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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5

딸기부인


BY 오색여우 2005-09-08

결혼하던 그해부터 지금까지

쭈----욱 십년이 넘도록 선산의 벌초를

울 곰곰이랑 나랑 둘이서 해 왔다.

여기 저기 나누어져 있는

산소를 다 이발 하고 나면 해가 뉘엿뉘엿해 지곤했다.

울 곰곰이가 예초기로 자르면

나의 꼬리로 쓱~싹~

쓸어서 잘린 풀을 치우느라

꼬리털이 다 닳곤했는데.....

올해도 울 둘이서 다 해야하나 하는데

큰 아주버님 내외분이랑

큰조카 내외가 동참해 주는 바람에

사람 손하나가 무섭다고

오후 두시 쯤 되니 일이 끝났다.

이발 다 하신 조상님들 참 기분이 좋았으리리라.

나도 마음이 흐뭇하여

산을 내려와 집으로 오는데....

온 몸이 자꾸 가려워 미치겠다.

긴 옷을 입어 괜찮은 줄 알았더니

이 넘의 산모기들이 얼마나 독한지

옷위로 날 다 물어 뜯어 놨다.

하기사  살아 움직이는 피 펄펄 끓는 동물을 못보다가

우릴 봤으니 오래간만에 만난 뜨끈한 음식이

모긴들 왜 식탐이 돌지 않았을까.

애구구

내가 모기라도 먹고 싶어 환장하긴 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너무 가렵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집에 와서

옷을 벗고 보니 가관이다.

한군데도 빠꼼한데가 없다.

앞은 그래도 내 손 닿으니

긁기라도 하겠는데

뒤쪽은 속수무책이다.

뒤쪽에 약을 바르려니

요가하는 요상스런 폼이 다 나온다.

유연성이라곤 없는 몸이라

나무토막같은 몸으로

요가폼을 잡으면서

약을 바르니

온 몸에 쥐가 나서 뻗뻗해 진다.

곰곰이는 피곤한지 푹 퍼졌고

괜히 서럽다.

그래도 곰곰이는 안 물렸는지 검사해 보니

이 넘의 산모기는 다 숫놈만 있었던가

나만 작살났다.

아~~~~~

억울하다

아니아니

모기눈도 눈이라고

이것들도 눈이 높아

미인을 알아본 걸까?

위로해 보지만 .....

그래도 가려운건

어쩔 수 없다.

이럴땐 미인을 몰라보는

눈 먼 모기가 더 이쁨받지. 암

자는 곰곰이 깨워서 약 발르랬더니

건성건성 하더니 다시 푹 고꾸러진다.

하긴 자기도 피곤하긴 할것이지만.....

그래도 지는 지 조상아닌감.

난 얼굴도 모르는 조상 머리 깍으러 갔다가

헌혈까지 했는데....

조상 잘모시면 복받는다는 말도

오늘은 순 거짓말 같다.

너무 가려워서......

.

.

.

.

밤새 긁느라 잠도 못자고 눈 벌개서

일어났다.

그리고 곰곰이 일어나자마자

내 종아리와 등과 더욱더 굵어진

뒷 팔뚝을 내밀었다.

무지 시위하면서.....

울 곰곰이와 새끼 여우 두마리가

입이 쩌-억 벌어졌다.

울 큰 딸이 잽싸게 몇군데 물렸는지 헤아린다.

백까지 헤아리더니 더는 못 헤아리겠단다.

옛날 가요가 생각난다.

"모-옴 바쳐서~~~

 몸바쳐서~~~~"

남은 서러워 죽겠는데

울 곰곰이 내 종아리 보면서

하는 말.

.

.

.

"딸기 부인"

.

.

.

내가 봐도 탐스런 딸기 씨들이

내 온 몸에 박혀있긴하다.

그 것도 귀하디 귀한 산딸기가...

요강도 뒤엎어 버린다는 복분자-산딸기

내가 소주 마시면 그대로 복분자주가

될 판이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