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나의 고향은 바다와 면한 곳이었다.
차로 20분만 가면 해안선을 끝없이 만날 수 있었다.
바다가 우리를 벗하고 있었지만
산세는 보잘 것 없어 얕으막한 야산 정도였고 산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 야산 위에 집이 있고 동네가 있고 약간 경사진 언덕을 넘으연
그 아래 학교가 있었다.
굳이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우리에겐 바다가 있어 넉넉했다.
여름엔 해수욕을 자주 했다.
아침에 1번 점심에 1번 해수욕장으로 갈 버스가 동네 앞에 섰다.
그러면 밀가루에다 양파, 당근, 감자와 베킹 파우더를 넣고 반죽하여
찜통에 찐 야채빵과 주전자에 찬 보리차와 자두나 천도 복숭아를 가방에 챙겨
넣고 우리 남매와 엄마가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오르던 때가 생각난다.
한번은 동네 친구와 온 적도 있었다.
걔는 서울서 내려온 대학생 이모를 대동하고 와서
오일을 온 몸에 발라주는 등 이모의 극진한 시중을 받고 있는 것을
옆에서 부럽게 지켜 보았던 것 같다.
쓸쓸함에 대하여... 그 때 느껴 버린 것 같다.
바다에 도착하면
먼저 강한 햇볕을 가릴 텐트를 빌린다. 그리고
주부(튜브)를 빌리러 간다. 까만 색 고무 튜브...
튜브는 바다에서는 우리에게 날개와 같다. 용기 백배해진다.
그 걸 끼고 발로 물장구도 치고
사람이 거의 없는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와
물 속에서 가능한 모든 유영을 하며
발레리나가 된 상상을 해 보기도 했었다.
바다가 나를 꼭 끌어 안아 주었고
내가 그 속에서 맘껏 뛰놀 수 있었다.
바다와 단 둘이었다. 그 때만큼은...
언제 또 다시 그런 시절이 올런가...
지금 생각해 보니
나를 키운 것은
그 해 여름 바닷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