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달째 남편과 냉전중이라 어긋나고 싶었다. 탈선을 꿈꾸며 탈선하는 방법을 모색하던중 때맞춰 문자음이 들렸다.
\"자기 모해?\"
절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어쩌다 만나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친구였다.
\"뻔히 앉아있다..\"문자를 보냈다. \"뻔히?하·~도영...냉커피한잔하까\" \"나 커피 안마시자너 술한잔 하자 나 요즘 망가지고 싶다.\"
그리고 남편이 숙직 하는날 약속을 했고 그친구는 가볍게 만난다는 친구둘을 데리고 나왔다. 그 친구 두명을 소개 받기전 .약간의 언급이 있었다.
\"도영아 갸네들은 외모에 목숨거는 애들이다.\" \"어머.기죽어..\" \"스스로 잘난줄 아는 애들이니 갸네들 앞에서 겸손할 필요 없어 ..\"
잔뜩 긴장을 하고 약속장소인 호프집으로 차를 몰았다.
친구의 사전 설명대로 그녀들은 한팻션 하는 멋쨍이였고. 온통 대화들이 명품 이야기에다가 능력 있어보이는 직장여성들이였다. 살림만 하는 나와는 동떨어진 대화들에 이질감을 느껴. 내앞에 놓여진 생맥 500cc를 잔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어색함을 희석시키려했다.
술을마시며 인간의 벽이 허물어진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딱딱한 내표정 근육이 조금씩 풀어지며 마음도 풀어지기 시작했다.
네 여자는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5년만에 나이트를 밟는 기분은 묘했다. 멋쟁이 그녀들 덕분에 입구에서 짤리는 불운을 겪지않고 무사통과.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무대를 보니 현란한 조명에 빨간 자켓입은 그룹이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댄스음악이 나오자 그녀들이 먼저 무대로 나가 춤을 추고 내친구와 나도 무대로 휩쓸려나갔다. 아..나이트올줄 알았다면 바지를 입고 올걸. 점잖은 원피스와 나이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궁합인데.. 의상이 받쳐주지 않으니 춤빨이 날턱이 없었다. 나는 멸치춤을 잘추는데...
테이블로 돌아와 앉아있으니 코너 아줌마들이 부킹을 주선해준다.
내귀에대고 점잖은 사람들 소개해준다느니 꽤 개안은 남자분들인데 합석을 하라느니.중매쟁이 역활을 톡톡히 한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찌할바를 몰라 표정관리가 제대로 안된다. 거절을 하니 코너아줌마가 샐쭉한 표정으로 가버린다. 고고할거면 여기 왜왔수.하는 표정이다
그러고보니 앞에 오늘본 친구들이 사라졌다.
나와 내친구는 오도카니 앉아 불안에 떨고있는데 귓때기 새파란 남자가 내게 명함을 내민다 근처 공대 연구원이란 명함이 눈에 들어와 다시 얼굴을 보니 내 막내동생 나이들이다.. 십년이나 아래로 보이는것들이 당돌도하지.. 연하의 그남자는 내게
“분위기가 현모양처감같습니다”
내가 손을저으며“현모양처가 술마시고 나이트옵니까..”
십년쯤 어려보이는 그젊은남자는 나의대꾸에 뻘뻐쭘 하니 마땅한 답을 찾지를 못하고 당혹스러운 눈치가 역력 했다.
내친구의 친구들은 어디를 간건지 나타나지를 않는다. 목빠져라 그녀들을 기다리는데 코너아줌마가 이층에서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이층 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층에는 수십개의 노래방이 있었는데 안내해준 노래방 문을 여니 거기에 사라진 친구들이 낮선남자들과 앉아있었다. 소위 부킹을 한것이였다.
전진도 후퇴도 못하는 상황. 나역시도 쇼파끄트 머리에 걸쳐 앉았는데 수치심에 미치고 팔딱 뛸뻔했다. 나이트오면 부킹은 당연시하는 풍조인데 뻔히 알고 나이트를 온처지에 내가 뻐삐딘다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건 뻔한 이치..분위기 깨는 짓은 삼가하리 ..
중간에 술끼가 있는 남정네가 술을 권했다. 양주와 맥주를 반반 섞은 폭탄주다. 양해를 구했다.
\"전 솔직히 적응이 안됩니다.저좀 봐주세요..구경만 하겠습니다 이해를 해주세요\"
솔직히 말하니 은행지점장들이라는 남정네들이 무례하게는 하지 않았다. 친구의 친구둘은 능숙하게 잘도 논다 노래도 잘하고 분위기도 고조 시키고 .제대로 실력이 나왔다.
상석인 맨윗자리까지 밀려난 나는 오만때만 생각이 떠올랐다.
갱년기초기증세가 온후로 건강관리상 허버뜯고 산에를 다녔는데 갑자기 푸른산이 그리워졌다
뭔가 변화를 꿈꾸었건만 ...이건 아니였다.
두시간정도의 향략시간이 지나고 이층 노래방을 빠져나와 일층 나이트 입구를 지나서 대리운전을 불렀다. 내친구의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오늘 미안했어요.이게 내한계이니 이해을 바래요..\"\"
친구의 두 친구는 두시간동안 노래 한곡 안하고 내숭?떤 내 사과에 개안타며 신경쓰지말란다. 그녀들의 너그러운 마음에 같이 어울리지못한 부분이 다시한번 미안했다
잠시후. 대리운전 아저씨가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는다. 삐까번쩍한 나이트 간판을 뒤로한채 대리기사님 한테 차열쇠를 건네주고 조소석에 앉아 집까지 20분거리인 시간에 상념에 잠겼다.
놀려고 나왔으면 놀아야지. 탈선을 꿈꾸던 내가 아니던가. 나는 왜 적당히 휩쓸리지 못했을까. 그녀들은 어쩜그리 당당하고 똑뿌러지고 막강할까.. 내가사회성 부족인가.. 많은 생각들이 차창밖에 스치는 여름 풀만큼 무성했다. 두어시간 노래한곡 부르지못하고 상석만 지키다온 우스꽝스런 자화상이 자동차 창문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대리기사님이 침묵하고 있는 내게 조심스레 말을건다
\"저.\" \"네?\" \"차를좀 손보십시오 엔진이 꿀렁꿀렁하니 이상한데요.\" \"네..6년탔걸랑요..\"
내가사는 동네에 고개를 올라오자 아파트 밀집지역인 우리동네가 뿌연물체들로 가득했다 안개같기도 했고 연기같기도 해서
“어.불났나..아저씨 ..연기맞죠?”
대리기사아저씬 웃으며 연기가 아니고 안개란다 피식웃음이 나왔다
삼십대 젊을때 감성이라면 안개라고 생각했을텐데.. 나이 오십밑자리 깔아놓고 보니 안개도 연기처럼 보였다..후·~·
대리운전 요금이 만오천이라기에 2만원을 내자 순해보이는 기사님은 잔돈을 주려고 호주머니를 뒤적인다. 잔돈은 됐다며 사양을하고 외곽인데 뭐타고 시내 가실거냐고 걱정스럽게묻자 뒤에 회사차가 따라온단다.아.글치..글치..걱정도 팔자다
나이가 들어가니 남에게는 인정이 철철 넘치건만 왜 점점 남편에게는 너그럽지 못하고 시비를 거는걸까..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의 폭팔인가. 자동차열쇠를 건네받고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둔탁한 내 힐소리는 공허하게 아파트 마당에 또각거렸다
현관문을 따고 들어오니 큰녀석이 거실에 모기장을 쳐놓고 이부자리를 펴놓았다 씻지도 않은채 모기장속으로 들어가 베게에 턱을 고았다 삼베베게의 감촉이 좋다. 인조이불의 까칠함이 좋다. 한달간의 남편과의 갈등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결혼생활하면서 문제로 삼지않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문제를 삼고나니 문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집안은 냉랭했고 남편은 회피를 했고 나는 탈선을 꿈꾸었다
탈선?의 끝맛은 섞은 홍시를 한입 베어물었을때 냄새 만큼 시큼 했다
남편의 행동에 문제삼은 그문제들이 이상하게 누그러지는듯 했다. 아마도 죄의식인것같다. 남편의 단점을 문제삼지 않았기에 시끄럽지않았던 그시절이 그리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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