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듯이 오늘 아침엔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가볍게 멈추어 버렸다.
심각한 가뭄으로 호주전체가 물이 귀해 비가 오고 또오고 또와야 하는데.
하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하늘을 본다.
하긴 "스노 마운틴"까지는 차로 7시간 넘게 떨어진 곳이라 이곳에 비가 오는것은
상관이 없기도 하겠지만.
어제 그곳에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언제 옆집 식구들이 2주 예약하고 갔다가 비가와서 다음날로 올라온 적이있어)
모르는게 약인데.. 또 눈이 펑펑 오고 있겠지 내가 가는데.
호주에서 단 한군데 "스키를 탈수있고 눈썰매를 탈수 있는곳"은 뉴사우즈 웰즈 지역
거의 아래부분에 있는 "스노마운틴"뿐이다.
해마다 7월 부터 시작하여 9월정도까지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분비고 스키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눈썰매도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방학때 친구가 아들과 함께 썰매타려 간다고 가자고 하였지만 방학이라
아이들로 와글와글 분빌것 같은 이유와 잠시라도 혼자 집을 떠나는것이 내키지 않았다.
오래 집을 비운다 해도 뭐라할 사람도 없는데. 항상 터무니없는 내 착각으로..
사실 밤새 차에서 자고 새벽에 도착하여 눈보고 그리고 오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무리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무리일지도 모른다.
차안이 뻔할진데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가는것도 힘들것 같고.
한나절 남들 신나게 스키타고 썰매타는것 구경만 하는것도 좀 그럴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엔 선뜻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바보같은 내가 좀 그랬다.
지난번 처음으로 있는 함께하는 그룹 아줌마들의 "케인즈"여행도 가지 않았는데.
하얗게 깨끗하게 덮고 있는 눈속에 들어가곤 싶었다.
호주에서 산지 곧 30년이 되어가는데 겨울엔 한번도 가지 않았다.
이곳에서 눈을 본적이 한번도 없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여름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산 높은곳엔 흰색의 무리진 얼음덩이가
눈길을 모으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연중행사로 가기 때문에 가자고 졸르지도 않았고.
한 친구가 이번 주말에 함께 가자고 제의가 왔다.
몇주를 망설이다가 간다고 하였다. 못갈것도 없는데 참 바보같이
결정하기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가려면 한 이틀 잡아 가지 그렇게는 가지 않겠다." 는 빈정거림이 들리기도 하였지만
아무렴 어떠랴.
그렇게 가나 이렇게 가나 오가는 길은 힘들것이고.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넓디 넓은 산을 싫컨 본다치면 뭔가로 답답하여졌을지도 모를
가슴이 뻥 뚫리기도 할것 같고.
적당히 기회보아 눈썰매도 타야지.
잘 해야 본전이라 하였지만 돌아와 한이틀 누우면 또 어떠랴.
전에 아들방에 분명히 있던 솜바지와 스키장갑을 찿기 시작하였다.
아들방에서 시작하여 "이기회에 정리하자" 하며 창고까지 온데를 다 뒤지도 온데간데 없다.
(아들 왈, 얼마전 겨울에 서울갈때 갖고나가 다 주고 왔다고)
딸아이 방에서 뒹굴 뒹굴 굴러 다니던 벙어리 장갑 짝재기 그림자도 없다.
털모자도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당연히 있을줄 알았는데 없네.
있는 곳이 춥긴 추운지 알뜰히도 잘도 챙겨갔구만.
누가 눈보려 가게 될줄 꿈에나 생각이나 하였는가. 하는수 없지.
어젯밤 잠이 안와 궁리하던중 고무 장화를 사기로 하였다.
쌓인 눈속을 걸어 다니려면 그게 좋겠다.
무릎만치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푹푹 밟으며 걸어 다녀와지.
그곳에 가려고 산다면 우스운 일이고 밭에 들어갈때도 운동화도 슬리퍼도
흙이 묻어 불편하였는데 이참에 하나 사서 ..
물에다 씻기도 좋고. 그냥 흙이 묻어있는채로
그냥 두어도 상관없지 않으랴. 농사군 장화처럼. 분위기있고 멋지기도 하겠지.
신난다.
너무나 신난다. 시간이 갈수록 신난다.
사실 산달이 다되어 학교를 쉬는 선생 파티가 이번 토요일에
있는데 "못가는 이유"가 있는것이 "거절할수 있는 이유"가 있는것이 너무 즐겁다.
장갑은 허연 실장갑 두개와 가죽으로 된 밭에서 쓰는 장갑을,
모자는 다행히 눈만 내어놓는것 하나 찿았다.
방수되는 바지도 없으니 겹겹으로 껴입기로 하고.
한두번, 아니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신나게 썰매를 탈수도 있으니
궁둥이가 푹신하게 아주 작고 얇은 방석하나 여분으로 챙기고.
하룻밤 자는것도 아니고 뻐스에서 잘거면서도 마음은 몇날 몇일 가는것처럼
부산하다.
하얀 세계속으로 들어 간다는것 이유도 있지만,
혼자로 일상생활에서 멀리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한번도 밖같 구경을 못해본 촌 아줌마처럼..
지금은 촌 아줌마들이 더 세련되었다하니 ...
옛날 옛날 촌 아줌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