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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가다.


BY 도영 2005-08-25

아로마향과 램프를 샀다.

투명한 초록색 램프에 초를 켜고 물을붓고

라벤다 향을 댓방울 떨어 트리고 은은히 퍼지는 향을 즐겼다.

며칠째 비가내리는 포항은 온통 세상이 회색빛이라

아마도 아로마 라도 맡고 싶었다부다 .

 

지난 일요일에 산악회를 통해 지리산을 갔다왔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 .꼭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을 가기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미리 준비해두었던 준비물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모듬쌈과 쌈장을 베낭에넣고 오가피 다린 물을 냉동실에서 꺼내고

압력솥에 뜸들여진 콩밥을 담고는 집을 나섰다

삼거리 에서 서서 지나가는 차한대를 보내주고

남편회사 직원부부가 기다리는 차가 있는쪽으로 건너려는데

제법 스산한 바람이 휙 불면서

작년 이맘때 지랄하네 사건이 문득 생각나 싸늘한 웃음이 나왔다.

남편 서에서 부부동반 산행을 하던날

심보가 고약한 내시어머니가 전화가 왔었단다.

마침 둘째아들이 전화를 받었는데

아들내외가 산에갔다는 말을 듣고는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에 주체를못해

전화를 끊으면서 "지랄 하네.."하시더란다.ㅎㅎㅎㅎ

왜 하필 그 좋은 지리산을 가는데 지랄하네 했던 애들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는지..

 

지리산 가는길은 지루하고 멀었다.

거의 5시간만에 지리산 입구에 도착해서

지리산을 올려다보니 지리산 허리는 운무로 가득찬채

신비함과 도도함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13개의 다리를 건너야하는 계곡산행을 하기위해

백무매표소에 초입에 다달으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힘이 넘쳐나는 지리산 계곡은 전날 내린 많은 비로

물보라가 계곡을 가득가득 메우고 물소리로 귀가 멍멍했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니 거의 직각인 산이 나를 향해 덮칠듯이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깊고 험한산에 날씨는 예측불허.

우비를 쓰다벗다를 반복하며 가파른 산새만큼 내호흡은 빨라지고

성질이 슬슬 나면서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악을 쓰고 오르다가 내가올라온 아래를 내려다보며

햐`~멋있네 과연 햐~~위안을 삼으며 직각의 꼭지점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에서 하산 하는 낮선이들에게

"아직멀었나요?삼십분 남았나요?한시간요?아고 지리산이 날 죽이네 ."

골백번을 더 물어보고 또 물어보니 같이간 일행들이 물어본들 소용없다며

무조건 앞만보고 가란다.

악을쓰고 치를 떨며 적나라한 내인간성의 한계를 드러낼즈음 시야가 환해지면서

정상이보이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단숨에 정상까지 도달할수가 있었다.

세석산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가운데 세석산장은 운무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 같다.

그제서야 숨을 돌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걸어온 6킬로에 산행길은 운무속에 모습을 감춘채 어디가어딘지 분간키가 어려웠다

지리산에만 자생한다는 이름모를 식물과 작은 꽃들이

유독 내눈길을 끌었다.

 

하산하자는 등반대장에 지시하에

하산길인 거림 매표소 이정표를 지나 하산이 시작 되었다

산오름보다 하산에 강한 나는 지리산을  음미를 하며 내려왔다.

산오를때 강한 예은이 엄마는 내려올때는 나와 반대로 설설 기어내려오는데

조물주의 공평함은 산에서도 적용 되었으니..

좋은 벗들과 좋은 산을 타면서 자연과 벗하다보니

요즘  지나간 일에 분노하는  내가 보였다.

계곡물은 물분자가 많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데

맞긴맞는지..

 

계곡물에 물분자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분노가  사그라지면서 마음에 평온이 찾아들었다.

내안에 또다른 내가 보였다

운무로 가득한 지리산 깊은산속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내안의 또다른 나를 꺼내놓았다.

내안의 또다른 나를 들여다보니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손이 닿으면 생채기를 내어 허물이 벗겨질것 같은  거칠음

새파랗게 날이선채 파란광채를 띠고있었다.

하산을 하며 새파란빛 도는 내안의 또다른 나를 계곡물에 헹궈도보고

날선 마음을 다듬어도 보았다.

이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는가부다.

지리산은 사람들에 정신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산수화 그림속에서 마치 내가 노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산수화 그림속같은 지리산 끝자락 에서 퐁 하고 나오니

거림 매표소가 저만치 보이고  빗방울은 마지막 티끌이라도 씻어내듯

굵어지기 시작했다.또다른 나의 티끌을 씻어내듯이...그렇게 비가쏟아지고 있었다.

 

마음의 노페물을 지리산 계곡물에 씻어내고 오니

개운한 피곤이 몰려왔다.

산중에 오도카니 서있는 사방이 훤하게 뚫린 정자에서

하산주를 마셨다.

씨락국에 한잔 곁든 소주한잔은 내몸을 덮혀와 온기가 느껴진다.

어둠속에 지리산을 뒤로하고 버스좌석에 앉았다.

조금전 산수화 그림속에 노닐던 환상적인 감동이 밀려왔다.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로와 계곡이 아흔아홉개라는데 .

그래서 여자 치마폭 같다는데.

그 아흔아홉개중 두개를 탔으니 앞으로 아흔일곱개가 남았다.

내살아있어 아흔일곱개중 몆개를 더 탈수있을지는 모르지만.

지리산에 매력에 한동안 빠져있어야할것 같다.

설악산은  미모가 뛰어난 아름다운 여자로 비유를 한다면

지리산은 왕성하게  힘이넘치는잘생긴 쳥년에 비유하고 싶었다.

웅장한 지리산에 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계곡물에 씻어낸 정화된 마음을 오래오래 품고 살아야하는데.

며칠지나니..또 마음에 날이선다.

다시 산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