내 책상속에서 교과서를 보고 나 없는동안 친구들과 모여서 공부는 안하고

우리 얘기만 했다는거였다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우리는 매일 만났고 만날때마다 편지를 주고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때 그앤 친구가 아닌 자기만의 여자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친구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무렵 그는 대학에 갔고 우습지도 않게 인쇄과에 진학했다고 하면서

처음으로 실습한 인쇄물을 건내주었다 거기엔 사랑한다 결혼하자....뭐 그런 말들이 써

있었다. 그랬다 마냥 순수했고 행복했고 앞날만이 꿈꾸며 그를 만났다

나는 졸업후 취직을 하게 되었고 그는 군입대 영장이 나왔다

우리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사랑했고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누구나 첫사랑이 그러하듯 우린 수정처럼 맑고 진주처럼 영롱했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처럼 목숨이 다할때까지 변치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너무도 친절하고 나를 아껴 주었다...그리고 누구보다도 예뻐 해 주었었다

군입대를 보내고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는 세상에서 오로지 편지만을 믿으며 우리의

사랑은 이어져만 갔다

군 입대후 첫 휴가 그리고 먼곳 용인까지 면회를 오가며 사랑을 확인했는데

1년인가 잘 모르겠다 어느날 휴가를 나왔다 우리는 여의도 벗꽃이 눈꽃처럼 날리는 거리를 뒤로하고 가로수밑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가 옛날의 그가 아니였다

갑자기 잠을 자자고 제의를 했다...정말 황당한 씨추에이션이였다

너무 놀라고 발끈한 나머지 말다툼을 했고 평창동이 그애 집인데 그곳까지 어찌어찌

해서 갔다 도저히 허락할수 없어 싸우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그놈의 순결이 무엇인지 금테를 두룬것도 아니었것만 그렇게 매몰차게 돌아왔다

그후 나는 이사를 했고 친구를 통해 주소를 알려주었다 ...몇개월간 아무런 소식이

친구를 통해 언제 휴가오니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약속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기다렸다....마포구 아현동......그곳 카페에서 몇시간을 기다려도 오지않았다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군복입은 남자가 모두 그 자식으로 보여서 미칠것 같았다

그날 그렇게 허무하게 바람을 맞았다 그를 만난지 거의 6년만에 바람이라니.....

난 그날 바로 헤어지자는 편지를 구구절절 10여장의 글을 마치고 봉투에 주소까지

그리고 다음날 마음이 약해질까봐 열어보지도 않고 보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연락도 없고 연락도 안했다 우린 그렇게 끝난나보다

그래서 첫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는가보다 ...세월이 흘러 몇달이 되었다

옆집에서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이상한 얘길한다 왠 우리집에 군인이 보내는 편지가

한보따리 왔단다 편지받는 주인공이 바로 내 이름이었다 맨발로 뛰어나가 그편지

달라고 애원하니 얼마전에 버렸다고 한다

친구가 번지수를 잘못 가르쳐 주었나보다 아마 미안하다는 변명들의 편지였을텐데...

꿈에서도 보고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거늘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살았는지 친구를 통해 그가 제대했고 여행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번지수를 제대로 알려 주었다는 말과 함께 그는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얼굴한번 제대로 못보고 헤어지자는 서로의 말도 동의도 없이 우린 만나온 세월이 무색

할 정도로 외면해 버렸다

 

수십장의 옆서가 날라왔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결혼할때 편지와 엽서 그의 추억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하고 오라는 명을 어찌그리 잘 받았는지 아무런 흔적도 없다

너무나도 애뜻하고 애절해도 기억을 더듬을수가 없다

 

지금도 가끔 그사람의 꿈을꾸고 그사람 집앞을 서성거리것만

늘 그사람 집 앞에서 길을 잃고 집을 찾을수가 없어 돌아오곤한다

 

꿈속에서도 그사람과의 사랑은 늘 달콤한 첫키스와 같고

톡톡쏘는 사이다맛같은느낌이 든다

 

늘 만나고 싶고 만나면 묻고싶은 한마디가 있다

그때 왜 바람을 맞혔는지.....이유가 뭐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