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으러 떠났더이다.
뒤도 안 보고
봇짐 달랑 매고
멀리 멀리 나섰더이다.
모퉁이를 돌아
큰 길을 내달으고
들판을 가로질러
강도 건너고
꽤 험한 산도 넘었더이다.
한개 두개 세개...
젊은 혈기로 힘든 것도 모르고
허브 뜯으며 다녔더이다.
파랑새만 잡을 수 있다면...
가다가
소도 만나고
중도 만났더이다.
소나기를 만나도
젖은 몸 다 마를 새 없이
또 길을 떠났더이다.
비개인 파아란 하늘
영롱한 오색 무지개도
불타는 칸나빛 노을도
가을 밤 소곤대는 귀뚜라미 소리도
곤색 하늘 칼 바람에 날을 가는 초생달도
모른척
눈 막고 귀 막고
발길을 재촉하였더이다.
머나먼 여정 끝에 마침내
다다른 낯 선 마을
사람들은 그곳 뒷산에서
내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파랑새를 보았다고 하더이다.
단숨에 뛰어 올라간 산은
하얀 눈도 쨍쨍 얼어 붙는 겨울
얼음송곳산이더이다.
추워서 입김을 호호 했더니
얼음이 되었더이다.
외로움에 흘린 눈물 한방울
얼음이 되었더이다.
뜨겁게 고동쳐온 육체도...
열망도... 고통도...
서서히 얼어 붙더이다.
꼼짝할 수 없이
눈 속에 갖혀 버렸더이다.
아무 생각도
욕심도
눈 속에 묻혀 버렸더이다.
정신이 혼미해져 그만 놓아 버렸더이다.
.
.
.
.
.
문득
눈을 떠 보니
눈부신 아침 햇살이
날 걱정스레 내려보고 있더이다.
따스한 침대
포근한 이불
사그락대는 바람소리
재잘대는 아이소리
머리가
흰색 도화지가 된 듯 지난 일들이
희미하더이다.
내가 꿈을 꾼 건가......
휴... 깨자... 꿈...
.
.
.
.
부엌에 나가
밥 지을 쌀을 씻으며
바라본 창문 밖은
고요하더이다. 그런데...
바로 거기
파랑새가 앉아 있더이다.
내가 그리도 애타게 찾던......
내 눈이 마주치자
무심한 날갯짓 차올라 어디론가
날아가더이다.
파랑새는
찾아 헤매이는 자에겐 보이지 않는 새더이다.
오늘도 이 자리에서
기다릴터이다.
나의 파랑새를...
가만... 가만...
파랑새가 왔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