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노는? 엄마 밑에서 학교 다니는 애들이 공부 못하면 그것 다 엄마 책임 아닌가?
아침 기차를 타고 올라 온 남편의 친구는 우리 아이를 한 번 보더니 대뜸 그런다.
이런 호랑말코 같은 소리를 어디서 한단 말인가.
저요. 노는게 아니구요. 집안 다스리고 있다구요..
요즘 노는 아줌마들 어떻게 노는지 알기나 하는지
일년에 한 두번씩은 방송국에 얼굴을 내미는 그 유명하고도 물 좋은 나이트가 자리한
이 곳에서 시장 바구니만 끼고 돌아다니는 인내를 가지고 그나마 바람 안 나고
술에 빠지지 않고 도박에 흔들려 바바리 안 뒤집어 쓰고 산다는 것이
이 나이의 권태로운 아줌마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이라고 아무리 말을 한들
그 사람은 자기 아내를 가리키며 같이 사업에 동참하며 힘들게 산다고 자랑 비슷한
과시를 하며 속을 뒤집어 놓았다.
무슨 일을 또 벌리려는지 남편은 그와 함께 시장 조사를 한답시고
거래처의 음식점은 죄다 훑고 다녔고
말끝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좋겠다란 불편한 소리만 내뱉는 그 아내는
자신들의 번창한 사업에 허리를 펴고 산다는 식의 끝마무리를 그럴싸하게 하였다.
집에서 노는 무능력한 이 아줌마는 얼마나 더운지
땀을 사발로 흘리며 음식을 준비하였고
실컨 점심 잘 먹고 나갈 때 내뱉은 남편의 말
시골에서 아무개가 온다나.....(진작 말도 하지 않고서는)
그 말에 부리나케 청소하고...아무튼...왜 이러고 사나.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 아내의 성화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찾아간 월미도
언니가 인천에 살았을 때에 와 보고는 인천 쪽으로는 냄새도 맡지 않았었는데
손님이 좋긴 좋은 모양
시골에 갈 때 이외에는 죄석에 앉아 보지도 못한 남편의 차에
말이 7인승이지 일곱이나 타고 보니 거의 기름을 짜는 꼴로 실려서
언제 가족을 인천에 데리고 오길 했었나 싶게 남편은 싹싹하기도 하지.
저녁을 자기네가 사겠다고 극히 우기며 횟집에 들어 가서는 메뉴판을 보더니
왠걸 회를 먹고 싶지 않다네
그래도 인천에 왔는데 그러면서 남편이 시킨 회를 앞에 두고
눈만 껌벅거리고
한 종지도 되어 보이지 않는 산낙지가 거금 사만원이라는데도 아낌없이 시키는 남편.
나도 폼 나게 살고 싶다.
별로 싱싱하지도 않는 회를 죽어라고 입에 넣지 않고
그 회 젓가락에 돈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또 자기 아내 자랑에 열을 올리는 마주한 그 친구의 이야기에 결코 주눅들지 않고
남편이 또 무슨 사업을 한다고 나몰래 일을 벌려도 그래, 남자란 그래야지 그러면서
거금의 목돈도 쥐어 주고 싶고
그들보다 앞서서 저녁값을 재빠르게 계산하는 남편의 등 뒤를 흘기지 않고
그들에게 에어컨 밤새도록 틀어 주면서,, 좀 춥지 않냐고..그러고 싶다....
그 놈의 회를 아까워서 그렇게나 먹지를 말것을 그날로 부터
장염으로 난 몸져 누워 버렸다.
까짓거 폼 나게 살아 봤자...
화장실에서 며칠을 보내고 보니
폼..참..우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