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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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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


BY 아리 2005-08-28

내가 '개털'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80년대 여름방학 때였다

동아리에서

설악산으로 M.T 를 갔을 때

솔선수범이 모자라 무거운 후배의 배낭을 3개쯤은 거뜬히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선배의 깡마른 체구에서 나오는 이상한 오기 같은 것이 느껴지곤 했다

'아니 도데체 왜 이렇게 착한 척을 하는 거야 자기 몸도 못 가누면서 '^^;;;

걸핏하면 아프기 일쑤였던  나 혼자 답답한 육신에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의 못남이 이리 저리 치인다고 생각해도

그들은 그것쯤은 전혀 문제로 삼지 않았다

다만 회원들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에 촛점을 맞추었다

나중에는 회비가 모자라서

샘표에서 나온 캔 깻잎 두 장으로 밥 한 공기를 비우라는 엄명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깻잎을 비벼 간장 물을 최대로 빼서 밥에 물을 들여 ~간을 맞추어 봐 .."

으윽 ..

외설악으로 내려와서

길을 따라 걷는데

나는 왜 이리 철없이 커피가 먹고 싶은 건지

가뜩이나 영양 부족인데? 무리한 걷기가 계속되고

이것은 여행인지 지옥훈련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특별한 제안이 나왔다

우리의 기운을 돕기 위해서 남 여를 짝 지워 파트너를 정하기로 한 것이다

가위 바위 보는 아니었고

좌우간 어떤 형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

파트너가 정해졌고

남학생 두 명이 남았다

그들은 서로 어깨를 부둥켜안고는

우~~~~~불쌍한 개털 ..

하고 커다랗게 소릴 질렀다 

나는 그 '개털'이란 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얼마 전

친구 딸의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삼청각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국악 공연을 보고 사진까지 찍어 제출하라는 음악 선생님의 주문을

시간 많은 우리가 대신해주는 거였다 

하늘이 열리는 마당에

여름밤의 알맞은 서늘함까지

 '자연과 음악의 어루어진 아름다움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경복궁이 좋다지만

삼청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의 경치는 ...

1층집에서 누리는 전경하고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라고 표현해야하나

더구나 서울에서 걸리적거리는 건물 없이

잔디에 누워 하늘을 통째로 보는 일은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행운이다 ...

아님 그동안 너무 잊어버리고 살았던 나의 모습일 수도 있고

대금이나 소금을  피아노와 함께 하는 화음 

그밖에 '바람의 도학'이라는

매죽헌 안평대군의 비극적 삶을 역사의 무대 위에 올려놓은 것은 차치 하고

공기가 트인 풀밭에 앉아 하현의 달이 뜬 하늘을 가진다는 거 ..

돌아오는 길에 아줌마들이

40이 넘은 나이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서글픈 미소를 자아내다가

샐샐 웃기를 잘하고 언제나 불편한 일을 제일 먼저 하는

A엄마보고 은근한 매력으로 만약 끄나풀만 형성이 된다면 남자에게

제일 인기가 좋을 거라는 썰을 늘어놓았다

B 엄마는 졸지에 순위를 매기면서

본인은 왜 여태껏 그 어느 누구도 치근덕거리거나 하는 작업이 들어오지 않았었냐는

불평도 아닌 불평을  쏟아낸다

뭔지 모르게 끼도 없고 맛도 남다른 사람이 못된다고 투덜거리는 것이다

나 또한 뻣뻣하기로 둘째가라면 설워하는데 마찬가지지 ㅎㅎ

운전을 하고 있던 아줌마가 자기를 그 썰에 참가조차 시키지 않았다고 흥분?하며 내놓는 말

"아니 그럼 난 뭐야? 개털이란 말이야 ?"

갑자기 튀어나온 '개털'이란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가 드니 속전 속결을 좋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조직의 회원을 만난다

두 번의 결정도 좋아하지 않고

결론을 옮기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특징은 우유부단 이란 건 있을 수 없다

백암온천을 가자고 할 때도

엘지의 연수원에서 숙박이 무료로 제공된다거나

밥값이 단돈 2 천원 이라든가의 특별한 설명 없이

갈 것이냐 말 것이냐의 속전 속결의 질문을 속사포처럼 해댄다

"신랑은 을지훈련 중이고 둘째 아이가 고3인데 혼자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어요"

 말을 꺼내자마자 나의 말을 잘라낸다

"그래요 그럼 건이 엄마는 안가는 거죠 ?..^^;;;"

순간 어이가 없고 할말을 잃는다

과연 그녀는 나와의 여행을 달갑지 않다는 이야기 인가 ?

그동안 그녀가 내게 베푼 잠깐의 호의는 모두 보이지 않는다

두 번의 권유가 허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특별한 결론은 아직 내지도 못했는데

그녀의 집에 전화가 들어온다

상대를 배려하는 나는 일단 전화를 받으라는 말을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그녀와 다시 통화할 것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회원에게 넌지시 이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의사를 타진했다

이 사람은 상당히 부드럽다

이 여행 건은 @@의 생각과 @@의 배려로 생긴 일인데

이렇게 좋은 조건의 여행은 좀처럼 생기기 어려우니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도 같이 가기를 희망한다고 권유에 권유를 거듭한다

둘째 녀석이 혼자 자는 것이 조금 안되게 느껴진다면

친구와 같이 자면 되지 않겠느냐는

방법론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이 엿보인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회원에게서는 다시 전화가 없다

그냥 말 한마디로 '노우 '하는 순식간에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참으로 간단하기도 하지 ..

나처럼 우유 부단하게 말한 @@엄마도 나도

졸지에 어이없이 안가겠다는 확실한 발언도 없이

벙 찌는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는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냉정한 목소리나 설정에

모든 감정을 오버해서 읽어버렸다

이른바 간단히 말해서 내가 개털이라고

같이 가면 좋고 안가도 뭐 그리 특별히 아쉬울 것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버릴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간단한 거리에 등산을 가거나 차가 필요하거나

특별히 우리가 필요할 경우에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씩씩하게 불러내던

그들이 ...우릴 개털 취급하다니

솔직히 메인 테이블에 앉지 않았어도

나는 늘 메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고 착각했고

그 어떤 만남에서도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자부해왔던 내가

이제 서서히 늙어가고 파워도 잃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가끔씩 ..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상급이 아니면 가슴이 아프더라도 헤어져..."

 잘난 척을 해대던 20대의 오만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나

어디든 끼워 달라고 애원해야 할지도 모르는 바로 개털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체험을 통한 학습만이 가장 정확하다더니

개털의 의미가 또렷이 인식된다 후 후


참지 못하고 @@ 엄마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에게 전활 걸어

졸지에 우리를 왜 개털신세로 전락시키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는데

오직 자기의 결정과 가냐 안가냐의

정확한 오와 엑스와의 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은 그대들이 하지 않았느냐는 의아하다는 반문이 들어온다

본인들이 미적거리며 선택을 포기하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느냐하는 ..

사실이다

예전 우리나라의 예법으로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를 최소한 세 번 이상은 해야한다는 -아니 어쩌면 열 번인지도 모른다

같이 밥을 먹자는 권유에도 양반은 선뜻 숟가락을 들고  나서서는 아니 된다는 예도 있었다

최소한 상대의 권유에 못 이겨 마지못해? 같이 한술 뜬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몇 번의 사양이 절차상 필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옳고 그름이나 기다 아니다 의 명확한 판단을

빨리 빨리 제시하지 않으면 놓칠 것들 투성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상대방을 속시원하게 해주어야한다

미적거리며 속내가 무엇인지

반 쯤 발을 걸쳐놓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이 잘 달려갈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할 준비와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때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듯한 우유부단함이

나를 성장에서 멈추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이나 주변환경에서 배워왔던 많은 것들과

오랜 습관에 의해 규정되어졌던 무의식까지도 내가 수정해야하는 지 어떤지는

또 의문이다

이래저래 우유부단이다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강력한 결정과 리더쉽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내 결정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일 이였을테니까

딱히 가야겠다는 것도 아니 가야겠다는 것도 아닌....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갈릴레이의 고집이

 돈키호테의 생각없는? 호기와 행동력이 부러웁다

 

 

 

참고 개털의 사전적 의미

 

개털은 범털(호랑이)과 상대 개념으로 쓰는 말입니다.
호랑이 털가죽은 사치품으로 그 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그러나 개털이나 개가죽은 별 쓸모가 없습니다.
귀하고 값나가는 것이나 고귀한 존재를 가리켜 범털이라고 하고, 하찮고 볼품 없는 존재를 가리켜 개털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들은 은어입니다.
범죄자들이 쓰던 말이 일상 용어로 파고 든 좋은 예입니다.

개털

본뜻: 말 그대로 '개의 털'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털은 다른 짐승의 털과는 달리 요긴하게 쓰일 데가 없는 물건이다.

바뀐 뜻: 어떤 일에 시시하고 오죽잖은 사람이 한몫 낄 때 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감옥에 잡 범으로 수감중인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로도 쓰인다. 거물급 죄수는 범털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