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론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지만
여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매미의 울부짖음이
성급하게 달려 오던 가을을 약간 멈칫거리게 합니다.
며칠동안 오락가락 하던 소나기가 그치고 난뒤에
다시 태양은 마지막 열기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맑게 부서지는 햇살이 눅눅해진 마음을 다 말려주기라도 하듯이
낼름거리는 뱀의 혀처럼 온 대지위에 쏟아집니다.
다시 생기를 되찾고 출렁거리는 푸른 들판과
아름답게 피어있는 거리의 꽃들은
행복한 가을바람에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이 춤을 추는데요.
얼마전 사상최악의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은 우리 도민들의
깊은 곳에 상처 난 가슴을 쓸어 내리기에는
다가오는 가을의 몸짓이 너무나도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상처입은 농민들의 가슴도 대지위의 다른 모든 생물처럼
아무일 없는듯 그렇게 아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물었나 싶으면 다시 도지고 마는 세상살이의 고통은
농민들의 몫만은 아니겠지만 어디 기대고 바랄곳 없이
거칠게 내던져졌다가 혼자의 인내로 일어서야 하는
들판의 풀잎처럼 애처러운 모습입니다.
오늘도 태양은 작열하지만 물에 젖은 사람들의 가슴을 말리기엔
햇살이 너무나도 약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틈새로 한입 한입 볕을 먹고 조금씩 벼가 여물어 가겠지요.
이곳저곳에서 전해지는 온정속에 서로의 눈물을 닦다보면
희망도 한톨 한톨 익어가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