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동생이 이혼을 했다.
불행은 홀로 안 온다더니...
나도 가슴이 아픈데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나마 신앙의 힘으로 견뎠을거라고 믿는다.
신경의 통증엔 약물이 필요하듯, 삶의 고통엔 신앙이 필요하다.
동생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갔었다. 거기서
서로 위해주며 잘 살았더라면 좋았으련만...
젊음과 투지를 저당잡히고 사랑을 밑천삼아 갔던 유학이었는데
해가 오래 되면서 이제나저제나 좋은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는데
동생의 인내심을 칭찬하며 금의환향하기만 모두 빌었는데...
남자는 공부하랴, 가장 노릇하랴 힘들었을 것이고
동생은 유학생 아내노릇하랴, 가정 돌보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봄꽃 만발하던 오월에
바람이 전한 소식은 제부가 바람이 났다는 것이었다. 아이 셋 있는 가정을 두고...
파탄 직전에 있는, 아니 이미 파탄이 났을 가정을 구하겠다고
부모님이 그때서야 부랴부랴 가셨으나
그곳은 자유의 나라였다.
간통죄란 존재하지 않고 이혼은 간단한 뺄셈문제만큼 쉬웠다.
고삐풀린 말처럼 날뛰며
제부는 싫증난 아내를 씹던 껌처럼 떼버리려고 했고
동생은 억울함과 분함으로 목을 꺽꺽대었다.
차고 넘치는 자유는
제부를 가당찮게 뻔뻔한 남자로 만들었고
동생과 지켜보는 부모님에겐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바람핀 상대 여자를 만났다는데 말이 기가 찼다.
자신도 피해자란다.
가정을 잘 보살피지 못해서 남자맘을 붙들지 못해서
제삼자인 자기가 걸려들어 신세를 망쳤단다.
뭐라고 해야하나 그럴때는... 미안하다고 하나.
부모님 첨에는 달래도 보고 야단도 쳐보다가
결국엔 이혼 절차와 조건을 상의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았다.
더이상 치사해지기 싫으셨겠지.
딸이 더 멍들까봐 두려우셨겠지.
깨어진 유리조각 붙들고 이리저리 맞추어 본들 뭔 소용이며
이미 떠난 사람 마음을 누가 무슨 재주로 잡아주리?
으르렁 대는 그들을 가르고
집을 나누고 돈을 나누고 아이를 나누고
정을 떼고 관계를 떼고
이혼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차라리
인연의 고리가 툭 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순하고 좋은 아내가 못되었다 하더라도
설령 악처였다 하더라도
동생에겐 참으로 가혹한 벌이었다.
다 키운 아이들과의 헤어짐은...
그간의 수고가 무위로 돌변하는 순간은...
혼자 키울 능력도 재주도 없기에
떠넘기듯이 둘을 떼어 주었지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꼬리 끊긴 도마뱀 마냥...
잘려져 나간 꽁무니를 돌아보며 뱅뱅 돈다.
가끔 통화할때 들리는 목소리가
맥이 없어서
가슴이 미어진다.
한때 제부였던 남자의
박사 딴 소식을 최근 들었다.
기뻤을까?
더 빨리 따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했을까? 누구 탓이라고 원망했을까?
단란한 가정을 포기하면서
얻어야만 했던 그 학위가
그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 왔을까?
그의 몫이 된 아이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다.
그의 앞길에 무궁한 영광을...
이제는 동생도
그늘에서 벗어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의 빛을 발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지개를 활짝 켰으면
한다.
갈 길이 아직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