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지기 친구가 정기 검진차 병원을 찾는 날이었다.
3개월에 한번씩 오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는 주기가 되었다.
검사 결과 다 좋은데 그 넘의 살만 좀 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살이 좀 찌면 어떠냐?건강하게만 지내다오'
제법 언니같이 너스레로 받아 주며 같이 웃었다.
예약된 기차시간을 맞추려니 시간이 좀 남는다.
서울역에서 남대문 시장이 가깝다.
같이 거리 쇼핑을 했다.
이것저것 눈요기만 하다가 가방 욕심이 많은 친구가 가방 집
앞에서 멈추었다.
알록달록 구슬이 꿰어진 가방을 요리조리 살폈다.
'어째 나이티가 나지 않냐?'
'아이구참,,우리 나이가 어리냐?'
'그래도 그렇지..좀 간단하고 단순한게 좋지 않냐?'
'니는 니 스타일로 사라.나는 내 스타일로 살게'
얼굴이 복스럽고 부티(?)나는 친구는
어떤 가방을 들어도 어울리구만
나는 어째 이것도 어색하고 저것도 어색해서
골라 들고 보면 현재 들고 있는 모양과 사촌뻘인지 모르겠다.
상술인줄은 알지만 어울린다는 말과
주물럭 거린 미안함에 구슬이 몇 알이나 박혔는지,
그 중에 몇 알이 날아가도 표시도 나지 않을 것같은
가방이 새 주인을 만나긴 했으나 아무래도 주인 잘 못 만나
사람들 눈에 소개 될 날이 몇 날일지 의심스럽다.
단순한 셔츠를 입었는데 요즘 추세가 치렁치렁이 많아
옷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스타일을 바꾸어 보라며
벽에 걸린 브라우스를 벗겨 입어 보란다.
꼬들기고 부추김에 꼬이고 말았다.
둘둘 뭉치니 설겆이용 수세미 부피보다 작다.
약간은 화려한 듯한 부라우스에
구슬이 박힌 가방을 사들고 온 나에게
우리 딸들 눈 모양이 위로 살짝 올라간다.
의외라는 뜻이렷다.
그나저나 저 가방은 저 옷은 언제 제 구실할지..
요즘처럼 찌는 날씨에 겹쳐 입는 것도 싫고
그냥 두자니 올 여름 다 갈 것 같고
가방이나 들까 싶어 내용물을 옮겨 담아 봤지만
어휴~손때 묻는 어제 그 가방이 젤로 편하다.
누가 내게 눈여겨 보는 것도 아닐텐데
나를 바꾸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변하고는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