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가면 아직도 남아있는 정다운 우물가가 있다.
우리집은 우물가에서 올려다보면 한층높이에 있다.
우물의지붕은 옛날에는 양철로 만든 지붕이요 나무가 그 밑을
지탱하고 있다..
동네가 지금은 입식 부엌과 아파트식으로 지어서
옛날의 그 정겨운 맛은 찾을수가 없다. 우리집도 3년전에 큰돈
들여서 멋들어지게 지었다..
하지만 집을 허물면서 집한층 아래 우리의 나이와 같이
오랫동안 우리의 가정사를 들여다본듯한 우물만은 남아두기로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우물만은 소중한 추억을 더듬케하는 소중한 곳이다..
고향 찾아와서 옛날의 향수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가끔씩 우두커니 쳐다보면서 무언가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는다..
이미 잊어버린 젊음의 허무감일까?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의
따뜻한 손이 그리워서일까?
고향의 색깔이란 어떤 색깔일까? 여름에 메미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내는
소리에 녹색의 짙은 푸르름일까?
고향의 편안한 마음은 그 어느것에 견줄까?
여름이 다가오니 더욱더 느껴지는 어린날의 향수들은 잡으려 해도 잡혀지지
않는 그 무엇과도 같다...
고향의 우리집은 창문너머 작은 유리문으로 보면 사람들이 길거리에
지나가는 것이 훤히 보였었다... 작은 소리만 나도 어찌 그리 궁굼하던지...
오늘은 어떤 아줌마가 장에 가나? 오늘은 누구집이 잔치가 벌어졋나?
지나가다 대화하는 소리도 들릴정도로 우물위의 우리집은 전망좋은
한층 위에 있었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 사람들 지나가는
재미도 제법 쏠쏠햇던것 같다.
마늘지고 장에가는 풍경들 고추 팔러 가는 풍경들...
모든것들이 참 그리워진다..
그때 시절엔 냉장고도 없었다...
그러면 우물가에다 프라스틱으로 된 빨갛고 주황색의 김치통을 우물가에
매달아둔다...
점심때가 돌아오면 엄마 심부름 한다고 우물가에 김치꺼내려 간다.
그러면 김치 꺼내려오신 아줌마들이 오셔서 김치 꺼내주면서 맛봐라고
한 웅큼씩 꺼내준다..
잠깐 집어먹는 김치 맛은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시원한 김치맛이다..
총각 김치는 우지직 하면서 맛있게 나는 소리는 얼마나 맛있던가?
깊은 정이 있었던 그 옛날의 사람들이 다들 그립다..
시골이 어렵다보니 떠나버린 바로 윗집 친구네집도 그립고
다들 마음만은 고향을 한시라도 잊지 않았겠지?
지금은 우물을 비록 쓰지는 않고 잇지만
우물만은 우리의 추억들을 다 읽고 있겠지?
한여름에 잠시 추억을 되살려보면서 잠시 더위를 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