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멍이 뚫린 것처럼,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이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전북지방에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폭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다시 태양이 작열하고 있습니다.
하늘가를 어슬렁 거리던 검은 구름도 자취를 감췄구요.
조금 높아진 하늘은 갖가지 모양을 그려 대면서 딴청을 피웁니다.
들판을 가득 채운 온갖 곡식들은
알찬 열매를 안으로 살찌우기 위해서
뜨거운 태양에 온 몸을 맡기고 서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씻겨 내려간 담장 너머엔 해바리기가
키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여기에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잔인한 여름이 가려합니다.
무더위에 지친 매미도 오늘따라 유난히 목청을 돋굽니다.
속절없이 무너진 새벽,
무력감에 진저리 친 날을 뒤로하고 여름의 꼬리를 자르면서
우리 모두의 땀을 익힐 가을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