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63

나도 내가 싫어


BY 오월 2005-08-12

밤 열한시

나로인해 늦어진 저녁식사.

육류를 못먹는 남편이 오랫만에 푸른

밥상을보며 환한 얼굴로 밥한그릇을 비워내고.

"이제,일년동안은 계란사지마!."

그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냥 남편을 바라보며 씩 웃었지만 그 웃음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아 전해졌지요.

 

남편은 거실로 자리를 옮겨 갔지만 저는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않고 식탁에 앉아있었습니다.

설거지도 하기 싫고 덕지덕지 바른 썬크림도 씻기싫고

그냥 남편옆 쇼파에 아무말없이 앉아있었습니다.

남편이 다리를 꼭꼭 주물러주며.

"힘들어도 힘내"

"왜?내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왜,햄내라는거야??"

"머슴은 항상 주인님의 안색을 살피며 산답니다."

"ㅎㅎㅎ 내가 당신땜에 산다."

그렇게 웃고 말았지만 그냥 그렇게 모두 잊고싶어 잠이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이들을 등교시킨 남편은 바로향하는 사무실코스를

돌려 다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커피한잔을 앞에두고

"말해봐!무슨일인지..."

"어제,한문시간에 열과목 교과목을 한문으로 배웠어!근데,아직

머리에 입력도 안됐는데,선생님이 반장님 일어나서 읽어보세요!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웃었지!도저히 못읽겠더라고...

그랬더니 한문선생님 말씀이 웃지마래 여자가 웃음이 헤푸면 남자들이

우습게 본데,그리고 남들이 깔본다나.아참 천박해 보이는 거라며 한문을

배우는 사람은 위엄을 갖춰야한데 난 남들에게 그런소릴 들으면 자기가

제일먼저 생각나 혹시 나로인해 자기얼굴에 누가 될까봐."

 

온몸에 구정물을 뒤집어 쓴듯한 어제 상황을 그렇게 남편에게

털어놓으며 혼자 삭히리라 했던 수치스런 마음을 그렇게

남편에게 전하고 말았습니다.

 

남편.

"은진아!!

어차피 우리는 잡초같은 마음으로 시작한거야.

배운다는거 글만 배우고 수학만 배우는건 아니잖아.

세상을 살면서 좋은소리만 듣고 살면 좋겠지만 그런소리 속에서

또 배워봐.

그리고 나는 널 믿어

어떤 상황이던 나때문에 너의 소신을 버리지 마!!

난 괞찮아."

 

남편은 차한잔을 함께 마셔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샴푸를 평소보다 조금더 손바닥에 부어 빡빡 머리를 감았습니다.

살이 아플만큼 힘있게 샤워를 하고 입술을 조금 빨갛게 발랐지요.

어깨를 좀더 피고 구두소리를 조금더 경쾌하게 지워버릴건 빨리

지우고 또 오늘을 신나게 살아내리라.

그리고 숙제하나.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과 눈물을 말리는

숙제도 꼭 해내고 말리라.

한문선생님이 내주신 가장 힘든숙제 그래 다시도전이다.

이런 내가 나도 아주많이 싫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