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팍팍 올라갈 때에도 그저 가라앉듯이 잘도 잤었다.
비가 들쑥날쑥하게 오던 며칠 전부터 그 많던 잠들이 곁에서 멀어져 버렸다.
잠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대자로 죽 뻗어서 잘 잤었는데
머리 속으로는 나방의 날개 소리처럼 작은 움직임들이 돌아 다니고
며칠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사소한 일부터 신경 거스른 일까지
고자질장이가 붙어 있는 것처럼 계속 속닥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둘째 언니를 만났었다.
형부의 사업 실패로 전업 주부에서 직장인으로 혼자서 너무도 열심히 사는 언니이다.
소식을 전하지 못하면 그런대로 잘 살아 가려니 이기적인 면으로 흘러 버리곤 했지만
언니와 만나고 돌아 오는 길은 언제나 골이 난 아이처럼 심통이 난다.
며칠 후에 조카는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제 엄마는 저렇게 힘이 드는데
조카는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벌써 몇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녔었고
조용하고 얌전한 언니의 성격탓인지 그간의 사정을 물으면
그저 잘 되고 있다라고만 한다.
겉으로 보이는 언니는 지친 기색이 완연하기만 한데......
내 피붙이가 힘이 들면 어찌 해 줄 수 없음에 더 화가 나고
언니는 집안 식구들에게 그저 헌신적이고
물론 형부도 나름대로 재기를 엿보며 애쓰고 있겠지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이가 내 언니이기에
물빛이 흐리멍텅해진 한강을 스치면서
아, 저 물빛은 왜 저리 색깔이 이상한가에 심통이 났었다.
세째 언니네는 휴가로 파타야를 간다고 한다.
지난 겨울에 호주를 다녀 오더니 그렇게 좋았다고.
호주로 떠나면서 언니는 나에게 백만원을 보내 주었다.
당시 집안 사정상 여러 힘든면이 있어서 언니의 여행에 별반응을 보이지 않았더니
경제적으로 힘이 들어서 그런가 싶어 미안하다고
혼자서 여행을 가서 미안하다고......
남편은 토요일 제사에 가야 하지 않냐고 아침부터 미리 선수를 치고
그냥 대충 짐 싸들고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여기는 남편이기에
시골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 것도 휴가이지 않냐고.
시아버님과 시누이들은 그들만 어울려서 금강산을 다녀 왔다.
물론 남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놀러는 자기네끼리 가고 일은 그저 모른 척하는 형님은 두고 만만한 나만 왜 부르냐고.....
전교에서 일 이등하는 집의 아이는 학원 수강뿐 아니라
논술 과외에서 영어 과외까지 한다고 한다.
내년에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자기처럼 꼭 그렇게 시켜 보란다.
투자한 집의 아이가 제 혼자 잘하는 백명 중의 하나 있을까 말까 하는 아이에 비해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머리 속으로는 기와집에서 빌딩까지
벌써 여러 번 성공과 실패를 거듭나고
해답없는 시험지에 둘러 쌓여서 연필만 굴리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양을 헤아리고
개울을 건너서 돼지를 소풍을 보내고
별을 천정에 띄워 보아도...........