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던 그해부터 지금까지
쭈----욱 십년이 넘도록 선산의 벌초를
울 곰곰이랑 나랑 둘이서 해 왔다.
여기 저기 나누어져 있는
산소를 다 이발 하고 나면 해가 뉘엿뉘엿해 지곤했다.
울 곰곰이가 예초기로 자르면
나의 꼬리로 쓱~싹~
쓸어서 잘린 풀을 치우느라
꼬리털이 다 닳곤했는데.....
올해도 울 둘이서 다 해야하나 하는데
큰 아주버님 내외분이랑
큰조카 내외가 동참해 주는 바람에
사람 손하나가 무섭다고
오후 두시 쯤 되니 일이 끝났다.
이발 다 하신 조상님들 참 기분이 좋았으리리라.
나도 마음이 흐뭇하여
산을 내려와 집으로 오는데....
온 몸이 자꾸 가려워 미치겠다.
긴 옷을 입어 괜찮은 줄 알았더니
이 넘의 산모기들이 얼마나 독한지
옷위로 날 다 물어 뜯어 놨다.
하기사 살아 움직이는 피 펄펄 끓는 동물을 못보다가
우릴 봤으니 오래간만에 만난 뜨끈한 음식이
모긴들 왜 식탐이 돌지 않았을까.
애구구
내가 모기라도 먹고 싶어 환장하긴 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너무 가렵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집에 와서
옷을 벗고 보니 가관이다.
한군데도 빠꼼한데가 없다.
앞은 그래도 내 손 닿으니
긁기라도 하겠는데
뒤쪽은 속수무책이다.
뒤쪽에 약을 바르려니
요가하는 요상스런 폼이 다 나온다.
유연성이라곤 없는 몸이라
나무토막같은 몸으로
요가폼을 잡으면서
약을 바르니
온 몸에 쥐가 나서 뻗뻗해 진다.
곰곰이는 피곤한지 푹 퍼졌고
괜히 서럽다.
그래도 곰곰이는 안 물렸는지 검사해 보니
이 넘의 산모기는 다 숫놈만 있었던가
나만 작살났다.
아~~~~~
억울하다
아니아니
모기눈도 눈이라고
이것들도 눈이 높아
미인을 알아본 걸까?
위로해 보지만 .....
그래도 가려운건
어쩔 수 없다.
이럴땐 미인을 몰라보는
눈 먼 모기가 더 이쁨받지. 암
자는 곰곰이 깨워서 약 발르랬더니
건성건성 하더니 다시 푹 고꾸러진다.
하긴 자기도 피곤하긴 할것이지만.....
그래도 지는 지 조상아닌감.
난 얼굴도 모르는 조상 머리 깍으러 갔다가
헌혈까지 했는데....
조상 잘모시면 복받는다는 말도
오늘은 순 거짓말 같다.
너무 가려워서......
.
.
.
.
밤새 긁느라 잠도 못자고 눈 벌개서
일어났다.
그리고 곰곰이 일어나자마자
내 종아리와 등과 더욱더 굵어진
뒷 팔뚝을 내밀었다.
무지 시위하면서.....
울 곰곰이와 새끼 여우 두마리가
입이 쩌-억 벌어졌다.
울 큰 딸이 잽싸게 몇군데 물렸는지 헤아린다.
백까지 헤아리더니 더는 못 헤아리겠단다.
옛날 가요가 생각난다.
"모-옴 바쳐서~~~
몸바쳐서~~~~"
남은 서러워 죽겠는데
울 곰곰이 내 종아리 보면서
하는 말.
.
.
.
"딸기 부인"
.
.
.
내가 봐도 탐스런 딸기 씨들이
내 온 몸에 박혀있긴하다.
그 것도 귀하디 귀한 산딸기가...
요강도 뒤엎어 버린다는 복분자-산딸기
내가 소주 마시면 그대로 복분자주가
될 판이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