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참으로 정직한 현실이다.
늦은시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생각없이 바라보다 창으로 비치는 내 자신을 본다.
창으로 비춰진 내 모습을 보기 전 까진 난 아직 스물다섯......
하지만 눈으로 보여진 내 모습은 서른을 넘겨버린 꿈을 잃은 처량 맞은 모습이었다.
서른을 넘긴 나이가 날 처량맞게 하는 것은 아니리라.
아마도 꿈을 잃은 모습이 내 자신을 처량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라함을 느낀다.
하루하루 자신을 잃어가는 나를 느끼고 가끔은 나만의 자리를 찾아 몸부림을 친다.
현실과는 너무도 상반된 또하나의 나.
바쁜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이기보다는 내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집안의
며느리로. 하지만 또 하나의 나는 그런 것들을 거부한 나 하나만의 나이기를
바란다는 것을......
누구든 지나온 길을 돌이키며 아쉬움을 흘릴 것이다.
품안에 가득 들어오던 갓난 아이는 어느세 훌쩍 커버려 엄마의 도움을 거부한다.
이제는 제손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 있었고, 난 그런 현실에 작은 소외감을
느낀다.
내가 아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이는 붙잡아 주지 않아도 두발 자전거를
타고 나도 탈 수 없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긴다.
대견함 뒤에 느껴지는 작은 허전함 이란......
아마도 이런 생각들은 이 생이 끝나야 멈출지도 모른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내가 나이들어 감에 따라 또 다른 허전함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 부모도 그러 했을까?
아이가 커가고 하루하루 예전 같지 않음을 갑작스레 느낀 어느 날, 난 엄마를 생각했다.
어느새 내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있었고, 난 그것을 바로 얼마전에야 느끼게 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아직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 하지만, 내 몸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나고 난 후 나는 또 다시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지금의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 했었는지, 지나고 나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 이었는지를
생각 하며......
난 항상 이야기 한다. 풋풋한 열정을 가진 그 나이를 간직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라고.
무엇이든 해야한다. 자신을 위해서 아님, 내 인생속의 많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새로운 다짐은 나를 현실 속으로 끌어 들인다. 또 다시 바빠지고 내가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기뿐 마음으로 정열을 쏟는다.
또 다시 지쳐 인생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자신감에 비참해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