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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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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속을 썩였길래.......?


BY 블루사이 2005-08-13

아내는 나와 달리 흰 머리칼이 많다.
몇년전 이마쪽에 듬성듬성 보이는가 싶더니 조금씩 영역을 넓혀 드디어는 머리 곳곳에 진지를 구축해 버렸다.

이로 인하여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흰머리를 그대로 두고 있자니 갈수록 머리카락이 검어지는 신랑과 대조가 되었고 아직 할머니도 아닌 나이에 흰머리는 영 어울리지 않을 터였다.
더욱이 시골에라도 갈라치면 어르신 앞에서 무례하게 보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결국 인위적으로 머리를 물들이기로 작정했다.
처음에는 미용기술을 조금 익힌 동네 아줌마가 2~3개월에 한번씩 염색을 해 주었다.
그러다가 눈썰미가 좀 있는 딸애가 자청하여 바통을 이어 받았으며 그럭저럭 솜씨를 발휘해 왔다.
문제는 딸이 중3이 되고 나서 이래저래 시간내기가 어려워 졌다는 사실이다.
평일에는 학원공부에 시간을 다 뺏겼고 주말은 주말대로 '마이 웨이'를 외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결국 아내머리 염색과업이 나에게 주어진 것은 불문가지.
내 의향을 묻고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마치 당연한 것 처럼 '우리 네식구중 네가 아니면 누가 하랴?'가 돼 버렸으니...
말이 염색이지 그 자잘자잘한 공정(?)은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고는 버텨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에이....몇푼 한다고 꼭 집에서 염색해?"
"무슨 소리... 2~3만원이 누구네 집 애 이름야? 더군다나 미장원서는 독한 염색약 쓴다는 것 몰라?"
(사실, 염색재료값만 해도 2~3만원은 넉히 될 터이니 그돈이 그돈일 것이고 미장원서 독한 염색약 쓴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꼭 '내집 염색'을 고집하는 아내가 밉다.
그러나 신랑이 염색해 주면 기분이 좋대나, 어쨌다나?

괜히 히죽거리며 웃어 본다.
이번주 염색 스케줄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흰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훨씬 많으니까 걱정마.
그리고 '조씨' (참고로, 내 성이 조<趙>가 입니다.) 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흰머리 늘었다는데 사실은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서 그런 거거든?"
이번주 염색하면서 꼭 해줄 말이다.

2개월에 한번씩 돌아오는 아내머리 염색일.
아내도 나도 기다려지는 날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